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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얼리 외교관’ 정재인 작가, 드라마 '별그대'부터 '화랑'까지 전통장신구 한류 만들다.

기사입력 : 2016-12-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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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이정아 기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둔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는 많은 성과를 남긴 작품이다. 한국, 중국, 일본, 태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동시 방영된 ‘달의 연인’은 방영 내내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아시아 최대 온라인 영상 채널 유쿠(YOUKU) 누적 조회수 20억뷰 돌파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특이한 점은 드라마 방영 내내 이준기, 이지은, 강하늘, 홍종현, 남주혁, 엑소 백현, 지수, 소녀시대 서현 등의 스타들만큼이나 매회를 수놓는 아름다운 장신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민휘아트주얼리정재인디자이너
민휘아트주얼리정재인디자이너
‘달의 연인’에서 장신구는 또 다른 스타이자 주인공이었다. 아이유의 아기자기한 머리장식, 이준기의 날렵한 머리꽂이, 강하늘의 맑은 비취 팔찌, 홍종현의 화려한 귀걸이 등 캐릭터를 그대로 상징한 장신구들이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매혹시켰다.

매 회 장신구에 관련된 2차 저작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얼굴 클로즈업에 가려진 장신구들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귀여운 항의(?)성 발언이 게시판을 도배했다. ‘정말 아름답다’, ‘꼭 사고 싶다’, ‘공동구매 하자’는 댓글 행진도 이어졌다.

세월이 흘러 빛바래진 유물들은 하나 둘 씩 다채롭게 채색되어 브라운관에 되살아났고, 새롭게 재해석된 우리의 유물들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에 외국인들마저 찬사와 환호를 보냈다.

주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어디서 디자인한 것일까’?라는 의문에 찾아 본 크레딧에서 민휘아트주얼리를 발견하고는 ‘역시!’라는 감탄사가 바로 나왔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 ‘별에서 온 그대’, ‘조선 총잡이’, ‘가면’, ‘용팔이’ 등 참여한 작품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켜 온 민휘아트주얼리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대중문화계의 까다로운 미감자들이 가장 먼저, 또 주저 없이 선택하는 브랜드다.

이미 수많은 사극을 통해 아름다운 장신구들을 선보여 온 민휘아트주얼리지만 ‘달의 연인’을 통해 이번에도 또 한 번 새롭고 아름다운 사극 장신구의 역사를 썼다.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작품의 뉘앙스를 만든다’는 민휘아트주얼리의 철학 덕분에 우리 전통은 또 한 번 현 시대에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고, 한 걸음 발전하게 됐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케이팝 장신구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동시다발적으로 디자인하면서도 매번 최상의 결과물로 호평 받는 민휘아트주얼리의 정재인 작가는 요즘도 바쁜 나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현재 작업 중인 드라마와 영화가 11편에 달한다고 했다. 인터뷰 날에도 그녀는 한중합작 영화 ‘친애하는 아르키메데스’에 나올 독특한 프러포즈용 목걸이 작업에 한창이었다.

내년부터는 많은 작품에 참여 하지 않겠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한 그녀였지만, 인터뷰 내내 일에 대한 그녀의 무한한 애정과 순수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직접 만나 이야기해 본 정재인 작가는 인터뷰하기 전 주변 기자들로부터 들었던 대로 매우 맑고 예쁜 사람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저렇게 사람이 순수하고 착할 수가 있기도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시간으로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은 세 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다음은 정재인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달의 연인’이 1위로 종영했다. 초반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 지수 모두 1위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재인 작가: 엄마가 아침에 눈 뜰 때마다 가장 먼저 시청률을 체크하셨다. 방송 내내 시청률을 걱정하고 ‘잘 돼야 하는데’ 하셨다.(웃음) 잘 마치게 돼서 다행이다.

Q. 정재인 작가는 시청률에 대한 걱정이 없었나?

정재인 작가: 솔직히 나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잘 나오면 좋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시청률 때문에 작품에 대한 애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근데 시청률이 안 나오면 함께 한 사람들이 힘들어 하니까 그 부분은 좀 슬프다. 그리고 조기 조영 하게 되면 너무 슬픈데 ‘달의 연인’은 사전 제작이라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웃음) 시청률을 떠나 내가 배운 것이 많은 작품이었다. 특히, 작가님과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Q. 장신구와 관련하여 호평이 참 많다. 주얼리를 제작할 때, 작가와 감독의 명확한 디렉션이 있었나?

정재인 작가: 작가님께서 이전 사극에서 다루지 않았던 아이템들을 다루고 싶어 하셨다. 새로운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셔서 나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디테일한 설정도 잘 말씀해주시고, 사진 자료도 보내주셔서 작업하기 수월했다. 덕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왕소(이준기 분)가 유씨(박지영 분)를 위해 산 나비 머리 꽂이는 돌 사이에 껴 넣는 설정 때문에 나비에 참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반영해 디자인했다.

감독님께서는 명확한 디렉션을 주시지 않았다. ‘이런 느낌이 좋다’는 정도? 원래 감독님들께서 디자인을 세세하게 주문하시기보다는 “이런 장면이라 이런 느낌이 들어가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종합해서 최대한 감독님께서 의도하는 바를 읽어내고 반영해서 디자인하려고 한다.

김규태 감독님은 워낙 싫은 소리를 못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미묘한 표정 변화에서 그 뜻을 최대한 읽어보려고 했다.(웃음) 왕소가 해수(이지은, 아이유 분)에게 선물한 머리꽂이가 한 번에 OK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 날 비슷한 느낌의 장신구들을 가지고 바로 현장에 찾아갔다. 감독님의 말씀도 듣고, 해수의 의견도 반영해서 하루 만에 몇 가지의 디자인을 새롭게 만들었다. 6개의 후보를 만들었는데, 방송에서 나온 머리꽂이로 현장에서 채택됐다.

Q. 드라마 ‘달의 연인’ 유물 주얼리 시리즈 기사를 통해 장신구에 대한 설명들을 들으면서 장신구를 새롭게 보게 됐다. 드라마를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은 했지만, 주얼리 디자인에 캐릭터와 드라마 내용을 다 담은 것이 놀라웠다. 현대적인 배우들 고유의 얼굴선도 고려하면서도 전통을 계승했다. 주얼리 안에 전통이 보이지만 기본을 변형하고 발전시킨 것이 딱 보여서 말 그대로 디자인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재인 작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예쁜 분들께서 착용해주시고 예쁘게 찍어주셔서 장신구가 호평을 받게 됐다.

Q. 한 배우는 인터뷰에서 장신구가 예뻐서 장신구의 수를 줄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재인 작가: 어떤 분이 그랬나? (정재인 작가는 그 자리에서 인터뷰 내용을 검색해보더니 기사를 꼼꼼하게 읽어본 뒤 미소를 지었다.) 예쁜 사람은 예쁜 말만 한다.(웃음) 잘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예쁜 강한나 씨 덕분에 장신구가 예뻐 보였다. 함께 작업하면서 배려심이 많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Q. 주얼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주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얼리에 대한 해석들은 다양하지만 아름답다는 호평은 한결같다. 다양한 해석 중에 인상 깊었던 해석은?

정재인 작가: 우선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드라마의 힘이 크다. 너무 많아서 다 보지는 못했다. 메일로 보내주시는 것들은 다 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해석은 왕욱(강하늘 분)의 반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포스터에 착용된 왕욱의 은가락지를 확대해서 그 의미를 말씀하신 분이 있는데 정확히 맞춰서 놀랐다. 착용된 상태라 글자가 반 밖에 보이지 않았고, 전서체로 변환해 세로로 새긴 것이었기 때문에 더 신기했다.

