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준비회의에는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과 이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각각 양국의 대표로 나선다.
양국이 수출관리정책대화에 앞서 준비회의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에만 두 차례 국장급 협의를 진행하는 셈이다. 과거 6차까지 진행된 양국 간 수출통제협의회에서는 이런 절차를 두지 않았다. 그만큼 양국이 이번 회의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양측 모두 우호적이다. 애초 양국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았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가 진행 중이었고 두 차례 진행된 양자협의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곧 해당 건이 WTO 재판으로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연말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확전을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시사하는 통상당국 관계자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이 무역정책관은 얼마 전 브리핑에서 "(국장급 대화에 앞서) 빠르고 긴밀한 조율이 이루어진 것은 양국이 현안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재개한 것 자체가 양국 간 신뢰 회복의 단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준비회의를 언급하며 "제대로 된 대화를 하며 서로 상황을 확인해 나가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가지야마 경산상은 지난달 29일에도 수출관리정책대화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 7월 수출규제 조치 시행 이후 일본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자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장기간 끌고 갈 수는 없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지난 10월 기준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감소폭은 23.1%(일본 재무성 통계)에 달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수출 감소폭은 13.9%(관세청 통계)로 이보다 작다.
7~10월 누적 기준으로 봐도 한국의 대일본 수출 감소(-7.2%)보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감소 폭(-14.0%)이 더 크다.
이번 국장급 대화의 쟁점은 우리나라의 수출통제 제도에 문제점이 없다는 점을 일본 측에 이해시키는 것이다. 그간 일본 정부는 한국의 수출통제 인력과 조직 규모 등을 근거로 들며 관리 실태가 미흡하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캐치올 규제가 미비하다고 지적하면서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규제를 시행했다. 캐치올 제도는 비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큰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산업부는 이런 일본의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 전략물자 수출입관리 업무를 지원하는 전략물자관리원 내 수출관리본부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전략물자관리원 임직원은 올해 3분기 기준 56명이다. 정부는 이 인원을 약 70명까지 14명가량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정부는 품목별 특성에 따라 산업용 전략물자는 산업부에서, 원자력 전용과 군용은 각각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방위사업청에서 통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장급 대화 개최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대로 된 트랙에 들어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WTO 양자협의 단계에서 제소 절차를 중단하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며 "잘 풀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