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27)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1시께 광주 북구의 사우나를 찾았다가 입구 우산꽂이에 놓아둔 2만원 상당 우산을 도난당했다.
고작 2만원짜리 우산을 잃어버린 것이야 그냥 넘길 수 있었지만, 깔끔하게 목욕을 마치고 나왔는데 다시 비를 맞고 귀가해야 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는 했지만 설마 경찰이 우산 도둑까지 잡아주리라 기대하지도 않고 있는 터에 경찰에게 "우산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사건을 접수받은 광주 북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은 사우나 CCTV부터 뒤졌다.
목욕 바구니를 들고 훔친 우산 속에서 비를 피하며 사우나에서 나와 사라져 버린 우산 도둑을 찾기 위해 주변 12개 CCTV를 모두 뒤진 경찰은 사건 발생 10일 만에 범인 B(49)씨의 주거지를 찾아내 붙잡았다.
당황한 건 우산 도둑도 마찬가지였다.
우산이 사라져 범인을 찾으러 왔다는 경찰의 방문에 깜짝 놀란 B씨는 당황해하며 "비가 내려 우산꽂이에 놓인 남의 우산을 쓰고 왔다"며 집에 보관 중인 A씨의 우산을 다시 돌려줬다.
A씨는 "우산을 찾아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생활범죄팀에는 남들 눈에는 별거 아니지만, 피해자들에게 소중한 휴대전화, 지갑 등 소지품을 찾아달라는 사건이 하루에도 수건씩 들어온다.
생활범죄팀 형사들은 이런 사건을 개인별로는 20여건씩, 팀별로는 100여건씩 쌓아놓고 처리한다.
생범팀의 한 형사는 몇천원 안되는 물건 도둑 찾으려고 강력범죄 범인 수사하듯 발로 뛰다 보면 "이거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범인 검거 소식에 고마움을 전하는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사건의 경중을 떠나 범인 잡는 건 모두 같은 일이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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