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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와 문화인류학] 기부의 성립조건

기사입력 : 2020-09-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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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박재준 기자 기부 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주어야 하는 의무, 받아야 하는 의무, 답례 해야 하는 의무 등 세 가지 의무가 존재해야 한다. 즉, 기부가 성립되기 위해 서는 A라는 사람이 C라는 기부 물건을 B라는 사람에게 주고, B는 A부터 C를 받아야 한다.

모스는 포틀래치 의식 속에서 기부는 첫째, 기부를 해야 하는 의무. 둘째, 기부를 받아야 하는 의무. 셋째, 기부에 대한 답례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기부에 따르는 답례는 항상 호혜성의 원리에 따라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스는 기부를 포틀래치라는 의식을 통해 상대방보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것으로 경제적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교환의 한 형태로 보았다. 또, 기부가 강제적인(compulsory) 성격을 갖고 있음을 언급했다.

kula ring. 사진=위키디피아
kula ring. 사진=위키디피아

모스는 답례 의무가 생기는 이유를 물건에 들어 있는 영혼인 하우(hau)1)때문이라고 인식했다. 모스는 마오리족을 통해 물건의 영혼인 하우(hau)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얘기했고, 트로브리안드 군도 부족을 통해서는 장신구인 목걸 이와 팔찌가 섬과 섬을 돌며 부족민 사이에 도는 쿨라 교환(kula ring)을 통해 장신구 교환이 부족민의 지위를 어떻게 강화시키는지 살펴보았다. 하우(hau)는 원소유자에게 돌아가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본 것이다. 즉 기부를 받은 수혜 자는 부채의식을 갖게 되고, 되돌려 주려고 하는 교환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모스는 기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개인과 집단의 의무와 관계들이 복잡한 그물망처럼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이해한 것이다. 현재 우리가 주고받는 기부 행위나 선물을 주고받는 받는 과정에 물건에 붙어있는 원소유자의 정체성 (hau)이 그물망처럼 개인과 집단을 엮고 사회를 이루어 간다고 본 것이다.

모스의 통찰을 자신의 이론으로 발전시킨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는 모스가 주장한 하우(hau)라는 신비한 개념을 비판하고, 하우는 부족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무의식의 규칙에 대해 부족민이 지은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고대사회의 부족 간 기부와 교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생존을 위해 다른 인간들과 관계를 가지고 살아왔고, 관계를 위해 교환을 선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대사회 에서는 부족 간 관계유지를 위해 자신의 부족 여자를 보내고 다른 부족에서 결혼할 여자를 얻는 근친혼 금기 속에서 균형을 찾았다고 보았다.

레비-스트로스는 『친족의 기본구조』에서 여성교환에 대해 삼각형 도식을 사용하는데, 두 대립개념 사이에 매개항(중개항)을 설정함으로서 서로 상반되는 대립의 벽을 넘어 두 개념이 통합되는 개념을 보여줌과 동시에, 매개 개념을 통해 신화의 변형(transformation) 도식을 만들었다.
모스는 기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개인과 집단의 의무와 관계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이해했고, 레비-스트로스도 부족 간 여성 교환 등을 통해 사회가 구성되고, 대립은 신화라는 중개를 통해 해결된다고 본 것이다

보충 설명 및 참고자료
1) 하우(hau)는 마우리족의 용어로 어떤 물건을 소유한 사람의 정체성이나 힘이 그 물건에 달라붙 어있는 힘이다.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줄 경우 그 물건에는 소유자의 하우 일부가 부속된다. 이재혁 (2011), 「선물의 hou: 증답경제의 정치경제학과 관계자본」, 한국사회학 제45집 1호, pp.37-72. 참고.
마샬 샬린즈는 기부라는 선물의 물질적 특성에 주목하고, 선물을 가치재로 선물의 하우를 이윤 으로 재해석했다. 즉, 하우는 선물을 받은 자가 받은 선물을 이용해 얻은 이득이고, 그 이득을 선물의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을 답례로 보았다. sahlins (1972), Stone Age Economics, pp.157-160, 김성례 (2005), 「증여론과 증여의 윤리」, 비교문화연구 제 11집 1호, pp.153-186 참고

박재준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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