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학교폭력 피해 안전망 구멍’ 전학도 소용없었다

기사입력 : 2016-10-19 10:07
+-
[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행과 협박, 성폭력, 따돌림 등 학교폭력에 대한 당국의 초기 대응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키우고 있다.

형사처벌과 별도로 가해학생이 속한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사건이 외부로 노출돼 파장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미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 학폭위는 피해학생의 신체·정신·재산상 피해를 수반한 학교폭력에 대해 서면사과나 교내봉사 등 형식적인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피해학생의 부모는 학폭위 처분이 너무 가벼워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도 학교폭력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무실에서는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생 간 칼부림 사건이 났다.

해당 학교의 학폭위는 가해학생에게 심리치료와 출석정지 25일, 학생·보호자 특별교육이수 5시간 처분을 결정했다.

피해학생 부모는 이에 불복해 시 학교폭력지역위에 재심을 청구, 출석정지 65일 결정을 받아내 가해학생은 결국 유급 처리됐다.

학폭위의 미온적인 대응보다 더 큰 문제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의 심각한 피해를 입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도 폭행이나 따돌림 같은 피해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7일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인천의 중학생도 다른 중학교에서 이미 학교폭력을 당해 올해 5월 한 차례 전학한 상태였다.

그러나 새 학교에서도 다른 반 동급생으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놀림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중학생은 동급생이 SNS로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며 "찌질하다"고 놀리자 학교 측에 신고한 뒤 2주간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학습했다.

이후 이달 초 열린 학교 학폭위는 가해학생에 특별교육이수 조치를 내렸다.

학교 관계자는 "가해학생은 학업중단숙려제에 따라 사건 발생 무렵에는 학교에 나오지 않아 SNS 사건 이후 피해학생과 다시 마주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존감이 무너지는 메시지를 동급생으로부터 받고 잠시 학교를 쉬었다가 다시 등교한 뒤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일선 학교 학폭위의 가해학생 징계 결정에 불복해 인천시 학교폭력지역위에 재심을 청구한 사건은 28건으로, 이미 지난해 1년간 접수된 22건을 넘어섰다.

이 중 재심에서 피해학생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원래 결정보다 처분 수위가 높아진 사건은 10건이다.

교내 학폭위의 징계가 너무 가벼워 억울하다는 피해학생 측 주장에 상급 심의기구가 손을 들어준 경우가 전체의 30%를 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법에 따라 5∼10명으로 구성되는 교내 학폭위에 학부모와 교사 등 학교 내부 인원의 비율이 월등하고 경찰, 변호사, 의사 등 외부 전문가 비율은 낮아 미온적인 처리가 빈번한 것으로 분석한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은 19일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학생의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신원 노출을 최소화하는 세심한 배려가 시급하다"면서 "특히 피해학생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심적 고통에 시달리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상담,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