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기초사실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회생채무자 주식회사(이하 A사)가 2013년 12월경부터 전기요금을 체납하자 이를 이유로 작년 6월경 전기 공급 계약을 해지하고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A사는 작년 10월 창원지방법원에 법인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고 두 달 뒤 개시결정이 이뤄졌다. 이로써 2억9천여만원의 전기요금채권은 회생채권에 포함됐다.
A사의 관리인 B씨(채권자)는 개시 결정 이후 사업 재개를 위해 한전(채무자)에 전기공급을 요청했으나, 한전은 전기 공급의 조건으로 전기기본공급약관을 들어 ‘장래 전기사용료에 대한 보증의 제공’을 요구했다.
B씨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122조 제1항 ‘채무자에 대해 계속적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의 상대방은 회생절차개시신청 전의 공급으로 발생한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을 변제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그 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없다’라는 조항을 근거로 한전에 전력공급을 재개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전기기본공급약관 등에 따라 회생절차가 개시된 회사에 대해 장래 전기요금에 대한 보증을 요구할 수 있고, 채권자가 이에 응하지 않는 것은 전기사업법 시행규칙 제13조 제1항 제2호의 ‘전기의 공급을 요청하는 자가 전기판매사업자의 정당한 조건에 따르지 아니하고 다른 방법으로 전기의 공급을 요청하는 경우’에 해당해 전기의 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민사부(재판장 이흥구 지원장)는 최근 B씨가 한전을 상대로 낸 전력공급재개가처분 신청에 대해 “한전은 전력공급을 재개하라”고 결정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법 시행규칙 제13조 제1항에서 정한 ‘예외’에 장래 전기요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는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채무자의 주장처럼 넓게 해석한다면, 채무자는 이를 이유로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게 돼 법과 시행규칙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예외 사유’를 채무자의 의사에 따라 무한정 확장할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22조 제1항에 따르면 채무자는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미납 전기요금을 이유로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없고, 회생채권은 위 법에 의해 그 내용 및 행사방법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래 전기요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기 공급을 거부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전기요금을 미납해 전기 공급 계약을 해지 당한 회사도 사업을 계속해 법에 정한 절차를 통해 회생할 수 있도록 한 법 제122조 제1항의 취지가 완전히 몰각되고, 채무자에게만 보증을 제공하게 돼 다른 채권자들과의 형평에도 반하며, 다른 공익채권자들도 같은 이유로 보증을 요구할 경우 회생 절차의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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