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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 로스쿨생에 <법은 왜 부조리한가> 추천

레오 카츠 교수 “법의 모순과 부조리 문제에 대해 근원적이고 통찰력 있는 해답 내놓아”

기사입력 : 2012-08-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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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법은 왜 좀도둑질처럼 사소한 행위는 처벌하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수영선수 같은 반인륜적인 행위는 처벌하지 않을까?”

“법은 왜 성매매나 대리모 계약처럼 양측이 모두 만족하고 그 누구에게도 피해가 없는 거래를 금지할까?”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다. <법은 왜 부조리한가>의 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로스쿨(Law School, 법학전문대학원)의 레오 카츠 교수는 이러한 법의 모순들이 집단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논리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를 고용해 법의 허점을 찾아 탈세 수법을 쓰는 개인과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세금을 줄줄 세게 하는 법의 허점이 존재하는 걸 알면서도 없애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은 비난받아야 할 대상인가?

법적 판결은 유죄 혹은 무죄 식으로 지극히 이분법적인 판결만을 고집한다. 현실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양극단의 중간 선상에 있는 절충적인 판결, 예컨대 60퍼센트 정도의 유죄, 원래 유죄 형량의 60퍼센트 정도만 선고하는 중도적 판결을 내릴 수는 없을까?

카츠 교수는 <법은 왜 부조리한가>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별다른 의문 없이 받아들이고 있거나, 막연히 불편하게만 여겼던 법의 부조리한 측면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감정적인 불편함만을 느낄 뿐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특히 우리의 도덕적 정서에 비춰 매우 악랄해 보이는 범죄가 기대보다 훨씬 더 약소한 처벌 판결을 받으면 사람들은 분노하며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모두 사법과 입법의 제도적 문제 혹은 정의가 지켜지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로 그 원인을 소급하곤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중들이 기대하는 법의 모습과 현행 법제도의 사이에 생긴 간극 혹은 법의 근본적인 모순에 대해 판사, 변호사, 입법제정자 같은 법조인도 속 시원하게 해명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레오 카츠 교수는 이러한 법적인 난제들과 모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법학자이다. 그는 <뉴욕타임스>에서 “법의 철학적 측면을 환상적으로 다루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전작 <나쁜 행위와 죄의식(Bad Acts and Guity Minds)>에 이어, 신작 <법은 왜 부조리한>에서 법의 모순과 부조리 문제에 대해 좀 더 근원적이고 통찰력 있는 해답을 내놓는다.

카츠 교수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법의 모순과 부조리함이 근본적으로 한 가지 원인에서 귀결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경제적인 것도 철학적인 것도 정치적인 것도 심리적인 것도 아닌 지극히 ‘논리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치 못한 대상에 법의 문제를 비유하며 논지를 펼친다. 바로 ‘투표제의 모순’은 ‘법의 모순’과 그 본질이 같고, 투표제의 모순을 파헤치면 법의 모순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투표제의 모순과 문제점을 연구한 사회선택이론에 비춰 법의 모순을 파헤쳐 간다. 그리고 자칫 어렵고 생소해 보일 수 있는 이러한 주장을 여러 가지 법적 사례를 비롯해 철학, 경제학, 통계학, 심리학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들을 들어 쉽고 다채롭게 풀어내고 있다.



◈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낸 법 이야기

의사가 한 명 밖에 없는 응급실에 사고로 다친 부부가 실려 온다. 남편은 두 다리를 모두 잃을 수 있는 중태를 입었고 부인은 집게손가락 하나를 심하게 다친 상태다. 그런데 남편은 의사에게 자신의 두 다리 치료를 포기하고, 대신 피아노 치는 것이 삶의 희망인 부인의 손가락을 치료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다. 자신의 치료 권리를 부인에게 양도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의사가 하는 수 없이 남편의 다리 대신 부인의 손가락을 치료하려는 순간, 다리 한쪽을 다쳐서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들어온다. 마지막에 들어온 환자는 손가락처럼 경미한 치료를 할 바에는 더 위중한 자신의 다리를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두 다리를 다친 남자가 누구보다 자신에게 치료 우선권이 있으며 애초에 자신이 치료를 받는다면 다리 한쪽을 다친 환자는 선택권조차 없을 것이라고 항변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아내를 치료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다리 한쪽을 다친 환자는 ‘집게손가락’과 ‘다리 한 쪽’의 응급상황을 비교할 때 ‘손가락’을 먼저 치료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손가락을 치료하려거든 자신의 한쪽 다리를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는 누구를 먼저 치료하느냐를 두고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응급 순위 순환론’이라고 명명한 이런 상황극들을 법적 문제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변화 ․ 응용해 보여준다. 그리고 법이 여러 가지 상충하는 기준과 대안들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해, 어떤 기준(대안)을 어떠한 이유로 포기하거나 금지해야 하는지 상황극에 비춰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준다.

<왜 법은 부조리한가>의 감수를 맡았던 금태섭 변호사는 “이 책은 사회선택이론을 동원해서 언뜻 보기에 불합리해 보이는 법의 모습을 정밀하게 분석해내고 있다. 로스쿨에 다니고 있거나 입학을 희망하여 논리적인 사고를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라고 권유했다.

이 책은 그동안 불편하게만 여길 뿐,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법적 문제들의 이면을 논리적, 이성적으로 파헤치며 대중과 법제도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레오 카츠 교수는 이 책에서 부조리해 보이는 법의 모순점 4가지를 지목하고 이를 첨예하게 풀어내어, 또다시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레오 카츠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로스쿨의 프랭크 카라노 석좌교수직(Frank Carano Professor)을 역임하고 있다. 1979년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82년 동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시카고대학교 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우수법학도학회(Order of the Coif) 회원으로 선출됐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재판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법무법인 메이어, 브라운 앤드 플랫의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했다. 1987년부터 미시건대학교 로스쿨의 부교수로 재직했고, 1991년부터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로스쿨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은 왜 부조리한가>
레오 카츠 지음|감수 금태섭 변호사 |이주만 옮김|와이즈베리|336쪽|1만5000원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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