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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시각 황령산 정상서 ‘살려달라는 여성 비명’ 알고보니...

“강력사건 아닐까” 지역경찰 70여명 현장 출동 수색

기사입력 : 2015-09-2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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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 부산경남취재본부=전용모 기자] 24일 새벽 2시 11분경 부산지방경찰청 112지령실에 “황령산 정상 봉수대 부근의 산속에서 젊은 여성의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혹시 강력사건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황령산을 관할하는 남부경찰서를 비롯한 3개 경찰서에 긴급 지령이 내려져 당직형사들 30여명을 비롯해 112타격대, 지역경찰 등 경찰관 70여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2시간 30분에 걸쳐 폭우와 안개속에서 황령산 봉수대 부근을 샅샅이 뒤지는 수색이 이뤄졌지만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잠시 뒤 신고자 및 최초 출동 지역경찰관으로부터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한 방향에서 여성 4명이 내려오는 것이 목격됐다.

그런데 여성들은 “비명소리를 들은 사실이 없다”며 타고 온 차량을 이용해 내려가 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고, 이들 중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됐다.

순찰차 블랙박스로 판독한 여성들의 차량번호로 소유자를 확인하고 주소지 관할인 금정경찰서에 공조 요청해 당시 이모(26ㆍ여)씨가 차량을 운전해 친구들과 황령산에 간 사실은 확인됐으나, 이씨는 “신고내용에 대해 아는바 전혀 없다”고 계속 부인하다가 형사들의 끈질긴 설득에 함께 있던 친구 김모(28ㆍ여)씨가 비명을 지른 사람이라고 털어놨다.

그 사연은 이러했다.

김모씨는 친구들 넷이서 밤늦도록 놀다가 황령산 정상으로 갔다.

마침 비가 오고 야심한 시각이라 아무도 없어 취업에 대한 열망으로 “하나님 취업 좀 되게 해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라고 절규 하듯이 장난스럽게 고함을 지른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마침 그 인근에 신고자가 있었다.

대학생인 최모(21)씨는 마침 친구들과 부근을 산책하다 갑작스럽게 들리는 여성의 비명 소리에 놀라 112에 신고를 하면서 문제가 확대된 것이었다.

김모씨 일행들은 최초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비명소리를 들었냐는 질문에 야심한 밤 산에서 취업 소원을 빈 것이 부끄러워 “그런 적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으며, 형사들의 전화에 사안이 심각해지고 비명소리에 대해 자신들을 의심하는 것을 알고 마음이 조급해 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형사로부터 수많은 경찰관들이 출동해 산악 수색 중이라는 말을 듣고 무엇보다도 비를 맞고 밤새도록 고생할 경찰관들을 생각하니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사실을 고백하게 된 것.

사건 담당자인 부산남부서 형사팀 현대섭 경사는 “20대 후반의 여성들이 수년전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자 간절히 기도한 것인데 그 간절함이 너무 지나쳤던 것 같다”며 “그나마 강력사건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젊은이들의 취업에 대한 갈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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