반지에 ‘유연천리래상회 무연대면불상봉(有緣千里來相會 无緣對面不相逢)’이라는 중국 속담을 새겼는데 ‘인연이 있으면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만나고,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마주해도 만나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내가 생각했던 ‘달의 연인’의 큰 주제기도 했다. 드라마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만든 반지였는데, 방영 직전에 이 속담이 드라마와 함께 소개돼서 정말 신기했다.

Q. 반지에 담긴 의미가 좋아서 홍보 자료를 통해 배포된 것은 아닌가?

정재인 작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반지에 새겨진 글자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물어본 사람도 없었다.(웃음) 고대 유물 중에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다리작명은팔찌 안쪽에 글씨가 세로로 새겨져 있다. ‘다리라는 사람이 왕비를 위해 이 팔찌를 만들다’라고 적혀 있다. 이 부분이 매우 인상 깊어서 왕욱의 반지 디자인에도 적용했다. 실제로 출토되지는 않았지만, 반지 안쪽에도 글씨를 새겼다면 바깥쪽에 글씨를 새긴 반지도 존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알아봐 주신 분이 계셔서 신기했다.

그리고 내가 백아(남주혁 분)의 머리 장식이나 노리개 등의 장신구에 달 모양의 장신구를 정말 많이 설정했다. 백아가 첨성대, 최지몽(김성균 분)과 연관이 있고, 다른 황자들과는 좀 다른 면이 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드라마 상에서 백아와 우희(소녀시대 서현 분)의 로맨스도 예쁘게 그려지지 않았나. ‘달의 연인’이라는 타이틀이 나중에 결정된 것인데, 그렇게 변경될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도 좀 신기했다.

Q. 주얼리와 관련해서 2차로 가공한 저작물들이 수도 없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원작자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가공물은?

정재인 작가: 가장 인상 깊었던 가공물은 왕소가 해수에게 ‘혼인하자’며 선물한 머리꽂이에 관련한 것들이다. 화면에 정말 많이 나왔기 때문에 가공물도 가장 많이 나오게 된 것 같다. 대본에 잘 써주신 작가님, 예쁘게 찍어주신 감독님 외 스태프 분들, 화면에 예쁘게 나오도록 도와주신 배우 분들, 예쁘게 2차 저작물을 만들어주신 드라마 팬 분들께 모두 감사하다.

사진=‘달의연인-보보경심려’드라마갤러리
사진=‘달의연인-보보경심려’드라마갤러리
Q. 반지, 귀걸이, 노리개, 머리 꽂이, 비녀, 상투관 등 작업한 장신구의 종류가 많다. 가장 신경 쓰는 주얼리 아이템은?

정재인 작가: 역사상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는 금과 은으로 만든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의 장신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였다. 드라마에서 자주 다뤄지는 조선시대보다 장신구 착용이 많았던 시기기 때문에 여러 아이템들을 작업했다.

다른 아이템들은 화면에 잘 비춰지는 편인데 노리개는 풀 샷에서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이라 잘 보이기 힘들다. 근데 노리개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해수, 우희, 왕요(홍종현 분), 백아는 캐릭터와 의상 색감에 맞춰 노리개를 착용했다.

노리개는 중전에서부터 평민, 기녀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애용됐을 정도로 사랑받았던 장신구다. 노리개는 패물의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다. 섬세하고 호화로운 장식성을 지닌 경우가 많은데 신분에 따라 재료의 차등이 있었고, 무늬가 달랐다. 하지만, 노리개를 통해 부귀다남, 불로장생, 백사여의 등을 기원하는 공통점이 있다. 행복을 염원하는 표식으로 대대손손 전하기도 해서 더욱 더 중시되었다.

우희가 후백제의 후손임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인 진묘수나 왕은(백현 분)이 순덕(지헤라 분)에 정표로 선물하는 향낭 같은 것들을 노리개의 장식으로 디자인해서 그 의미를 더욱 더 부각시키려고 했다.

Q. 주얼리가 클로즈업된 장면들이 많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과 아쉬운 장면은?

정재인 작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하나만 꼽기 어렵다. 세 개 꼽으면 안되나.(웃음) 이준기 씨께서 이지은 씨께 선물한 머리꽂이, 강하늘 씨께서 이지은 씨께 선물한 팔찌, 홍종현 씨께서 강한나 씨께 선물한 반지. 클로즈업들이 많이 됐던 아이템들이다. 신경써주신 감독님, 배우 분들 정말 감사하다. 아. 남주혁 씨께서 서현 씨께 선물한 진묘수 머리꽂이도 기억에 남는다.

묘지를 수호자로 불리는 진묘수는 참 좋은 기운이 있는 유물이다. 일제 강점기에 왜인들에게 도굴된 무덤이 많지만, 진묘수가 있던 무령왕릉은 도굴되지 않았다. 백제 유일의 왕릉인 무령왕릉 속 중요 부장품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는 것은 진묘수가 수호해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책상 위에도 우희표 진묘수 미니어처를 하나 놔뒀는데 볼 때마다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아서 든든한 마음이 든다.(웃음)

백현 씨께서 지헤라 씨께 선물한 향낭은 조금 아쉽다. 백현 씨께서 향낭을 거꾸로 드셔서 화면에 향낭의 디자인이 뒤집혀서 나왔다.(웃음) 근데 여자들의 선물은 잘 모른다는 대사가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웃음)

Q. 정재인 작가가 대본을 보고 직접 설정한 아이템도 있나?

정재인 작가: 왕은과 순덕이 혼인할 때 나눠 낀 반지는 내가 설정한 아이템이다. 나중에야 사랑임을 알게 되는 커플이기 때문에 반지가 상징적인 의미를 더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왕은이 해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근데 혼인 후에 “난 이제 저 아이와 짝인걸” 하면서 순덕과의 언약 반지를 낀 손으로 자신을 잡은 해수의 손을 놓는 장면이 있다. 그런 장면에서도 반지라는 장치가 장면을 극대화 시켜줬다고 생각한다.

처음 백현 씨를 만난 날, 백현 씨가 착용하고 있던 반지를 본 떠서 디자인했는데 반지가 예쁘다고 해주셔서 기뻤다. 지헤라 씨도 반지가 너무 예뻤다며 반지 사진을 따로 찍어서 보여주고는 했다.

Q. 백현과 지헤라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고 백현이 손을 내미는 장면에서 하얀 결혼반지가 있어 더 설렜다. 마지막 죽을 때 백현이 지헤라에게 손을 뻗던 장면에서는 피로 물든 결혼반지 때문에 더 슬펐다. 하얀 가죽이 피 때문에 빨갛게 변해서 더 크게 와 닿았다. 죽을 때 서로가 반지 낀 손을 서로를 향해 뻗고 있는데 끝내 닿지 못한 장면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재인 작가: 마지막 장면에 피로 물든 커플 반지가 같이 잡힌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헤라 씨도 피 묻은 반지가 나온 장면이 슬펐다고 했다. 나도 촬영 당시에 10황자와 순덕의 촬영 분량이 끝났다며 반지를 돌려받았는데 반지가 빨갛게 되어 있어 너무 슬펐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황자 중에서도 왕은이 가장 슬프게 죽는 황자라고 생각했다. 반지를 통해 좋은 기운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행운을 뜻하는 네잎 클로버를 고전 문양으로 변환해 만들었다.

