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들 중 병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동래구 온천동 D요양병원 실제 운영자 A씨(50) 등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된 이들은 제도와 법률의 맹점으로 국고보조금인 요양급여비 253억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다
구속된 A씨 등 3명은 2007년 1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친인척인 한의사의 명의를 빌려 동래구 온천동에‘D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여 89억원 상당의 요양 급여비 등을 부정 수급했다.
또 2011년 6월부터 2014년 6월까지 허위 이사회 회의록을 이용, 매도된 남구 대연동‘A요양병원’을 인수한 후 사실상 이사장 개인 병원처럼운영하여 41억원 상당의 요양 급여비 등을 부정 수급한 혐의다.
또한 구속된 B씨(42)는 2007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가짜 조합원을 이용한 의료생협을 만들어 북구 덕천동에‘N요양병원’과‘S요양병원’ 2곳을 개설한 후, 조합 회의 서류 등을 위조하는 방법으로 조합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 123억원 상당의 요양 급여비 등을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무장 병원’이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현행법(의료법)을 위반하여 일반인이 의사 명의를 빌리거나 비영리 의료법인이 만든 의료기관을 개인 병원처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생협의 병원은 산간벽지 등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이 자본금을 모아 의료시설을 만들어 보다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특수 목적으로 허용한다.
이복상 경감은 “수사 결과는 달랐다. 조합원의 이름만 빌려 생협 설립 인가를 받았을 뿐 모든 것이 위조됐다. 300여명의 조합원도 가짜, 창립총회나 발기인 대회 관련 회의록도 전부 가짜였다. 더 웃기는 건 해당 병원을 이용한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이 아닌 법인이 운영하는 경우는 외관상 완벽한 병원이라서 이사회 등 설립 관계자나 조합원의 내부 고발이 없으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의료법인 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이런 맹점으로 수법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특히 법인 매매를 통한 사무장 병원 적발은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정 수급액을 환수토록 통보하고, 보건 복지부에 의료법인과 의료생협은 설립 단계에서부터 그 진위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의료법인 매매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공식 통보하는 한편, 같은 수법의 의료법인이나 의료생협이 더 있을 것이라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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