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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 포커스] 소유와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

기사입력 : 2019-05-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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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한정아 기자] 공유경제, 세상을 어떻게 바꾸나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서로 빌려 쓰는 경제 활동을 의미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단어가 최근 들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해외여행 중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방에서 잠을 자고 우버 택시로 이동했다는 에피소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국내에 진출한 우버가 서울시의 불법 판결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사람들을 소유욕에서 자유롭게 하고, 공유할수록 더 다양한 것을 풍족하게 누리게 한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는 분명 매력적이다.

물론 기존 기업과 기득권층, 그리고 공유경제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워할 만한 현상만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공유경제가 미래 비즈니스를 이끌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한다.

토론토 요크대 러셀 벨크 교수는 "‘공유는 인터넷처럼 최첨단의 소비 현상에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가장 오래된 형태의 소비"라고 말한다.
사진=Clipartkorea
사진=Clipartkorea

공유는 새롭지 않다. 이미 경험했던 현상이다. 공유는 공유경제가 부유한 계급을 살찌우는 데 착잡한 심정을 느꼈을 법한 카를 마르크스나 공산주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공유는 이념보다 오래되었고 뿌리 깊으며, 그 전통은 교외 거주 현상과 전후 물질주의 따위에 파괴될 만큼 얕지 않다. 사람들은 이제 다시 공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구매하고 소비한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자원을 생산하지만 소비는 하지 않는다. 이 자원을 살펴본 사람들은 그 안에 엄청난 가치가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엇도 더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공유경제는 생산 과잉 사회에서 분배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려는 노력이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집을 지었고, 필요보다 많은 옷을 만들었으며, 필요량보다 훨씬 많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 누군가의 집을 빌려서 자고 자신의 집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사람, 필요할 때만 차를 빌리는 사람과 사용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빌려주는 사람 등 우리는 공유경제 속에서 소비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제공자가 되기도 한다.

대기업과 투자자들의 변신

투자자들과 벤처캐피털의 움직임도 변하고 있다. 자본이 스타트업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스타트업이 큰 자본을 끌어오기 위한 시스템도 바뀌고 있다.
투자 중개인들도 사라지고 있다. 한때는 서로 모르던 거래 당사자들이 이제 직접 연락하기 시작하자 벤처투자자들은 중개자 위치를 빼앗기고 가치 순환 과정에서 밀려날 위기에 몰리고 있다. 만약 벤처투자자에게 투자했던 유한책임사원들이 이들을 끼지 않아 두둑한 관리수수료도 낼 필요 없이 직접 회사를 발굴하고 투자한다면 어떻게 될까? 스타트업이 벤처투자자가 제시하는 부담스러운 계약 조건을 건너뛰고,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주식을 팔아서 필요한 자본을 모집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언젠가 수많은 벤처캐피털사를 폐업시킬 만한 중요하고도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이다.

기존 대기업들이 공유경제에 대처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새 물결 앞에서 혁신하기보다 막으려고만 하다가 실패한 음반 산업이 있는 반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BMW도 있다.

BMW는 조직의 규모와 그 구조에 고착된 업무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아무리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있어도 스타트업과 같은 속도로 혁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큰 회사의 유명 브랜드는 가장 강력한 장점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소중히 여기는 회사는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자칫 그 때문에 무기력해질 우려도 있다. BMW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자기보다 작은 회사(통계적으로 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회사)가 BMW를 위해 위험을 대신 지게 한다.

공유경제 기반의 한 회사가 공공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경제적·사회적 자본을 창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규제는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 세상에는 폐쇄당한 부카부카보다 상장된 체그스가 더 많이 필요하다. 공유경제의 영향을 받는 수많은 분야 모두에 대한 규제가 거의 적절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수년에 걸친 토론, 위원회, 연구, 로비가 필요할 것이다.

더 이상 공유경제는 일부 스타트업, 경제 전문가들만 이해하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미래 비즈니스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유를 누리면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하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전 세계적 트렌드다.

참고자료:The Business of Sharing

한정아 기자 hja@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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