사진=SBS드라마‘달의연인-보보경심려’
사진=SBS드라마‘달의연인-보보경심려’
Q. 가운데에 있는 문양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네잎 클로버를 변형한 줄은 몰랐다. 상당히 고전적이다.

정재인 작가: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반지 중에 네 잎 꽃문양을 변형한 반지가 있다. 그 유물 반지를 참고해 디자인했다. 공교롭게도 그 반지가 또 커플링처럼 두 개로 출토됐다. 왕은과 순덕의 혼인반지로 딱 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도 네잎 클로버는 있었을 것이다.(웃음) 모티브를 같이 하더라도 디자인의 큰 틀을 시대 배경에 맞게 가져가고, 제작 기법을 시대상에 맞게 선택해서 구현하면 어색함이 없다.

같은 시기에 엑소 세훈 씨께서 출연하는 영화 ‘아애묘성인’ 작업도 했었다. 세훈 씨께서 착용하는 목걸이도 네잎 클로버를 변형한 문양으로 만들었다. ‘아애묘성인’은 현대물이라 목걸이를 매우 모던하게 만들기는 했다. 같은 모티브로 매우 다른 느낌의 디자인이 나왔다. 같은 그룹의 멤버에게 같은 모티브로 다른 느낌의 주얼리를 제작한 것이 개인적으로 재밌었다.

얼마 뒤에 나온 엑소 새 앨범을 보니 네잎 클로버 문양을 변형한 ‘럭키’ 로고가 있었다. ‘내가 디자인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근데 그 후에 엑소 유닛 첸백시의 주얼리 디자인에 참여하게 됐다. 세 분께서 ‘달의 연인’ 주제가 ‘너를 위해’를 부르셔서 더 반갑다. 시우민 씨는 영화 ‘봉이 김선달’로 만나기도 했다.

Q. 드라마에서 만났다가 또 다른 모습으로 케이팝에서 만나면 어떤가?

정재인 작가: 반갑고 고맙다. 사실 ‘왕은’ 캐릭터를 더 예쁘게 해주고 싶었다. 손가락 사이즈를 재는 날, 백현 씨께서 스케줄 때문에 바로 이동했어야 됐다. 근데 끝까지 기다려서 사이즈를 재고, 의견도 내주고 했다.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였고 고마웠다. 많이 신경 쓰고 싶었는데 생각처럼은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 더 신경 쓰고 있다. 그 때 백현 씨와 주얼리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들이나 드라마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백현 씨의 특징들을 반영해 디자인했다.

Q. 첸백시 무대를 보면 반지와 귀걸이, 팔찌, 초커 등의 주얼리가 참 독특하고 예쁘다.

정재인 작가: 엑소 팬 분들께서 주얼리가 너무 예쁘다며 무대마다 캡처한 사진들을 메일로 보내고 피드백 해주신다. 보내 주시는 사진들 덕분에 디자인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

사실 내가 하는 역할은 거의 없다. 스타일리스트 실장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무대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고민하시고, 또 밤늦게도 연락 주셔서 새로운 주얼리를 찾아주신다. 모든 무대를 우리 주얼리로 꾸민다고 하셔서 나도 더 잘해야 겠다는 책임감이 있다. 예쁘게 스타일링해주시는 스타일리스트 실장님, 예쁘게 착용해주는 첸백시 정말 감사하다. 무대마다 잘 보고 있고,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Q. 첸백시 주얼리에 대한 호평이 많다. 어디서 구매해야 되는지 묻는 게시물도 많이 봤다.

정재인 작가: ‘주얼리가 예쁘다’, ‘멋지다’ 그런 멘트 하나하나가 다 너무 감동이다. 착용하는 사람이 예쁘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보는 사람들도 예쁘게 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현재 따로 판매하고 있지는 않다. 급하게 만들어서 하나 밖에 없는 디자인들이 다 첸백시 팀에 가 있다. 매니저 분께서 첸백시 팀에 큰 주얼리 박스가 와 있어서 놀랐다고 하셨다.(웃음) 내가 함께 작업하는 팀들은 다 우리 고유의 검은 주얼리 가죽 케이스를 가지고 있다.

Q. 정재인 작가는 드라마와 영화 장신구, 그리고 가수들의 케이팝 무대 주얼리를 다 디자인하기 때문에 엑소처럼 사극 장신구와 현대 주얼리를 모두 착용하는 연예인도 많이 만날 것 같다.

정재인 작가: 무대 장신구를 같이 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를 드라마 현장에서 만나거나, 드라마 현장에서 만났던 멤버가 속한 그룹의 장신구를 디자인하게 되기도 한다. 일이 계속 이어지면 더 응원하게 된다.

얼마 전, 드라마 ‘미씽나인’의 첫 촬영이 있었다. 중요한 목걸이 때문에 현장에 갔는데 피에스타의 차오루 씨를 만났다. 이번 앨범 주얼리를 제작했다. 앨범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도 스타일리스트 실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드라마 현장에서 스타일리스트 실장님과 이번 드라마 주얼리에 대해 바로 또 이야기하게 되니 반갑고 재밌었다.

Q. 드라마 ‘미씽 나인’은 현대극이다. 현대극 ‘가면’ 속 수애의 목걸이나 반지 등 정재인 작가의 파인 주얼리들이 큰 화제였다. ‘미씽 나인’에서는 어떤 주얼리들을 볼 수 있나?

정재인 작가: 감독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주얼리 라인이 뚜렷하시기 때문에 나도 디자인적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즐겁게 배우면서 작업하고 있다. 스토리 상 중요한 주얼리도 있고, 캐릭터에 맞게 디자인하는 주얼리도 있다. 얼마 전에 양동근 씨께서 극 중에서 착용하는 주얼리 때문에 우리 숍을 방문하셨다. 양동근 씨와는 사극 ‘삼총사’로 같이 작업한 뒤에 현대극 ‘미씽 나인’으로 연달아 만나게 됐는데 일이 이어져서 정말 반가웠다. 다음에는 앨범 일로 만나기로 했다.(웃음)

Q. 대부분의 드라마에는 해외에서 영향력이 큰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의 캐스팅이 필수적이라고 들었다.

정재인 작가: 새로운 드라마 제안서들이 올 때 배역 밑에 ‘?’로 남겨진 칸들이 있다. 그 칸들을 볼 때마다 이왕이면 나와 함께 일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역할을 맡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Q. 캐스팅에 추천하기도 하나?

정재인 작가: 나는 아무런 힘이 없지만 이야기를 해보기는 한다. 매니저냐고 한다.(웃음) 그냥 내가 도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 하는 거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주얼리가 나오면 나를 추천해주는 친구들도 있다. 케이팝 장신구들을 제작하면서 아이돌 그룹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치열한 장 안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

계속 1등만 하는 친구들도 그런 부분들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렇더라. 그 와중에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많이 한다. 3분 무대에 서는데 파트를 나누면 본인이 카메라에 잡히는 시간은 매우 짧다. 근데 그 짧은 순간에도 우리 주얼리가 잘 보이도록 다 신경써준다. 함께 작업하는 입장에서 정말 감동이다. 어리지만 배울 점들이 참 많다.

Q. 트와이스, 현아, GOT7, 틴탑 등 걸 그룹과 보이 그룹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또, 새로운 케이팝 장신구를 많이 디자인 해왔다.

정재인 작가: 그동안 많은 장르의 장신구에 도전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끝이 없다.(웃음) 미묘한 차이로 다 다르다. 그래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일은 늘 신난다.

