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회견에는 백남기농민쾌유와 국가폭력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도 함께 했다.
민변(회장 한택근)은 “민중총궐기 집회 당일인 2015년 11월 14일 18:56분경 종로구청 입구 앞 사거리에서 있던 경찰 살수차량이 백남기 농민을 향해 직사살수행위를 했고, 이에 백남기 농민이 넘어 쓰러진 상황에서도 20초 이상 직사살수행위는 계속했다”며 “이로 인해 백남기 농민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입원했으나 현재까지 ‘외상성 경막하출혈(traumatic SDH)’로 의식불명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민중총궐기’ 집회 당일 경찰은 ‘갑호비상’ 명령을 발동해 민중 총궐기대회에 248개 중대 2만명에 이르는 경찰병력, 경찰이 보유한 전국 19대의 살수차, 경찰버스 679대, 캡사이신 분사기 580대 등 사상 최대병력을 동원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집회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것임이 충분히 예상됐다”고 봤다.
민변은 “당일 경찰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향해 조준 살수를 시작해 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11시10까지 ①물 사용량: 202t, ②최루액(PAVA) 사용량: 440L(리터), ③색소 사용량: 120L(리터)를 사용했다”며 “살수차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6년 동안 21회 사용됐는데, 이날 살수차의 사용량은 최장시간 최대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집회 당일 행해진 경찰 살수차의 살수행위의 경향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이고, 최루액이 섞여 조준살수, 직사살수, 얼굴부위를 향한 살수였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경찰공무원들이 다음과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첫째, 경찰공무원들은 국민의 생명ㆍ신체를 보호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둘째, 경경찰관들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과정에서 필요한 안전교육과 안전검사를 받은 후 사용해야 한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제1항).
셋째, 경찰관은 위해성 경찰장비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사용해야 한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제4항).
넷째, 위해성 경찰장비에 해당하는 ‘살수차’를 사용함에 있어서 경찰관은 살수차운영지침 등에서 정한 사용기준과 사용방법에 관한 사항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민변은 “살수차운영지침은 경고방송과 경고살수를 하고, 살수방법은 분산살수, 곡사살수, 직사살수 순서로 하도록 하고 있으며, 직사살수를 하더라도 10m 거리에 있는 경우 1,000rpm(3bar) 내외로 해야 하고,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해야 하며,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 조치해야 한다”며 “그러나 실제 살수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는 살수차운영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살수차 사용행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4년 6월 26일 ‘물포사용행위 위헌확인’ 사건에서 “근거리 직사살수의 경우에는 발사자의 의도이든 조작실수에 의한 것이든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가슴 아래 부분만 겨냥하도록 한다고 하더라도 직사살수를 맞게 되면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넘어지는 과정에서 머리나 가슴에 맞을 수도 있어 가슴 아래 부분만 겨냥하도록 한다는 규정의 실효성 또한 의문이어서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우려가 있고,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8년 10월 27일 결정과 2012년 9월 18일자 결정을 통해 경찰청장에게 물포(살수차)의 구체적인 사용기준을 부령 이상의 법령에 규정하고, 법령상의 장비 명칭을 통일하라는 내용의 권고를 한 바 있다.
또한 2016년 1월 29일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는 “물대포는 백남기씨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매우 위험한 무기이고,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라는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다.
민변은 “따라서 살수차의 사용은 생명ㆍ신체에 가장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직사살수행위가 허용하는 것이고, 직사살수는 발사자의 의도이든 조작실수에 의한 것이든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살수차의 사용근거, 살수차의 사용기준과 방법 등 중요한 사항이 법률 자체에서 직접 규정되지 않는 이상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살수행위는 그 자체가 위헌ㆍ위법이라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가사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백남기 농민에 대한 해당 살수차량의 살수행위는 7~8m 이내에서 거리에서 세기기준을 위반한 고압의 살수세기로 한 직사살수행위이고, 가슴부위 이상으로 이루어진 살수행위이며,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음에도 구호조치 없이 계속된 살수행위로서 살수운영지침에도 명백히 위법적인 살수행위”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해당 살수차량을 조작해 살수행위를 한 A경장과 B경장은 살수운영지침에서 정한 기준을 위반해 백남기 농민에 대해 살수행위를 했다”며 “따라서 살수행위를 조작한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살수차량을 운용한 C경장도 책임을 물었다.
또 “서울지방경찰청 제5기동단장은 집회 당일 안국역 근처에 대기 중이던 살수차량(백남기 농민을 쏜 차량)을 종로구청 입구 앞 사거리로 출동해 줄 것을 명령하고, 대기 중이던 살수차량의 운용 등에 대해 총괄적인 지휘ㆍ감독 업무를 수행해 살수행위를 지시한 자로서 결과발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특히 민변은 “강신명은 경찰청장으로서 ‘갑호비상령’을 발령하고, 구은수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 ‘갑호비상령’에 따른 현장 지휘를 총괄했다”며 “이들은 ‘갑호비상령’을 발령하거나 이를 집행할 총괄적인 지휘ㆍ감독자로서 치안질서가 극도로 혼란해지거나 계엄이 선포되기 전 등의 상황에 해당하는 경찰비상근무의 최상위 등급비상근무로서 가용인력의 100%까지 동원하는데 직접 간여했고, 최루액이 혼합된 살수차의 이용에 대해 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루액이 혼합된 살수차의 이용 시 사람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에 가중된 위험성이 예견해 사전교육과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고, 살수차 발사 전과 본격살수 이전에 경고살수를 통해 시위대의 자진해산을 유도하고,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하고,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장은 이를 소홀히 했다”며 “따라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피고들의 책임 범위와 관련한 청구금액
원고 백남기 농민과 그의 가족들은 총 2억 4137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① 원고 백남기 청구금액 : 1억 3137만원(=일실소득 8,000,000원 + 치료비 2337만원 + 위자료 1억원)
② 원고 박OO(백남기 농민의 배우자) : 5000만원(위자료)
③ 원고 백도라지(백남기 농민의 자녀) : 2000만원(위자료)
④ 원고 백OO(백남기 농민의 자녀) : 2000만원(위자료)
⑤ 원고 백OO(백남기 농민의 자녀) : 2000만원(위자료)
원고들은 이번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면서 피고들에 대해 연대책임이 아닌 각기 개별적인 책임을 추궁했다.
① 피고 대한민국 2억 4137만원
② 피고 강신명(경찰청장) 1억 5000만원
③ 피고 구은수(서울지방경찰청장) 1억원
④ 피고 지방경찰청 제5기동단장 8000만원
⑤ 피고 해당 살수차량 살수운용책임자 C경장 6000만원
⑥ 피고 해당 살수차량 살수조작자 A경장 5000만원
⑦ 피고 해당 살수차량 살수조작자 B경장 5000만원
민변은 “원고들이 경찰공무원들의 손해배상책임액을 구분해 청구한 것은 피해 과정에 대한 책임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2억 4137만원을 청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며 “따라서 피해발생 과정에서 상급자 일수록 많은 책임을 져야하고, 지휘명령 체계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하급 경찰공무원에게는 적은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