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신청 취지는 “경찰과 국가는 변호사들의 주한 미국대사관 정문 앞 인도에서의 1인 시위를 방해해서는 안 되고, 경찰과 국가는 이를 위반할 때마다 각 변호사들에게 1회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미군위) 위원장인 하주희 변호사, 간사인 김진형 변호사와 김종귀 변호사, 남성욱 변호사, 김자연 변호사 등 5명이 냈다.
민변 미군위 소속 변호사 5명은 “경찰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고, 앞으로도 같은 침해 행위가 반복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해 1인시위 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게 된 것”이라며 “아울러 국민에게는 1인시위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유사한 불법행위를 방지하고자 한다”고 가처분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미대사관 정문 앞 1인시위 방해 행위의 위법성은 이미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으로 확인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찰이 오히려 명백한 불법행위로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일일까.
민변 미군위 위원장인 하주희 변호사와 회원 변호사들은 지난 16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국민들의 헌법상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한 것이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어긋나는 규범적 문제가 있다”며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사드 배치는 위헌”이라며 중단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 변호사들은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사드’ 배치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매우 절박한 심정으로 1인 시위에 나선다”며 이날부터 29일까지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월~금 12:00~13:00)를 벌여나가기로 했다.
기자회견 후 하주희 변호사는 미국대사관 정문 앞 인도로 향했다. 그런데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들은 미국대사관 정문에서 약 20미터가 떨어진 곳에서 하주희 변호사를 막았다.
이에 하주희 변호사가 “1인 시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규율되는 집회나 시위가 아닌데도 미국대사관 정문 앞 인도에서의 1인 시위를 막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민변에 따르면 경찰 측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몇 분 후에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방송차량으로 “‘비엔나협약 22조’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 의하여 미국대사관 앞에서의 1인 시위를 불허한다.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방송했다고 한다.
방송 직후 경찰공무원들은 하주희 변호사의 몸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KT건물 북단까지 밀어냈다고 민변은 전했다.
다음날인 17일 낮 12시 20분경 김진형 변호사가 미국대사관 정문 앞 인도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런데 김진형 변호사가 1인 시위를 시작하자마자 경찰들이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1인시위가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1인시위를 하라’며 김진형 변호사의 1인시위를 방해했다고 한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김진형 변호사가 1인 시위를 시작한지 5분 만에 경찰방송차량을 가지고 ‘미국대사관 앞에서의 1인시위를 불허하겠다.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방송했고, 그 직후 20여명의 경찰들이 김 변호사에게 유형력을 행사해 밀어냈다고 한다.
이후 김종귀 변호사와 김자연 변호사 역시 1인 시위를 제지당했다.
이에 1인 시위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결국 종로경찰서장과 국가를 상대로 1인 시위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민변 변호사들은 “표현의 자유는 다원주의와 국민주권주의를 기초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대전제다. 1인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제한을 받지 않는 행위이므로, 국민 누구나 원하는 시간ㆍ장소ㆍ방법에 따라 1인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게다가 변호사들이 1인 시위를 진행하려는 곳은 미국대사관 정문 앞 인도로,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비엔나협약 제22조에 근거해 미국대사관 정문 앞에서의 1인 시위는 금지한다고 했으나, 우리들은 미국대사관 안에 들어갈 의사 자체가 없어 1인 시위를 방해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될 수 없는바, 결국 경찰은 법적 근거 없이 변호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미대사관 정문 앞 인도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곳이므로, 경찰의 주장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양손에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우리는 미국의 대중국봉쇄정책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불안과 대립을 부르는 사드 배치는 위헌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을 뿐이므로,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해지려 한다거나 사람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는 전혀 없었다”며 “그럼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 근거해 시위자들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결국 경찰공무원들이 변호사들의 몸을 밀어낸 행위는 위법한 신체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종로경찰서장은 2003년 4월 유사한 사안으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표현의 자유 및 신체의 자유 침해라는 판단을 받고 1인 시위 제지 관련자에게 인권교육 권고까지 받았고, 2016년 2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진정 조사 과정에서도 긴급구제가 인용될 것이라는 점을 통보받고 나서도 1인 시위 방해 행위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변호사들은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수차례 지적했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미국대사관 앞에서의 1인 시위는 불허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경찰은 향후에도 계속ㆍ반복적으로 변호사들의 1인 시위를 방해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봤다.
민변 변호사들은 “미국대사관 정문 앞 인도에서의 1인 시위는 2월 16일부터 29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본안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경찰의 표현의 자유 및 신체의 자유 침해행위가 긴급하게 억제되지 않는다면 변호사들은 항의의 대상인 미국의 주한대사관 정문 앞에서 의사를 표현할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가 초래돼, 이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은 민변 미군위가 2월 29일까지 1인시위를 예정하고 있으므로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2016년 2월 29일까지만 막으면 된다’는 판단 하에 법원의 가처분결정을 위반해 변호사들의 1인시위를 방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찰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1인시위를 방해하고 있는 점도 그러한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며 “따라서 경찰의 가처분 결정 위반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상당한 금액의 간접강제가 필수적”이라고 1회 위반에 50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신청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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