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강력사건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황령산을 관할하는 남부경찰서를 비롯한 3개 경찰서에 긴급 지령이 내려져 당직형사들 30여명을 비롯해 112타격대, 지역경찰 등 경찰관 70여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2시간 30분에 걸쳐 폭우와 안개속에서 황령산 봉수대 부근을 샅샅이 뒤지는 수색이 이뤄졌지만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잠시 뒤 신고자 및 최초 출동 지역경찰관으로부터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한 방향에서 여성 4명이 내려오는 것이 목격됐다.
그런데 여성들은 “비명소리를 들은 사실이 없다”며 타고 온 차량을 이용해 내려가 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고, 이들 중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됐다.
순찰차 블랙박스로 판독한 여성들의 차량번호로 소유자를 확인하고 주소지 관할인 금정경찰서에 공조 요청해 당시 이모(26ㆍ여)씨가 차량을 운전해 친구들과 황령산에 간 사실은 확인됐으나, 이씨는 “신고내용에 대해 아는바 전혀 없다”고 계속 부인하다가 형사들의 끈질긴 설득에 함께 있던 친구 김모(28ㆍ여)씨가 비명을 지른 사람이라고 털어놨다.
그 사연은 이러했다.
김모씨는 친구들 넷이서 밤늦도록 놀다가 황령산 정상으로 갔다.
마침 비가 오고 야심한 시각이라 아무도 없어 취업에 대한 열망으로 “하나님 취업 좀 되게 해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라고 절규 하듯이 장난스럽게 고함을 지른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마침 그 인근에 신고자가 있었다.
대학생인 최모(21)씨는 마침 친구들과 부근을 산책하다 갑작스럽게 들리는 여성의 비명 소리에 놀라 112에 신고를 하면서 문제가 확대된 것이었다.
김모씨 일행들은 최초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비명소리를 들었냐는 질문에 야심한 밤 산에서 취업 소원을 빈 것이 부끄러워 “그런 적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으며, 형사들의 전화에 사안이 심각해지고 비명소리에 대해 자신들을 의심하는 것을 알고 마음이 조급해 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형사로부터 수많은 경찰관들이 출동해 산악 수색 중이라는 말을 듣고 무엇보다도 비를 맞고 밤새도록 고생할 경찰관들을 생각하니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사실을 고백하게 된 것.
사건 담당자인 부산남부서 형사팀 현대섭 경사는 “20대 후반의 여성들이 수년전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자 간절히 기도한 것인데 그 간절함이 너무 지나쳤던 것 같다”며 “그나마 강력사건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젊은이들의 취업에 대한 갈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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