Q. 시작 단계에서는 도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근데 경력과 명성이 쌓이면 무모한 도전은 피하게 되기도 한다. 여전히 안 해봤던 스타일에도 자신감 있게 도전하는가?

정재인 작가: 일단 한다고 한다. 그러면 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 우주소녀의 장신구를 개발했다. 전에 내가 안 해봤던 스타일이었는데 해보니까 재밌었다. 멤버 수가 13명인데 한 콘셉트 안에서도 멤버 별로 다 다르게 하다 보니 더 많은 디자인을 해보게 됐다. 콘셉트가 새로웠기 때문에 기존의 내 색깔이 전혀 안 들어갔던 것 같다.

같이 일하는 다른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우주소녀의 장신구가 특이해서 어디서 제작했나 했는데 역시 민휘에서 했다고 하더라” 라고 했다. 13명 멤버의 장신구로 한 무대를 채운다는 것,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 모두 내게는 큰 도전이었던지라 뿌듯하고 기뻤다.

Q. 확실히 장신구가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정재인 작가: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스타일링을 잘 해주었고, 멤버들이 예쁘게 착용해준 덕분이다. 멤버들이 사진도 정말 사랑스럽게 찍어서 보내줬다. 장신구가 돋보이면 표면상으로는 장신구만 잘한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근데 아니다. 좋은 결과물은 그 안에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보고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예쁘게 스타일링 해주신다. 그리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도록 조언도 해주시고 아이디어도 내주신다. ‘우주소녀’는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소속사에 장신구 제작비용도 따로 받을 수 있도록 말씀을 잘 해주셨다. 흔쾌히 서포트해주신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

Q. 새로운 디자인을 할 때 시간은 얼마나 가지고 하나?

정재인 작가: 방송일은 특성상 시간이 여유 있게 주어지기 힘들다. 우주소녀 장신구도 쇼케이스 삼일 전인가 의뢰가 왔다. 연휴가 껴 있어서 실질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았다. 짧은 시간 내에 새로운 디자인을 해내려면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다 비우려고 노력한다. 의뢰 온 콘셉트와 의뢰인에 온전히 집중하려고 한다. 계속 보고 또 보고, 의뢰인과 소통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다보면 감이 온다. 감을 잡으면 그 때부터는 내 창의력도 발휘되고 변형 되면서 더 좋은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Q. 일이 너무 촉박하게 들어오면 힘들지 않나. 안 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다.

정재인 작가: 몬스타엑스가 그런 경우였다. 몬스타엑스 협찬 의뢰가 왔을 때, 일이 너무 많은 상태였다. 사극들도 하고 있었고, 남자 아이돌 그룹들도 여러 팀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남자 그룹을 받는 것이 버거웠다.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팀도 기존에 알던 팀이 아니어서 처음 연락이 왔을 때 다음에 오셨으면 했다. 근데 실장님께서 쇼케이스가 내일이니 바로 오시겠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그랬지만, 주얼리 협찬 사진들을 받고는 몬스타엑스 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멤버들이 사진들을 너무 예쁘고 성의 있게 찍어서 보내줬다. 멤버들이 주얼리에 신경을 많이 써줘서 댄스곡인데도 무대마다 주얼리가 참 잘 보였다. 멤버들마다 강조하는 아이템이 따로 있었다. 특히, 민혁 씨는 무대마다 초커를 잡아 줬다. 원래 안무인가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대기실에서 초커를 활용해 안무 연습을 따로 했다는데 감동 받았다. 우리 주얼리를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사진=엑소백현,예능연구소
사진=엑소백현,예능연구소
Q. 엑소, GOT7, BAP, 틴탑, 몬스타엑스 등 정재인 작가가 작업하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유난히 초커를 많이 착용한다.

정재인 작가: 원래 초커는 트와이스, AOA, EXID 등 여자 아이돌 그룹 주얼리로 만든 것이었다. 근데 남자 그룹도 하고 여자 그룹도 하는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스타일링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다가 남자 아이돌 멤버들도 착용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까 초커의 사이즈가 작은 것도 많다.

이번에 민혁 씨는 목걸이로 안무에 포인트를 줘야 한다며 초커를 꼭 챙겨 착용했다고 들었다. 딱 봐도 사이즈가 맞지 않아 스타일리스트팀에서 빼라고 이야기해도 무대에서만 하고 바로 빼겠다며 안 뺐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초커가 끊어진 적이 있었다. 근데 신경 써 줬던 일들을 다 아니까 ‘괜찮다’는 말이 나왔다.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다.(웃음)

주얼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주니까 나도 더 신경 쓰게 됐다. 목에 맞게 사이즈도 늘려줬고, 새로운 디자인도 개발해서 보내줬다. 그래서 무대도 더 예쁘게 보여 진 것 같다. 서로 신경 써 줄 부분들을 신경 쓰면서 협업하면 결과물도 계속 좋은 방향으로 발전된다. 사실 몬스타엑스는 만나면서 일을 진행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신경써줬다고 해서 더 고마웠다. 멤버들이 원래 마음씨가 따뜻하고, 주변사람들을 다 잘 챙긴다고 들었다.

Q. 남자 초커 같이 특수한 장신구를 제작하는 곳이 드물다. 주문 고객도 많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연예인 고객이 있다면?

정재인 작가: 몬스타엑스 원호 씨. 원호 씨께서 콘서트 개인 무대 때 착용할 초커를 주문 제작 하셨다. 시안을 주셨는데 받은 시안과 똑같이도 제작해보고, 또 그 시안을 바탕으로 내가 디자인을 더 가미해 제작해봤는데 후자를 구매하셨다. 내가 몬스타엑스를 협찬하면서 생각했던 이미지와 원호 씨의 신체적인 특징을 고려해서 디자인했는데 그것을 알아봐주신 것 같았다. 너무 마음에 들어해주셔서 정말 기뻤다. 무대에서도 예쁘게 착용해주셨는데, 그 다음에 중요한 영상 자료에서도 착용해주시고 사진도 따로 올려주셨다. 여러 가지로 정말 감사했다.

Q. 개인의 이미지와 신체적인 특징을 고려해 디자인한 것을 의뢰인이 알아봐주면 뿌듯할 것 같다.

정재인 작가: 원호 씨는 원래 주얼리나 패션에 관심이 많으신 분 같다. 이전에 다른 브랜드에도 주문제작을 많이 맡기셨던 것 같은데 내가 한 것이 마음에 든다며 전에 제작했던 목걸이를 녹이고 새로 제작하고 싶다고 하셨다. 목걸이를 봤는데 흔한 디자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브랜드의 은반지들을 녹여서 내게 다른 것들도 의뢰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브랜드는 내가 남자 분들의 손가락 사이즈를 잴 때 많이 봤던 브랜드다. 크롬하츠 보다 우리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든다는 말씀 같아서 정말 감동받았다. 그렇게 믿어주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더 많이 신경 쓰게 된다.

Q. 함께 작업한 연예인에게 그런 코멘트를 들으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정재인 작가: 일단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 일하면서 그렇게 감동적인 말들을 종종 듣는데 내가 참 좋은 사람들하고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해서 더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말하기를 잘 했다’ 했으면 하지, 잘못 생각했다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웃음)

Q. 특수한 디자인인데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 지고, 연예인이 직접 사진을 올려주면 많은 사람들이 문의하지 않나?

정재인 작가: 구매한 건에 대해서는 사진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원호 씨께서 무슨 주얼리를 주문 제작했는지는 사람들이 모를 것 같다.(웃음) 그리고 문의가 오더라도 주문 제작 디자인은 되팔지 않는다. 특히, 연예인 분들은 본인만의 새롭고 특별한 룩을 제시하고, 고유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룩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Q. 근데 직접 디자인한 작품을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복제품을 만들기도 쉬울 것 같다. 특히, 방송에 노출되는 상품들은 복제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재인 작가: 그런 경우가 많다. 솔직히 비슷하게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꼭 내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서 카피 했다기 보다는 우연히 비슷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고 유연하게 생각한다. 내가 정말 엄청나게 특별한 디자인을 해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 드라마의 이름이나 착용한 연예인 분들의 사진을 무단 도용해서 사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2차 피해는 막고 싶다.

