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이날 오전 개최 예정이었던 교무회의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본부 측에서는 이날 교무회의에서 구조조정계획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대구대 일부 교수들은 이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덕률 총장을 비롯한 대학본부 보직자들 일관성 없는 태도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대구대학교 노천광장에서 학생 2000여명이 모인 구조조정 관련 학생총회가 개최됐다.
이 총회는 홍덕률 총장이 점거농성 학생들에게 “전체 학생의 1/10인 학생 2000명이 모여서 총회를 개최하고, 그 자리에서 학과 폐과 등 구조조정이 불합리하다는 결정이 나오면 결정을 철회하겠다”는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학생 2000명이 모이는 총회 개최’에 대해서 대학본부 측이나 점거농성 학생 측 모두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당일 학생 2000명이 조금 넘게 모이는 놀라운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총회는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났다.
대구대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일부 교수들이 “구조조정은 현재 입학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원칙과 기준 없이 자기 편 봐주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 대구대학교의 구조조정 방식은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홍덕률 총장은 담화문에서 “저와 본부는 대학의 미래 생존을 확실하게 보장받는 그날까지 학과 구조조정을 포함한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며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필수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화문은 “저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가장 상심이 클 해당 학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신입생모집이 중지되는 학과의 경우에도 2020년까지는 학과를 존속시키면서 기존의 교육과정이 운영되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희망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지금의 학과에서 졸업할 수 있다. 또한 전과를 원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법령으로 제한되는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최대한의 폭으로 전과를 허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홍덕률 대구대 총장 담화문 내용 전문이다.
[총장담화문]
존경하는 교수님, 사랑하는 학생, 그리고 친애하는 직원선생님 여러분.
지난 주, 우리 대학은 매우 부끄러운 일로 언론에 알려지고 대학구성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대학 총장과 기획처장이 28시간 감금되었다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태였습니다. 편제조정위원회에 이어 교무위원회까지도 물리력에 의해 무산되었습니다. 대학사회에서 있어선 안 될 일들이 벌어진 것입니다. 지금 저는 참담한 심정을 애써 가누며 펜을 들었습니다.
구조조정 대상 학과의 교수님과 학생들이 갖고 있을 당혹감과 서운함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번 일은 매우 유감스럽고 도를 넘은 일탈이었습니다. 대학의 질서를 최종 책임지고 있는 총장으로서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대학가족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 대학사회는 사상 초유의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학령인구가 수년 사이에 현재의 60만명 선에서 40만명 이하로 급감하게 되는 상황은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사립대학의 입장에서는 가히 재앙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치명적인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는 대학은 힘들게나마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도태될 것입니다. 수도권 대학들까지도 처절한 몸부림에 나서고 있으며, 지방 중소도시의 사립대학들은 벼랑 끝에서 사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대학은 여러 지표상 매우 위험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혁신 경쟁에서는 많이 뒤쳐져 있습니다. 지난 임기 중, 저는 야간 학과 폐지, 대학원 구조조정, 및 낭비성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정원감축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학과들 간에 균등하게 정원을 줄이는 방식을 우선 채택했습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등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일과 국책사업 유치를 통해 국고 자금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 등에도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학과 구조조정의 폭을 극소화하고 그 시기도 가능한 늦추면서 생존을 모색해 가기 위한 접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만으로 이 엄혹한 상황에 더 이상 대처할 수 없습니다. 저와 본부는 학과 구조조정을 더 이상 늦추지 않는 것만이 대학구성원은 물론 대학의 미래에 대한 성숙한 자세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대구대학교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게 될 학생들에게도 보다 당당한 자세입니다. 많은 대학구성원들이 그간 구조조정이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재촉하신 것도 이러한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학과 구조조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학령인구 급감 상황에서도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적의 대학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저와 본부는 2008년부터 시작된 학과경쟁력 평가 자료들과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학과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과 혁신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간 우리 대학에는 학과 구조조정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불문율이 존재했습니다. 그런 맹목적인 믿음이 널리 퍼져 있게 된 데는 물론 이유가 없지 않습니다.
