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병원종사자 인권보호 취약… 폭언·폭행, 성희롱 경험

보건의료노조, 직무스트레스해소프로그램 도입 등 추진

기사입력 : 2014-12-11 23:04
+-
[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전용모 기자] 병원에서 환자를 위해 일하는 병원노동자들의 감정노동과 소진정도가 타 서비스산업에 비해 매우 높고 인권보호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62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1만82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신뢰도 구간 95% 수준에서 ± 0.4)결과에 따르면, 병원종사자 10명중 5명은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왔으며 주된 가해자는 환자(55.7%). 보호자(47.8%), 의사(25.8%)순으로 높았다.

또 성희롱의 주된 피해자는 간호사(14%), 경비안내교환(11.8%), 조리배식(8%)순이었다.

▲보건의료노동자업무상직업성질병발생건수추이/보건의료노동자업무상직업성암발생건수추이.<보건의료노조제공>
▲보건의료노동자업무상직업성질병발생건수추이/보건의료노동자업무상직업성암발생건수추이.<보건의료노조제공>
병원노동자들은 ‘환자 및 보호자를 대할 때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일하거나’(70.9%), ‘자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고’(67.4%), ‘환자 및 보호자를 응대할 때 실제 기분이 되도록 노력’(52.6%)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동강도 및 감정노동과 맞물려 업무로 인한 소진(탈진)도 심각했다.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하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업무가 힘들고(39.4%), 좌절감(23.8%)과 지겨움(22.6%)을 주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10명 중 5명 정도(평균 53.2점, 간호사 59.1점)가 ‘현재의 일을 얼마나 오래할까’라는 생각을 가져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감정노동 수행정도가 높고, 업무소진도가 심각한 이유는 만성적인 인력부족, 업무량 증가, 불규칙적인 교대근무와 같은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나왔다.

이와 함께 아픈 환자와 가족을 대해야 하고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극도의 긴장감과 고도의 전문성·책임성이 요구되는 환경적 요인, 경직된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이 ‘조직과 고객 모두로부터 인격적 존중을 받지 못한다’(48.8점)고 응답한 결과나 ‘조직으로부터의 인격적 존중’(49.9점)과 ‘환자와 보호자 등 고객으로부터의 인격적 존중’(46.4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음으로 병원노동자들의 수면 실태를 보면, 나쁨(65.2%)이 좋음(34.8%)보다 더 많았다.

잠자리에 들어 실제 잠이 들기까지 평균 33.7분이 걸리고, 수면시간은 평균 6시간 12분이었다. 또 수면 중 잠에서 깨는 횟수는 주3~4회(58.5%), 주1~2회(25.2%)로 대부분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업무상 암과 질병과 관련한 실태는 본인의 직접 발생연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업무상재해및질병실태.
▲업무상재해및질병실태.
병원노동자의 업무상 직업성 질병 발생 건수는 2000년 이후 1139건으로 약 6.2%의 발병률을 보였고, 업무상 직업성 암 발생 건수는 지난 2000년 이후 141건(간호사 87건, 61.7%)으로 약 0.7%의 발병률을 나타냈다.

업무상 재해나 질병과 관련된 실태를 본인의 경험과 부서원의 경험으로 구분해서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본인의 질병은 주로 △수면장애(29.3%) △근골격계 질환(28.1%) △우울증 진단(4.7%) 등이 높았고, 동료 질병은 주로 △근골격계 질환(38%) △수면장애(34.8%) △감염/결핵(18.4%) △산재사고(14.5%) △직업성 암(13.2%) 등의 순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높은 직무스트레스와 업무상 재해와 질병으로부터 건강한 노동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감정노동자 보호 △직무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 도입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 활성화 △환자 및 직원 안전 활동 활성화 등을 주요한 사업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와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참사를 계기로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안전점검팀 구성 △화재에 취약한 건물과 시설, 재료 교체 △실효성있는 안전교육과 훈련 실시 △위험·안전업무 직영 및 정규직 고용 △노사 동수의 병원안전위원회 구성 △보건의료시설의 안전 강화를 위해 의료기관평가 인증제 개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병원인력 확충 △환자안전을 위한 병원 시설과 장비 개선을 위한 예산 확충 등을 2014년 특별교섭요구로 채택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와 관련해 다중의 환자, 보호자, 직원들이 상주하는 병원을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