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기고] 이해와 배려로 새로 태어난 전자감독대상자 부부

부산보호관찰소 책임관 염재일... 11월말 경 법무부 주관 무료 합동결혼식

기사입력 : 2015-11-25 09:37
+-
[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 부산경남취재본부] N씨는 88년경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중 잇따른 사업실패와 경제적인 곤란을 겪으면서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잦은 부부싸움과 자녀들의 가출, 비행 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술로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술에 만취한 상태로 귀가해 잠을 자고 있던 딸(당시 14세)의 모습을 보고 순간적인 욕정을 느껴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금수보다 못한 행동을 저질렀다.

그 대가로 7년 동안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고 출소한 이후에도 전자발찌 착용으로 인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막상 교도소에서 출소해 보니 처와 자녀들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고, N씨 스스로도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자책감에 식구들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염재일부산보호관찰소책임관.
▲염재일부산보호관찰소책임관.
이제는 과거 범행을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바르게 살아야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생활하던 중 봉제공장에서 만난 여성과 새 가정을 꾸리며 앞날에는 핑크빛 행복만이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재혼한 순간부터 처의 난폭한 행동과 N씨의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부부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잦은 부부싸움으로 상대방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생채기를 내기 일쑤였고 평온한 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미움만이 상존하던 어느 날 새벽녘 N씨의 처가 다급한 목소리로 보호관찰관에게 연락을 해 왔다.

보호관찰관이 잠을 자다 무슨 일인가 하고 급히 옷을 챙겨 입고 N씨의 집으로 달려갔더니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N씨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보호관찰관이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더니 “살고 싶지 않다. 괴롭다. 모든 것 버리고 멀리 떠나고 싶다”라는 말만을 반복하며 괴로워했다.

그날 이후 N씨의 처는 가출했고 N씨는 다니던 직장도 나가지 않은 채 또다시 술로 지새우기 일쑤였다. 다행히 보호관찰관의 중재로 N씨의 처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부부간의 갈등은 쉽게 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보호관찰관이 부부 상담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백방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던 중 간신히 심리센터의 협조를 얻어 부부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N씨 부부가 “심리센터라는 곳이 정신병이 있어 가는 곳이 아니냐?”는 식의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어 상담 받기를 극구 거부했고, 보호관찰관이 매일 주거지를 방문, 설득과 이해를 구한 결과 마침내 N씨 부부는 반신반의하면서 부부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이들 부부는 참여 초기에는 효과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으나,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데리러 오는 보호관찰관의 정성에 감동했는지, 아니면 심리센터의 부부상담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었는지, 점점 다툼이 줄어들면서 부부간에 지켜야 할 예의범절, 대화 방법 등을 터득하게 됐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N씨는 “자신이 전자발찌를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재차 가정파탄의 구렁텅이로 빠져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었을 텐데, 보호관찰관 덕분에 부부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생활의 활력을 얻어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며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N씨 부부는 올해 11월말 경 법무부가 주관하는 무료 합동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혼인신고는 돼 있지만 정식으로 혼례를 치르지 못한 정을 알고 있는 보호관찰관의 도움과 관심으로 이제 결혼식이라는 성스러운 의식을 거행함으로써, 진정한 부부로 거듭나 이해와 배려로 새로 태어난 금슬 좋은 부부생활을 영위할 것이라 믿어 본다.

<위 글은 염재일 부산보호관찰소 책임관의 기고 입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