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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자 유찰 겪은 방배5구역, 제한경쟁방식으로 강화한 까닭은?

신용평가등급 A+로 제한…현설에 1개사만 불참해도 무조건 ‘유찰’

조합원들, “수의계약 직행 위한 수순” 의혹 제기…사업 갈수록 태산

기사입력 : 2017-07-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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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5구역 현장모습.(사진=최영록 기자)
방배5구역 현장모습.(사진=최영록 기자)
[공유경제신문 박정우 기자] 시공자 재선정 1차 시도에서 고배를 마신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이 기존보다 강화된 입찰방법으로 전면 재수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유찰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걸어 수의계약 시기를 앞당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찰 겪고도 오히려 기존보다 강화…역행하는 방배5구역

앞서 지난달 30일 방배5구역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마감을 진행했지만 현대건설 단 한곳만 입찰하면서 유찰의 쓴맛을 맛봤다. 이후 조합은 곧바로 시공자 재선정 절차에 나서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고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시공자 선정계획안 등을 심의했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한차례 유찰을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존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통상 유찰될 경우 입찰조건을 완화시키거나 유지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인데 방배5구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사회 심의를 거친 시공자 선정계획안에 따르면 입찰방법은 기존 ‘일반경쟁방식’에서 ‘제한경쟁방식’으로 변경했다. 기존 방식에서는 2개사만 들어오면 입찰이 성립하는 데 반해 앞으로는 반드시 최소 5개사가 참여해야 한다. 그만큼 입찰이 성립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여기에 세부조건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한건설협회가 공시한 시공능력평가액(토목·건축부문) 15위 이내 업체 △입찰공고일로부터 가장 최근 회사채 신용평가등급 A+ 이상인 업체(한국신용평가 기준)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조합이 배부한 입찰참여안내서를 수령한 업체 등이다.

다시 말해 이 조건을 만족하려면 시공능력평가액 15위 이내 건설사 중에서도 신용평가등급이 A+ 이상인 건설사만 입찰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신용평가를 통해 조사한 결과 이 조건을 만족하는 건설사는 고작 5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5개사가 앞으로 있을 현장설명회에 모두 참석한 후 입찰까지 해야 제한경쟁방식에 따른 입찰이 유효하다는 얘기다. 만약 1개사라도 현장설명회에 불참할 경우 자동으로 유찰된다. 따라서 제한경쟁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입찰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단기간 내에 수의계약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꼼수’

이를 통해 조합은 수의계약까지 많은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일반경쟁방식의 경우 ‘입찰공고→(7일 후)현장설명회→(45일 후)입찰마감’ 순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어쨌든 입찰마감일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방배5구역은 이러한 절차를 앞으로 두 번 더 해야 하는데 그러면 최소 4개월이 지나야 수의계약이 가능한 상태에 놓인다.

이에 반해 제한경쟁방식으로 변경하게 되면 같은 방식으로 세 번을 연달아 진행하더라도 불과 한달여 밖에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장설명회 결과만 보더라도 유찰 여부를 바로 알 수 있어 조합으로서는 입찰마감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들은 결국 조합이 시공자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정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동시에 그 시기도 앞당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A조합원은 “1차에서 유찰됐는데도 불구하고 조건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된 제한경쟁방식으로 변경했다는 점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조합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B조합원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경우 사실상 갑과 을의 관계가 뒤바뀌게 된다는 것을 조합은 왜 모르냐”며 “조합원들의 재산을 시공자에게 갖다 바치는 겪인 수의계약 방식을 전체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앞장서 막아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합은 오는 10일 긴급 대의원회를 열어 앞서 이사회에서 심의한 시공자 선정계획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또 이를 토대로 오는 12일 입찰공고를 내고 제한경쟁방식에 따른 시공자 선정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수의계약하더라도 법적 문제될 수도…소송전 예고

방배5구역이 3회 유찰로 인해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더라도 향후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수의계약은 일반경쟁이 원칙이기 때문에 중간에 입찰조건을 바꿨다면 불가능하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이미 나와 있어서다.

지난해 7월 법제처는 방배5구역과 같이 중간에 입찰조건을 변경한 사안에 대해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경쟁입찰 제도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경쟁입찰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초 입찰부터 재공고입찰과 수의계약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동일하게 취급하려는 취지를 보면 최초 입찰시 정한 조건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동일성의 유지가 기본이다”고 고등법원의 판례와 앞서 내놓은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용했다.

이어 “그런데 유찰된 입찰 간에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 입찰시 과도한 조건을 제시하는 등으로 경쟁입찰 성립이 불가능한 형식적인 입찰을 진행한 후 유찰을 이유로 수의계약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며 “그러면 경쟁입찰을 최소 3회 이상 하도록 함으로써 경쟁입찰의 원칙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입법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제처는 입찰이 3회 유찰됐지만 ‘입찰참가 자격’이 다른 경우에는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 제5조제2항에 따라 시공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은 저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나온 이상 입찰자격이 강화된 경우에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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