내가 그런 권리를 허락한 줄 아시는 분들도 있는데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내 목걸이 디자인을 도용한 분께서 “민휘아트주얼리에서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으니 내가 그 자료를 활용해서 판매를 활성화 시키는 건데 왜 안 되냐. 어차피 다른 디자인도 많이 있지 않냐”고 하신 적도 있는데 황당했다.

Q. 디자인 도용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정재인 작가: 나는 판매를 목적으로 디자인을 하고, 방송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그 디자인을 써서 판매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판매에 신경 쓸 시간에 시간을 쪼개서 내 안에 있는 디자인의 세계를 넓히고 싶었다.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많은 디자인을 해왔다.

그동안은 내 디자인인데 내가 판매를 안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2차 피해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디자인 도용을 비롯해 초상권 남용도 생긴다. 연예인 분들이나 스타일리스트 분께서 카피된 아이템과 사진들에 대해 먼저 말씀해주실 정도다.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Q. 얼마 전에 ‘아이유 귀걸이 사과문’이라는 글이 화제가 됐다. 애써서 만든 디자인이 도용됐을 때 선뜻 ‘괜찮다’고 말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정재인 작가: 처음에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근데 이야기 하고 보니 어린 학생이었다. 잘 모르고 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먼저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해줬다. 그래서 내가 괜찮다고 했다.

Q. 민휘아트주얼리에서는 그 귀걸이를 몇 개 팔았나?

정재인 작가: 우리는 하나도 못 팔았다.(웃음) 사실 우리가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 탓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어쨌든 그 문제는 잘 넘어가기로 했다.

Q. 민휘아트주얼리는 유난히 연예인들의 인증샷이 많다. 디자인 도용 문제들이 빈번하다는 것을 알고, 도와주는 것은 아닌지? 일반 협찬 사진 같지 않게 사진들도 정말 예쁘고, 연예인들도 본인의 SNS에 인증샷을 많이 올려주고 있다.

정재인 작가: 함께 일하는 분들께서 정말 많이 신경써 주신다. 예쁜 사진들을 보내주시고 따로 또 올려주신다. 스타일리스트 팀에서도 민휘아트주얼리용 사진은 따로 있다고 해주셨는데 정말 너무 감사하다. 함께 일하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나도 보내주시는 사진들 중에 가장 예쁜 사진들만 선별해서 업로드 한다.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 창출에 도움이 되려고 한다.

사진=가수현아인스타그램
사진=가수현아인스타그램
Q. 가장 기억에 남는 인증샷이 있다면?

정재인 작가: 현아 씨는 개인 SNS에 예쁜 주얼리 사진들을 정말 많이 올려주신다. 현아 씨께서 주얼리를 예쁘게 소화해내서 그런지 현아 씨가 착용한 주얼리들의 복제품이 많이 나온다. 구매하신 것들도 있어서 우리가 따로 올리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현아 씨께서 우리 검은 가죽 케이스 가방에서 주얼리를 직접 꺼내서 착용하는 사진을 몇 번씩이나 올려줬다. 그것도 민휘아트주얼리의 로고까지 잘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서 올려줬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감동 받았고 고마웠다.

Q. 현아가 착용한 초커 디자인이 특히 화제가 됐다.

정재인 작가: 작년에 초커 제작 의뢰를 받았을 때, 현아 씨의 초커뿐만 아니라 백업댄서 분들의 초커까지 같이 의뢰받았다. 무대에서 한꺼번에 보여 져서 비주얼 적으로 완성도가 더 있었던 것 같다. 현아 씨와 인연이 된지 벌써 꽤 오래됐다. 그동안 현아 씨께서 우리 주얼리들을 소화해내는 모습들을 보면서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하고, 본인 스스로 주얼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들이 멋지다고 느꼈다.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현아 씨께서는 주얼리 사진들을 꼭 따로 찍어서 업로드 해야 한다며 항상 챙겨주신다고 하신다. 그렇게 챙겨주는 모습들도 변함이 없다. 감사하다. 현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반가울 지경이다.(웃음)

Q. SNS에 올린 현아 사진과 글을 봤다. 꾸준하게 관계를 이어오면서 함께 좋은 그림을 선보이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정재인 작가: 일이 두 번, 세 번 이어지는 인연이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 주얼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항상 행복하고 감사하다. 오래 같이 하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하는데 당연해지거나 소홀해지지는 않는다. 또 우리의 기존 디자인들에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는 늘 잘 해내고 싶다.

Q. 그렇게 신경써주는 연예인은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겠다.

정재인 작가: 나에게는 나를 신경써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또 내가 그만큼 신경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 일이 잘 되면 그 안에는 분명히 나를 신경 써 준 사람이 있어서다. 그런 부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한다. 누가 신경써줘서 일이 잘 된 건지 알려고 하고, 알게 되면 나도 그만큼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연예인 분들이 많다. 스타일리스트 팀에서도 연예인 분들이 그렇게 찾고 신경써주는데 내가 신경 쓰고 싶을만하다고 말씀해주신다. 나도 그렇게 찾아주면 부족함이 없게 잘해주고 싶다. 서로 잘하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니까 일이 잘 된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 함께 하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김동완 씨도 솔로 앨범 때 함께 작업했었는데, 이번에 나오는 신화 앨범에도 일이 이어지게 됐다.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아무리 봐도 민휘아트주얼리가 가장 예쁜 것 같다’며 다시 연락 주셔서 매우 기뻤다.

SS301로 함께 작업했던 김규종 씨도 곧 솔로 앨범을 내는데 그 앨범에도 참여했고, AOA의 혜정 씨도 이번에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무대 외에 드라마에서도 우리 주얼리를 계속 착용하고 있다.

BAP도 컴백한 뒤부터 계속 같이 했던 팀인데 스타일리스트 팀이 바뀐 다음에도 계속해서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 전 팀에서 그만두게 됐다고 했을 때 너무 아쉬웠다. 근데 그 이야기를 듣고 몇 시간 후에 새로운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BAP를 맡게 됐다며 잘 부탁한다는 전화를 주셨다. BAP 이름을 듣자마자 너무 반갑고 좋았다.

Q. B.A.P는 매 앨범 다른 느낌으로 주얼리를 착용했다. 때마다 바뀌는 무대 주얼리가 눈에 띄었다.

정재인 작가: BAP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나도 신경을 많이 쓰는 팀이다. 처음에는 JYJ 일로 주얼리 작업을 같이 하는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BAP를 맡게 됐다며 같이 해보자고 했다. 힘든 일을 이겨내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팀이라며 잘해보자고 했다. 새로운 시작에 함께 하게 돼서 나도 더 응원하게 됐다.

멤버들이 활동 기간 내내 주얼리를 예쁘게 소화해주고 SNS에 주얼리 사진도 자주 올려줘서 고마웠다. 한국 앨범, 일본 앨범을 비롯해 투어 사진들에도 계속해서 우리 주얼리가 함께 보여 져서 좋았는데 이번 앨범부터 스타일리스트 팀이 그만둔다고 해서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새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BAP를 같이 해보자고 했을 때 더 좋았다.

