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작가는 4개월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최인훈 작가는 소설, 희곡, 평론, 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의 문학작품을 써냈지만 대표작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광장'이다.
1953년 휴전협정이 조인될 때 76명의 포로들이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으로 추방되는 것을 목격하며 광장을 구상했다고 한다.
1960년 '새벽'지에 '광장'을 발표하며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그 자유를 '사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낀다"는 작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명문으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 말은 '광장'이 4·19 정신에 의거해 탄생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삶의 일회성에 관한 첨예한 인식, 개인과 사회·국가 간의 긴장과 갈등, 인간의 자유와 사랑 등 '인간의 본질'에 관한 폭넓은 성찰 당대 지식인은 물론 일반 독자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며 60년 동안 한국 최고의 소설로 꼽히고 있다.
작가 신구문화사·민음사·문학과지성사 등 여러 출판사를 통해 '광장'의 내용을 10여 차례 수정하기도 했다.
"정신력이 살아있는 동안에 한 글자라도 좋은 모습으로 후대 독자에게 보이려고 한다"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광장'은 지난 2015년 출간 55주년을 맞아 마지막 개정판이 나왔고, 전체 240쇄를 찍었다.
2009년 대중과 만난 자리에서는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은퇴란 없다.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며 멈추지 않는 창작열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최인훈 작가의 유족으로는 부인과 남매가 있으며, 빈소는 대학로 서울대병원 마련됐다.
장례는 문학인장(장례위원장 김병익)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김나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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