20여년 이어 온 임시이사 체제와 직선총장 체제 하에서 대학구성원들에게 뼈를 깎는 아픔과 고통을 안겨주게 될 개혁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실제로 이사회의 뒷받침도 받지 못하고 총장에게 주어진 교무 통할권마저도 여러 가지 이유로 존중받지 못했던 그간의 역사와 문화에 비추어볼 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우리 대학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 대구대학교의 상징처럼 여겨졌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학과 구조조정 불가론’은 일부 구성원에게는 안도감을 주었지만 많은 구성원들에게는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었습니다.
그간 이러한 통념은 현실로 굳어져 왔고 우리의 위기 대응은 지나치게 나태했습니다. 뿌리 깊은 무임승차 관행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도달해 있습니다. 마치 우리에게는 어떤 위기도 없을 것처럼 행동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 대학에서 학과 구조조정을 시도할 무모한 총장이 있겠느냐는 ‘설마론’이 공공연히 회자되는 토양이 형성되었습니다.
저 역시 우리 대학의 그런 구조와 문화를 모를 리 없습니다. 재단과 대학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저를 퇴진시키는 것을 포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옛 종전재단 관계자들도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여전히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는 5월 29일로 예정된 총장직무정지가처분소송 심리 때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서명지를 총장퇴진 탄원용으로 판사에게 제출하겠다는 말도 며칠 전 감금 상태에서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저급한 협박과 관계없이 이 과제를 긴 시간 고민해 왔습니다. 후배 교수님들과 후배 직원 선생님들에게 반듯한 미래를 보장하는 한편, 특히 학생들에게 양질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 번민에 번민을 거듭했습니다. 국고를 더 많이 유치해서 학과 구조조정 없이 지금의 위기를 넘어설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저는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를 대서라도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둘러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정직하지 못할 뿐더러 대학의 미래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현재의 대구대학교뿐만 아니라 미래의 대구대학교에 대해서까지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총장의 양심을 파는 행위입니다. 폭언과 감금이 두려워 또 당장의 시련과 고난을 피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친애하는 직원선생님, 그리고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저와 본부는 대학의 미래 생존을 확실하게 보장받는 그날까지 학과 구조조정을 포함한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필수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대학의 학과 구조조정은 저와 본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대구대학교를 사랑하고 대구대학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교수님들과 직원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 여러분에게 호소하고자 합니다.
오로지 대학가족 여러분의 애교심과 그에 기반을 둔 헌신으로 키워온 자랑스러운 우리 대구대학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이 가시밭길에 동참해 주실 것을 희망합니다. 고통과 아픔을 먼저 감당해야 할 학생들과 교수님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먼저 저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가장 상심이 클 해당 학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신입생모집이 중지되는 학과의 경우에도 2020년까지는 학과를 존속시키면서 기존의 교육과정이 운영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희망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지금의 학과에서 졸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과를 원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법령으로 제한되는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최대한의 폭으로 전과를 허용할 것입니다.
장학금 지급과 취업 지원을 비롯해 본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할 것이며, 즉각 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제반 조치를 마련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저는 구조조정 대상 학과 교수님들께서 신분상의 불안 없이 연구와 교육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도 즉시 가동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인접 학과 교수님들께도 ‘동료애’와 ‘사랑과 배려로 함께 하는 대구대학교의 건학정신’을 발휘해 주실 것을 강력하게 당부드릴 것입니다. 대학가족 모두가 불안 없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 필요하다면 총장과 본부에게 주어진 행정력도 강력하게 발동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본부와 학생들 사이의 정보 교류와 소통을 가로막는 의도적인 시도들이 계속 있어 왔습니다.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에 학생들이 현혹되는 모습도 지켜봐야 했습니다. 정해진 원칙과 절차를 통해 오랫동안 준비하고, 논의하고, 추진해 온 구조조정 작업을 원천적으로 무효화시키려는 시도들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구대학교에서 학과 구조조정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통념을 악용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체의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인신을 구속 감금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와 정상적인 학사 진행을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일탈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지난 주, 대학구성원 여러분께 걱정을 드린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죄송한 말씀을 거듭 드리면서, 대학이 조속히 정상화되어 모두가 함께 미래 생존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 5. 26.
총장 홍덕률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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