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정부 에너지 공약의 핵심인 ‘탈 원전’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으로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미착공 신규 원전 4기(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백지화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 금지 등이 언급됐다.
이번 기념사에서 구체적인 ‘탈 원전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고, 기존 공약대비 추가된 내용이 크게 없었다. 하지만 19일 한국전력(한전) 및 원전 관련주(한전KPS, 한전기술 등)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전 관련주의 경우 국내 원전시장 축소가 확실해져 장기 전망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논란의 대상이었던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는 언듭되지 않았다. 이미 공정률이 28%나 진행돼 매몰비용이 약 2조원에 달한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도 예정된 이벤트로 받아드리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원전 관련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전의 경우 ‘탈 원전’ 이슈가 한전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1~2기의 원전이 순차적으로 정지에 들어가기 때문에 본격적인 탈 원전은 2023년에 시작되
기 때문이다. 한전의 급격한 비용증가도 해당 시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강승균 연구원은 "전기요금은 주택용보다는 산업용 요금을 중심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업용이 수요 관리에 용이하고, 우리나라 전력 소비의 56%를 차지하고 있어, 산업용 요금 인상이 한전의 비용 보전에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발표로 두산중공업과 한전기술 등의 원전 관련주들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정책 관련 뉴스로 두산중공업 주가는 11% 급락했다.
삼성증권 한영수 연구원은 "원전 및 석탄화력 이슈에 따른 주가 하락은 과도 하지만 당분간 동사의 주가반등을 유도할만한 모멘텀 역시 부족하다"며 투자의견 보유(HOLD), 목표주가 2만7000원을 유지했다. 사실상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것.
특히 실적 측면에서 두산중공업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의 지속여부가 중요한 상황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이 전면 중단될 경우 두산중공업의 수주잔고는 약 1조4000억원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원전 설계가 주특기인 한전기술도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내려 앉았다. 20일 오전 9시13분 현재 한전기술은 전날보다 750원(3.53%) 내린 2만500원을 기록 중이다.
NH투자증권의 이민재 연구원은 "한전기술의 경우 추가적인 원자력발전소 안전기준 강화 작업으로 기존 원자력발전소 설계 매출이 보완되겠지만, 추가 신규 수주 없이 매출 역성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전KPS도 20일 오전 9시 13분 기준1.73% 떨어져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한전KPS는 신규 원자력/석탄발전 진입 제한으로 국내 부문 이익 감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와 석탄발전 환경기준 강화를 통한 정비 증가,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해상풍력) EPC(설계/조달/건설) 등으로 이를 보완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추후 주가 반등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줄어들 것으로 전망(2014~2029년 연평균 4.2% 감소)했던 발전용 LNG수요가 2031년까지 연평균 2.6% 늘어나는 것으로 정부 전망의 방향이 바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LNG 판매는 해외 광구 지분투자, 터미널, 파이프라인 등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져 가스공사의 미래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LNG발전기를 운영중인 민자발전사 및 지역난방공사 등 집단에너지사도 가동률 상승과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원전 해체 시장을 기대하는 투자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투자증권의 강승균 연구원은 "국내 원전 해체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은 2028년 이후로 판단된다"며 전일 고리 1호기의 가동은 멈췄지만, 본격 해체까지 최소 5∼6년의 사용후핵연료 냉각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첫 상업용 원전을 영구정지 한 것인 만큼 아직 구체적인 해체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며 "관련 기술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원전 10기가 설계수명을 다해 순차적으로 폐로될 전망이나, 이들의 본격 해체는 2028년부터 시작돼 원전 해체 시장의 개화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인 것. 또한 시장 규모 측면에서도 신규 원전 시장을 대체하기엔 작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수원은 원전 1기당 해체비용을 6,437억원으로 추정(IEA는 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체기간이 최소 15년에 달하고 해외 업체를 포함, 여러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익률을 보장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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