공백 없이 작업이 이어지다 보니까 한 팀을 두 스타일리스트 팀하고 동시에 일하는 일이 생겼다. BAP의 행사 스케줄은 이전 스타일리스트 팀이, BAP의 새 앨범 스케줄은 새 스타일리스트 팀이 맡은 기간이 있었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 ‘단 한 무대도 우리 주얼리가 함께 하지 않는 경우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BAP 멤버들이 즐겨 착용하던 주얼리 스타일을 알고 있으니까 새로운 스타일리스트 팀에 내가 먼저 제시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콘서트에도 초대를 받았는데 매니저 팀장님께서 ‘우리는 주얼리가 일등이야’라며 멤버들하고 사진도 가장 먼저 찍도록 챙겨주셨다. 멤버들도 숍에 놀러오겠다며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다.

Q. 함께 하는 아이돌 그룹들을 정말 예뻐하는 것 같다. 이전 인터뷰에서 트와이스는 오디션 프로그램 때부터 작업한 아이돌 그룹이라 특별한 마음이 든다는 언급도 했다.

정재인 작가: 정말 예쁘고 고맙다. 원래 동생들을 예뻐하기도 한다. 사실 아이돌 그룹들과 같이 일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근데 함께 일하다 보니 알 것 같다.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 씀씀이들이 정말 예쁘다.

트와이스는 오디션 프로그램 때 보내줬던 협찬 사진들을 보면 지금보다 더 아가 같다.(웃음) 사진들을 예쁘게 보내줘서 볼 때마다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같은 주얼리를 착용하고도 사진들을 몇 개씩이나 보내준다. 몇 년 동안 우리 주얼리를 착용해주고 예쁜 사진들을 보내줬는데 특별한 마음이 들지 않겠나. 그렇게 몇 년을 사진으로만 만나다가 멤버들을 실제로 만났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 연예인 본 기분이었다. 하하.

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이 소화해내는 디자인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다. 모모 씨께서 ‘힛 더 스테이지’에 출연할 때 무대마다 다른 느낌의 주얼리들을 착용하고 사진을 보내 주셨는데 파격적인 주얼리 라인도 잘 소화해내셔서 보고 놀랐다.

사진=정재인작가인스타그램
사진=정재인작가인스타그램
Q. 정재인 작가는 인터뷰마다 항상 지금 작업하는 연예인 분이 뮤즈고 가장 좋다고 했다. 요즘 정재인 작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연예인은 누구인가?

정재인 작가: 가수는 엑소 첸백시, 그리고 배우 분은 김희선 씨. 극 중 김희선 씨께서 주얼리를 직접 만드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김희선 씨께서 도구를 정말 잘 다루신다. 실제로 직접 귀걸이를 만들기도 한다고 하셨다. 내가 만든 주얼리를 착용하는 사람은 특별하게 느껴지는데 내가 만든 것을 만드는 인물로 나오니까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정말 좋으신 것 같다. 많은 분들 앞에서 주얼리가 너무 예쁘다며 칭찬도 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했다.

Q. 드라마가 기대된다. 첸백시의 경우에는, 특히, 시우민이 착용한 귀걸이와 반지들이 인상 깊었다.

정재인 작가: 시우민 씨는 함께 일한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 내가 작업한 남자 연예인 분들 중에 귀걸이를 가장 많이 착용한 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착용하셨다. 그리고 어떤 디자인이라도 다 잘 소화해내셨다. 내가 함께 작업하는 여자 연예인 분들 중에 현아 씨께서 가장 길이감이 긴 귀걸이를 착용 하신다. 시우민 씨께서 그 정도 길이 감의 귀걸이도 소화해내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Q. 함께 일하는 톱스타들이 많다 보니 신인들은 민휘아트주얼리를 착용할 기회가 없겠다.

정재인 작가: 유명세에 따라서 협찬이나 제작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신뢰도다. 요즘에는 1월에 데뷔할 그룹의 주얼리를 제작 중이다. 얼마 전에 안무가 나왔다며 내게 안무도 처음으로 공개해주고, 멤버들과 주얼리가 포인트로 들어갈 부분도 함께 의논했다.

사실 케이팝 일은 제작 일이 많기 때문에 알리지 않고,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다. 협찬 없이 백프로 제작인 경우에는 알리지 않는데, 무대 장신구는 백프로 제작 의뢰가 더 많다. 그 그룹만의 고유 로고로 제작된 액세서리에는 내 디자인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Q. 아이돌 그룹의 경우 주얼리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정재인 작가: 정해진 예산에 맞춰주려고 한다. 근데 하다 보면 항상 예산을 초과한다.(웃음) 내 작품이기도 하니까 초과되는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한다. 디자인은 정성이다. 보고 또 보면 달라진다. 함께 작업하는 그룹 멤버들이나 스타일리스트 팀, 소속사에서 내가 더 좋은 디자인을 해내고 싶게끔 신경 써서 잘해준다.

사실 의상 외에 무대 장신구를 따로 제작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나와 몇 번 했던 팀이 다른 팀을 소개해주고, 또 함께 했던 팀들이 주얼리로 호평을 받으면서 제작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에게 정말 고맙기 때문에 내 선에서도 최선을 다 하게 된다. 내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투자를 못할 일도 없다.

Q. 파인 주얼리나 트랜디한 케이팝 액세서리 모두 다루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정재인 작가가 블로그나 기타 SNS를 통해 많이 알리지 않고 있기도 하고, 사극을 통해 전통 장신구를 선보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전통 장신구를 하기 때문에 트랜디한 주얼리 디자인에 대한 부분이 저평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극에 참여하고, 전통 장신구를 제작하는 일은 투자 비용도 크다. 돈을 쓰면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사업적으로는 좋지 않을 것 같다.

정재인 작가: 내 작품에 투자할만한 여유는 있다.(웃음) 하지만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많은 사극 작품에 참여하기는 힘들 것이다. 비용보다도 시간이 점점 없을 테니 말이다. 사실 내가 디자인한 작품들을 살펴봐도 현대 주얼리에 관심을 갖고 구매하는 분들이 가장 많기는 하다.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그 가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니 그 가치를 내가 만들어가야겠지. 내가 모든 분야의 주얼리를 다루니까 사람들이 내 현대 주얼리를 봤다가 전통 장신구도 보게 되고 하는 일들이 생긴다. 나를 통해 한명이라도 전통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애국심이 남달라 보인다.

정재인 작가: 누구나 애국심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애국심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엄마가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가는 것이다. 엄마가 열심히 쌓아왔던 길인데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멋진 일 같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엄마가 쌓아온 시간과 연륜을 따라잡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훌륭한 스승님을 바로 옆에 두고 배울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엄마한테 평생 배우면서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

Q. 자녀에게도 이 길을 물려주고 싶나?

정재인 작가: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대를 잇는 것’에 치중했다면 아빠 일을 잇는 것이 맞았다. 아빠는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을 모두 이룬 분이다. 외과 의사로서 30년이 넘도록 ‘무사고’ 타이틀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아빠를 아는 사람 모두가 아빠를 선비라고 부를 만큼 좋은 평판과 명성을 쌓았다. 아빠만의 큰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 이을 사람이 없이 그대로 사그라진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렇지만, 피를 무서워하는 내가 외과의사는 정말이지 엄두도 안 난다.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브랜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겠지만, 내가 물러나야 할 때도 있을 것 아닌가. 일을 좋아하고, 또 마음이 선한 사람이 함께 해서 브랜드가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란다.

