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신문 박정우 기자]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강하고 튼튼한 은행’의 꿈이 급증한 소송리스크에 밀려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공시 자료 등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소송충당부채액이 전년도 하반기 대비 1188.4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당부채는 미래에 지출될 것은 확실하나 그 금액이나 지출 시기 혹은 지출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부채를 뜻한다. 여기서 지출가능성이 높지 않거나 손실 발생 금액이 애매한 경우 충당부채로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소송충당부채는 패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송만을 반영한 금액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은행의 2017년도 반기보고서 재무재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6월~12월)의 소송충당부채는 8억9200만원으로 주요은행들 중 가장 낮았지만 올해 상반기(1월~6월)의 소송충당부채는 114억9300만원으로 급증했다. 기업은행의 소송충당부채 증가율은 무려 1188.45%로 주요은행 중 압도적인 1위다.

세부적으로 2위를 차지한 국민은행의 소송충당부채액 증가율은 33.96%에 불과한 상태다. 신한은행의 경우 증가율이 4.53%였으며 하나은행은 0.22%만 증가했다. 우리은행과 스탠다드차티드 은행의 경우 각각 0.31%, 9,93% 줄어들었다. 업계 평균 소송충당부채 증가율은 202.82%이나 기업은행을 제외하고 평균 산정시 증가율은 5.69%에 불과하다.

기업은행의 소송리스크 증가율은 매우 이례적인 셈이다. 소송충당부채의 규모는 기관 행정이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간접 지표로도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급증한 소송충당부채는 해당 기업의 위법행위가 증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 행장 임기 시작과 함께 소송리스크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소송리스크 급증에 대한 김 행장의 책임론도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의 소송충당부채 급증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취임 시기와 맞물려 있다. 취임 이후 급증한 소송리스크에 대한 김 행장의 책임론도 대두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우선 선결과제는 ‘통상임금 소송’

김 행장은 취임 이후 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강하고 튼튼한 은행’을 취임 일성으로 밝힌 바 있다. ‘강하고 튼튼한 은행’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김 행장에게 소송리스크 해결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기업은행에게 제기된 소송 중 핵심 선결과제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이다. 2014년 시작된 통상임금 소송은 처음에는 소송가액이 776억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이자가 붙어 2000억원대로 금액이 크게 늘었다.

앞서 1심에서는 노조가 승소했고 2심에서는 사측이 사실상 승소했다. 마지막 3심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규모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했던 기아자동차의 패소와 신정부의 친노조 성향 등을 고려할 때 항소심 승소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자의 몇차례의 통화 시도에 “자세한 사항에 대해 알아보고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상황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