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밀양의 한 종합병원 원무부장인 A씨와 내과전문의 D씨는 영리를 목적으로 공모하고 원무과장과 보호사 F씨를 시켜 서울역 광장에 있던 노숙자 2명에게 금품과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유인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없이 병원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에서 노숙자 B씨는 “서울역 앞 광장에서 어떤 사람이 ‘밀양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나왔는데, 같이 차를 타고 내려가 병원에 입원하면 알콜 중독도 치료해 주고, 월 5만원의 간식비를 지급하겠다’는 등의 설명을 듣고 병원에 오게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노숙자 C씨는 “서울역 부근 노상에서 어떤 사람이 ‘밀양에 좋은 병원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면 치료를 해주겠다’고 해 밀양에 내려왔다”는 취지로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또 병원에 도착한 이들은 정신과 전문의들의 진단은 물론 입원신청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은 정신보건법위반,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종합병원 원무부장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내과전문의 D씨에게는 벌금 200만원, 보호사 F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이들이 항소했고, 창원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권창영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1일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적법절차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의 기본취지가 정신질환자라고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비 자의입원의 경우에도 유추 적용되는지 여부(적극)가 관건이었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고,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재판부는 “비 자의입원은 정신질환자라고 의심되는 사람의 자의에 반하거나 자의와 무관하게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것이어서 보안처분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헌법 제12조 제1항의 기본취지는 비자의입원의 경우에도 유추적용 됨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정신보건법과 그에 따른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정신질환자라고 의심되는 사람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킬 수 없고, 이를 위반한 사람은 민ㆍ형사상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들이 공모해 금품제공을 약속하고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피해자들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없이 당해 병원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시킨 이 사건에서, 당해 병원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피해자들을 진단해 입원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피해자들이 구두로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하는 것을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정신보건법상 자의입원에 필요한 입원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누구든지 응급입원을 제외하고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등에 입원시키거나 입원 등을 연장시킬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정신질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진료를 받을 것을 필요로 한다(정신보건법 제40조).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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