Q. 영화와 드라마 장신구, 그리고 K-POP 액세서리 모두를 포괄적으로 디자인 및 제작하고 있다. 의상에서는 K팝 보다는 드라마가, 그리고 드라마 보다는 영화의 의상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은데 장신구는 어떤가?

정재인 작가: 그렇게 나누는 사람들이 있더라. 근데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 다른 분야에 대해 쉽게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 영화가 큰 스크린으로 보여 지다 보니 디테일한 것들을 신경 써야 된다고 하는데 다른 것들도 다 마찬가지다. 드라마는 고화질로 브라운관에 비춰지고,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신경 써야 된다.

케이팝 3분짜리 무대도 그렇다. 아이돌 그룹들의 영향력이 정말 크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팬이 많다. 작은 것까지 순식간에 퍼진다. 그리고 안무를 하면서 장신구도 360도 보여 지게 되므로 마무리까지 잘 신경 써야 한다. 뭐든지 소홀해도 되는 것은 없다. 영화, 드라마, 케이팝 분야에 상관없이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 최고로 예쁘고, 멋지게 보여 지기를 바란다.

Q. 정재인 작가의 작업 스타일을 보면 결과론 적인 것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정재인 작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중요성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드라마가 의뢰 올 때도 ‘미니시리즈가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전에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던 분들이면 뭐라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다. 시청률 1위 드라마도 하고 꼴찌 드라마도 해봤는데 정말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못해보고 상관없다고 하면 괜히 못해서 그런 것 같지 않나.(웃음) 다 해봤으니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앞으로도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Q. 일 욕심이 많고, 1등의 자리만을 고집할 줄 알았다.

정재인 작가: 일을 맡으면 일단 잘해내고 싶은 열정이 있기는 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웃음) 근데 일을 이 정도로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시 돌아가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웃음) 잠도 못자면서 노동의 강도가 엄청났다.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까지는 없는데 너무 일만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동안 일이 들어오면 잘 거절하지를 못했다. 일하면서 나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니까 재밌어서 들어오는 일들을 거의 했다. 몸을 혹사하기도 했다. 근데 작업을 하다가 무심코 거울을 봤는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행복하게 살아야 되는데 내가 왜 이러지?’ 했다. 그 와중에 카네기 홀 이벤트에 참여하게 됐고, 정말 행복했다. 뉴욕에 다녀오고 나서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내가 요즘에는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다음 일도 같이 하자고 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오래 보자고 한다. 다들 나보고 한층 더 할머니 같아 졌다고 한다.(웃음) 작년에 함께 작업하는 가수 분께서 “나는 1등도 다 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1등의 자리에 미련이 없다. 그저 다음 앨범 낼 정도로 손익분기점만 넘기면서 행복하게 활동하고 싶다. 후배들과 경쟁보다는 함께 즐기고 싶다”고 하셨다. 그 때는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확실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Q. 디자인 브랜드 특성상 착용하는 연예인의 이미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감격시대’ 나 ‘냄새를 보는 소녀’는 정재인 작가의 대표작으로 손꼽혀왔지만 주인공 김현중과 박유천이 논란에 휩싸였다. 작품과 작품 속의 디자인 역시 빛바랜 부분이 있다.

정재인 작가: ‘감격시대’와 '냄새를 보는 소녀‘를 통해 선보인 디자인들은 내 대표 작품으로 소개될 만큼 내게 중요한 작품들이었다. 사건 이후에는 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터뷰에서 모두 배제되는 것을 봤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게는 소중한 작품들이고 아직도 김현중, 박유천 씨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현장에서 두 배우 분께서 많이 신경 써 준 덕분에 원래 설정보다 반지가 더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반지 예쁘다’는 대본에 없던 대사도 해주시고 드라마 제작 발표회나 쇼케이스 같은 자리에서도 우리 주얼리를 챙겨 착용해주시는 등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았다. 하나도 잊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SS301과 JYJ 스타일리스트 분들과도 계속 교류하면서 일을 해나가고 있는데 내가 두 분께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두 팀을 더 신경 쓰게 된다. 이후에 두 분과 직접적으로 일할 기회는 없었지만 나중에라도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그렇게 하고 싶다.

Q. 인터뷰 내내 스타일리스트들의 이야기를 한다. SNS에도 스타일리스트들의 이름을 일일이 쓰며 고마움을 표하는 것을 봤다.

정재인 작가: 내가 스타일리스트 분들과도 많이 일하는데, 나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협찬 보내기 보다는 콘셉트에 맞춰 새롭게 개발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까 스타일리스트 분들도 오픈해서 콘셉트에 대한 의논을 해주시고 나도 스타일리스트 분들이 하는 일들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스타일리스트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도 알게 됐다. 근데 그런 것들을 아무도 안 알아준다고 한다. 내가 알아봐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안 알아주면 알려보자고 했다. 내가 같이 알리겠다고 했다. 특히, 막내로 일하는 분들은 공식 크레딧에서도 빠질 때가 있다. 그런 부분들이 속상하다고 이야기하더라. 다 같이 고생하니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해서 시작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몰랐다. 근데 스타일리스트 분들께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야기해주신다고 한다. 특히 내가 알고 있던 잡지 에디터 분들이나 기자 분들께서 내 SNS를 보시고는 스타일리스트 분에 대해 기사를 쓰고 싶다고 하셔서 연결된 경우도 있는데 좋은 일들이 일어나게 돼서 기뻤다.

Q. 스타일리스트 팀과 특별한 관계로 일하는 것 같은데 함께 작업하는 기준이 있나?

정재인 작가: 내게는 우리 물건을 직접적으로 관리해주는 스타일리스트 팀이나 미술팀이 정말 중요하다. 연예인 분께서 찾아준다고 해도 스타일리스트 팀이 어딘지 같이 본다. 약속을 안 지키고 신뢰가 없는 팀에는 협찬하지 않는다.

드라마 주얼리를 하건 무대 장신구를 하건 포인트로 한 두 아이템을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에 함께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물량을 많이 보내는 편이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물건들을 잘 관리해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도 다 약속이고 책임감이 보이는 부분이다. 약속을 잘 안 지키는 모습을 보게 되면 더 이상 함께 일하지 않는다. 물건에 관한 건 가장 작은 부분이다. 물건이나 일 때문에 사람 관계가 흐트러지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런 작은 부분에서도 약속이 어겨지면 더 큰 일은 함께 못하는 것 같다.

내가 4년째 많은 일을 하면서 여러 스타일리스트 팀을 경험해봤다. 내가 자주 숍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4년 동안 얼굴 한 번 못 본채로 꾸준히 일해 온 스타일리스트 분도 있다. 만나게 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하는 시간이 정말 짧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내가 대여를 해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책임감에 관한 부분만큼은 확실하게 보인다.

제 때, 반납하고 대여 기간이 미뤄졌을 때는 이유를 설명해주면 나와 문제 생길 일이 없다. 분실이 생긴다고 해도 우리는 정말 최소한의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잘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다.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팀들은 다 책임감이 있는 팀들이라서 내가 신뢰하고, 누군가에게 추천도 할 수 있다.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보면 ‘고맙다’, ‘내가 더 고맙다’ 이런 좋은 이야기들 밖에 안 한다.

