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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2세 김준영, ‘일감몰아주기’ 규제 첫 케이스 될까

10조원대 회사 승계하며 증여세 고작 '100억원'

기사입력 : 2017-06-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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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박정우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재벌규제 첫 대상으로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 논란을 빚고 있는 하림(회장 김흥국)이 겨냥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림 김흥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10조원 규모의 회사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림 김흥국 회장
하림 김흥국 회장


20일 재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하림의 지주사격인 제일홀딩스의 지분 41.78%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오너는 준영씨다.

준영씨는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올품은 또 다른 계열사인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닭고기 가공업체 올품의 지분 100%를 준영씨에게 물려줬고, 이 과정에서 100억원의 증여세가 들어갔다.

현재 한국썸벧과 올품은 제일홀딩스에 대해 각각 37.14%와 7.46%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준영씨는 김 회장 보다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아들 준영씨가 편법 증여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인터넷 경제지 KJ타임즈는 이 같은 편법승계에는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의 공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품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709억원과 86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였지만, 김 회장이 장남에게 승계한 직후인 2013년의 매출은 3464억원으로 크게 늘어났고 2014년 3470억원, 2015년 3713억원 2016년 41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 했다.

올품의 급성장의 뒷배경에는 하림 계열사들의 지원이 있었다.

KJ타임즈에 따르면 올폼 매출의 90% 이상이 하림 계열사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준영씨 소유 한국썸벧의 매출은 올폼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결국 하림 계열사들의 '밀어주기'가 준영씨의 자산을 증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는 30일 제일홀딩스가 코스닥에 상장되면 준영씨 주식 가치는 더욱 날개를 달 전망이다. 금융업계는 제일홀딩스 상장 시 늘어나게 될 준영씨의 주식가치를 수천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하림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 공정위와 여당은 편법승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원회 의장은 “25세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이며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하고 있다”고 하림을 직접 겨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집단 규모와 무관하게 직권조사를 거쳐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는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정재계 안팎에서는 10조원대 회사로 성장한 하림그룹이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 등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첫 케이스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김 회장은 "오해가 생겼다"면서 전면부인했다. 지난 19일 모 일간지는 김 회장의 입장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김 회장은 “올해 5월 대기업 반열에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증여 당시 기업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적접하게 납부했는데 현재 자산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적게 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라고 밝혔다.

이어 "유상 감자한 만큼 주식이 줄어드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증여 자산이 감소하는 것인데 회사가 대신 냈다는 것은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전했다.

또 김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한국썸벧판매 매출이 더해지면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특히 “2세 승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창업자인 나의 경영철학을 이어가려면 어릴 때부터 교육해 온 아들이 회사를 물려받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20년 안에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생각이 없고 경영 능력이 없다면 전문 경영인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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