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부산해경, 아픈 외국인 선원 방치 사망케 한 원양 선장 구속

‘동작 느리고 말귀 못 알아 듣는다’ 외국인 선원 수시 폭행

기사입력 : 2015-06-09 11:38
+-
[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 부산경남취재본부=전용모 기자] 자칫 단순 변사사건으로 묻힐 뻔한 사건이 해경의 기지로 전모가 드러났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서장 김홍희)는 몸이 아픈 외국인 선원 K씨를 한 달 넘게 방치해 사망케 하고, 선원들을 상습폭행 한 원양어선 S호(378톤, 부산선적, 원양참치연승)의 선장 이모씨에 대해 상습폭행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부산해경은 지난달 7일 남태평양 솔로몬제도 근처 공해상에서 참치잡이를 하던 원양어선 S호에서 K씨가 심장마비 증세로 사망했다는 신고를 접한 후 사인에 의문을 품고 경위를 조사하던 중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3월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한 S호의 필리핀 선원 K씨는 심낭염으로 의심되는 병을 앓고 있었던 탓에 출항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가슴통증, 무기력감, 손발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K씨가 사망하기 보름 전부터는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로 그 증세가 악화됐었다. 부검결과에 따르면 심낭(심장을 싸고 있는 막)에 약 3000㎖의 고름을 품고 있었다.

조업현장 근처에 병원시설이 갖추어진 솔로몬제도 등이 있어 선장은 병원으로 후송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병원 후송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꾀병을 부린다’며 발로 밟거나 기상이 불량한 날 몇 시간씩 부동자세로 갑판에 세워 넘어 오는 파도와 비를 온몸으로 맞게 하는 벌을 주기도 했다.

또 S호에 타고 있는 외국인 선원들을 ‘동작 느리고 말귀 못 알아 듣는다’는 등으로 수시로 폭행한 혐의다.

해경은 조사과정에서 선장은 필리핀 선원 K씨가 아프다는 사실을 몰랐고, 선원을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외국인 선원들에게 자신의 행위를 발설하는 자에게는 강제로 하선시켜 귀국 시키겠다고 협박하며 말을 맞추도록 한 정황도 확인했다.

결국 선장의 보복을 우려하고 입을 다물던 동료 선원들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와 수사관들의 따뜻한 설득에‘선장은 악마였다’‘우리도 같은 일을 겪을 까봐 겁이 난다’며 인간처럼 대우 해달라고 청원함으로써 그의 악행이 드러나게 됐다.

부산해경측은 “자칫 단순 변사사건으로 묻힐 뻔 한 사건을 해결한데 의의를 두는 한편,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한국인 간부선원들의 인명경시 풍조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외국인선원 인권유린 행위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