Q. 정재인 작가가 작업하는 팀은 무대마다 늘 새로운 주얼리가 보여 지는데, 기본 물량을 많이 보낸다고 하니 이해가 된다. 미납이나 파손 등의 사고는 없나?

정재인 작가: 솔직히 주얼리에서 만큼은 다른 브랜드와 섞여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본 물량을 많이 보내는 것도 있다. 일단 물량이나 디자인에서 부족함이 없어야 우리 작품들로만 그림이 완성될 수 있고, 또 전체적으로 조화로울 수 있기도 하다. 처음 일할 때는 ‘일단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다. 그렇게 믿었을 때, 더 큰 믿음을 돌려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근데 아닌 사람도 있기는 하더라.

우리 매장에는 CCTV 자료도 다 남아 있고, 사진이나 서류 등의 작업으로 파손이나 분실이 생겼을 때, 서로 모를 수가 없게 처리한다. 근데 먼저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고, 핑계를 대고 계속 미루는 사람이 있다.

막내라도 끝까지 책임감 있게 일처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나도 더 잘해주려고 한다. 독립하거나 다른 팀에 옮긴 다음에도 내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뜯어 말린다. 내가 주변에 소개도 많이 한다. 그렇게 책임감 있고,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이 잘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소녀시대 스타일리스트 팀에 있었던 분께서 일을 그만두셨다.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매번 일 처리를 정확하게 해줘서 내가 신뢰했던 분이었다. 그만둔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이 말렸었다. 얼마 후에 다른 팀을 맡아서 연락을 다시 줬는데 정말 반가웠다. 그리고 지금 더 좋은 관계로 많은 일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서로 믿음을 쌓아서 오랜 기간 일이 이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Q. ‘일단 믿어보자’는 마음이 참 좋은 마음이기는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정재인 작가: 아무나 믿어보는 것은 아니다. 보통 소개를 통해서 오기 때문에 중간에 함께 아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믿으면 사기 당한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나는 사기 당해도 괜찮을 정도로만 믿어본다. 그 믿음이 더 큰 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아닌 경우에는, 물건 보내는 것들을 합산 해봐도 백만원 안 쪽 선인데 그 정도 금액으로 사람을 걸렀다고 생각하면 큰 탈 없이 걸렀다고 생각한다. 본인 마음이 가장 불편할거다. 현장에서 나를 우연히 만나게 돼도 피해 다니기 바쁘더라. 소탐대실이다.

Q. 책임감과 약속, 사람 관계에서 참 중요한 부분이다.

정재인 작가: 무슨 일을 할 때, 생각한 그대로 다 안 될 수가 있다. 상황에 따라 더해지거나 덜해질 수 있는 것을 알지만 기본적인 약속은 지켜야 한다. 최소한 양해라도 구해야 한다. 일이 많아서 힘든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믿는 사람들과 일하면 일을 많이 해도 힘들지 않더라. 나는 의심하고 이런 성격이 못된다. 그래서 물건도 믿고 많이 보내는 것이다.

근데 어떤 사람이 내가 보내는 물건들을 잘 관리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면 일을 못한다. 그런 것들까지 신경 쓰면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 나는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부분은 믿고 맡겨서 함께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다. 사소한 것,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인정받고 성장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한 가지의 일을 하더라도 믿음이 있는 팀과 더 좋은 일들을 함께 만들어 가려고 한다.

Q. 많은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좋은 사람들을 더 잘 알아볼 것 같다.

정재인 작가: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 내가 오랜 기간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면 신뢰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다. 내가 사람을 잘 알아보는 편이기는 한 것 같다. 그 느낌이 있다. 근데 내가 일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와 많이 만나거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오래 볼수록 잘 보이는 면도 있지 않나. 그래서 어떤 느낌보다도 정확하게 발생한 일들로만 사람을 판단하려고 한다. 내가 대여를 해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사람을 잘 알아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좋을 때는 다 좋다.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봐야 한다. 물건을 대여한 뒤에 책임감 없이 일 처리를 하는 사람이 결코 좋은 사람일 리가 없다. 그런 사람은 어디를 가도 피해를 끼친다. 비슷한 일이 다른데 가서도 발생하는 것을 봤다. 신뢰도가 없는 사람은 일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Q. 인터뷰 하면서 정재인 작가는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참 올바르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한 마음을 지녔지만 동시에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낼 줄도 아는 모습이 인상 깊다. 정재인 작가를 인터뷰 했던 주변 기자 분들도 다 같은 말을 한다. 정재인 작가가 앞으로 더 잘됐으면 좋겠고, 곧 그렇게 될 것 같다는 평가가 많다.

정재인 작가: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내가 일이 많기 때문에 사실 사람들하고 대화를 길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기자님들과 인터뷰 하는 시간은 항상 즐겁고 신난다. 이미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계시니까 나도 처음 본 것 같지 않게 많은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다. 인터뷰를 짧게 해본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웃음)

내가 일부러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일하면서 힘든 점들도 솔직하게 토로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나를 좋게 봐주시나 싶기도 하다. 나를 응원해주시고 예쁘게 봐주시는 기운이 인터뷰 내내 느껴지는데, 송출된 기사 전문을 보면 그 마음을 또 한 번 느낀다. 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Q. ‘달의 연인’이 종영됐고, 곧 드라마 ‘화랑’이 방송된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정재인 작가: 현재 ‘왕은 사랑한다’에 매진하고 있다. ‘왕은 사랑한다’는 드라마 최초로 많은 한복 디자이너 분들께서 참여하는 형태로 작품이 기획되어 있다. 정말 새롭고 예쁜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제작사 대표님께서 많은 한복 선생님들께서 장신구를 꼭 민휘아트주얼리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해주셨다고 전해주셨다. 어떤 선생님께서는 작품에 참여하는 단 한 가지 조건으로 나와 함께 하는 것을 말씀했다고도 전해주셨다.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챙겨주시는데 내가 정말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사실 대부분의 한복집에서 장신구를 같이 한다. 그런데도 내가 함께하도록 따로 또 그렇게 챙겨주시는 것이다. 내가 작품에 참여할 때마다 한복 선생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작품에 참여할 때도 그렇고, 잡지 화보를 찍을 때도 꼭 챙겨주시고는 한다. 아직까지 한복 보다 장신구가 먼저 세팅되는 일은 잘 없기 때문에 내가 도움드릴 일이 많지 않아 늘 신세지는 기분이다. 항상 감사하고, 도움 받은 일들을 어떤 형태로든 꼭 되갚아 나가고 싶다. 일단 이번 작품의 많은 분들께서 크게 믿어 주신만큼 정말 열심히 해서 꼭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내고 싶다. 사실 올해 내내 너무 달려왔기 때문에 좀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특별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

Q. 한 두 명이 아닌 여러 명의 한복 디자이너 선생님이 정재인 작가를 꼭 찾는 이유는 정재인 작가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예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일 것 같다.

정재인 작가: 나도 서로 배려하면서 함께 가는 것을 중시하지만, 나를 그렇게 찾아주는 사람들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를 또 찾아주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나도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남을 밟고 올라서야 1등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일에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Q. ‘화랑’의 박형식과 ‘왕은 사랑한다’의 임시완은 둘 다 왕 역할인데 장신구 디자이너 입장에서 누가 더 멋진가?

정재인 작가: 두 분 다 장신구가 중요한 캐릭터다. 일단 ‘화랑’이 곧 방송되니 지금은 박형식 씨가 더 멋진 것 같다.(웃음) ‘화랑’이 끝난 다음에는 임시완 씨가 더 멋진 것으로 하겠다.(웃음) 두 분 다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곧 방영되는 드라마 ‘화랑’도 큰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이정아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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