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송달 이후 은행에서 가압류된 채무자의 통장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 주었더라도 불법행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원의 인정사실에 따르면 A씨(2014년 8월 사망)는 C씨에 대한 대여금채권(1억4000여만원)을 보전하기 위해 울산지방법원에 C씨를 채무자로, K은행을 제 3채무자로 채권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2011년 7월 13일 가압류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했다.
가압류결정 정본은 이틀 뒤인 7월 15일 오전 K은행에 송달됐고, 당일 오후 2시 26분 34초 지급정지의 취지를 전산 입력했다.
송달 당시 C씨의 계좌에는 10만3754원의 잔액이 있었다.
그런데 송달 당일 지급정지 이후 C씨 계좌에 주식회사 D중공업으로부터 기성금 4억여원이 입금됐고, 3일 뒤 전액이 E씨의 계좌로 송금됐다.
또 K은행은 2012년 7월 C씨에 대해 가지고 있던 177만여원의 신용카드대금 채권과 계좌의 예금지급채무(당시 180만여원의 잔액)를 상계해 계좌의 잔액은 2만5213원이 됐다.
그러자 A씨는 울산지방법원에 C씨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2012년 5월 ‘C는 A에게 1억4000여만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승소판결에 기해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 2012년 6월 19일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받아냈다.
이후 A씨는 소송 계속 중 작년 8월 사망했고, A씨의 아들인 B씨가 상속분할 협의를 거쳐 소송상 채권을 단독으로 상속하면서 K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당시 피고(K은행)의 인출행위와 상계처리는 채권가압류 결정의 효력에 반하는 것으로써 망인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피고는 손해배상채권을 단독 상속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금 채권에 대한 가압류 결정이 은행에 오전에 송달됐는데 그날 오후 4억여원의 돈이 채무자 계좌로 입금됐고, 은행이 그 돈을 인출해 주었을 때 은행이 가압류채권자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지 여부가 관건 이었다.
울산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오동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B씨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7만8541원(10만3754원-2만5213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원고승소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예금 채권을 가압류하면서 ‘장래의 예금채권’을 그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을 경우, 채권가압류 결정이 제3채무자인 은행에 송달된 시점을 기준으로 존재하는 예금에 대해서만 채권가압류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건 채권가압류는 그 대상에 장래의 예금채권이 포함되지 않아 4억여원의 예금에는 채권가압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은행이 4억여원을 인출해 주었더라도 가압류채권자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계좌 중 10만3751원에 관한 지급금지 취지를 전산 입력해 관리하던 상태여서 상계로 인해 망인의 가압류채권자로서의 권리가 침해된데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피고의 상계는 가압류 효력에 반하는 한도 내에서 망인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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