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퍼시스 창업주인 손동창(70) 퍼시스 회장은 계열사 간 지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영업양도 거래를 통해 2세 경영인인 장남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세 경영인이 ‘큰돈’을 들이지 않고 그룹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게 되는 구조여서 ‘꼼수 승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계열사 중 팀스와 시디즈 간의 영업양수 계약을 채결한 것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팀스는 지난주 시디즈 의자 제조·유통 부문을 325억원에 영업양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시디즈 매출의 93%가 나오는 의자 제조 유통 사업부를 팀스에게 매도한 것.
이번 영업양수를 통해 그룹 구조 내에서 시디즈의 위상이 급감한 반면, 팀스가 급부상했다. 이를 통해 시디즈에서 일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그룹 지배구조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년 4월 시디즈 영업양도가 마무리되면 손 회장의 장남 손태희 부사장은 일룸뿐 아니라 팀스, 시디즈 핵심사업까지 거머쥐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룸은 자사주 비중이 61.29%에 달해 손 부사장의 지배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영업양수 계약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영업양도 가격이다. 외부 회계법인은 현금흐름할인법(DCF) 방식으로 가치평가를 했다. DCF는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후 해당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시디즈 의자사업의 올해 영업이익을 약 104억원으로 추정됐다. 반면, 미래 영업이익 추정치의 경우 2018년는 48억원, 2019년 46억원, 2020년 43억원 등으로 평가됐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인 104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결론적으로 시디즈는 팀스에게 영업양수를 할인해서 판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회계사는 “미래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양수금액도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4~5배에 양수한 것”이라며 “가족 간 거래가 아니라면 이 가격에 거래됐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도 “창업주가 지배하는 시디즈의 자기희생이 없으면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팀스 주가는 시디즈 핵심사업을 ‘싸게’ 인수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급등세를 탔다. 2만원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영업양도 공시 이후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4만5000원까지 올랐다. 20일 기준으로 다소 하락한 3만9100원을 기록하고 있으나 2만원 초반에 불과했던 주가는 상당한 상승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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