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도시를 정하고 그 도시에서 꼭 봐야 하는 스팟(랜드마크 등)을 중심으로 일정을 짠다. 그리고 스팟을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볼 세부 계획을 세운다. 평생 한번밖에 올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니 남들 다 본다는 스팟은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많이 추억하고 곱씹는 것은 랜드마크를 본 순간이나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을 본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행을 준비할 때 일정의 중심이 되었던 ‘스팟’들은 사진 속에서만 기억되어있고 오히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과의 시간들이 그 도시를 기억하는 느낌으로 남아 있다.
아마 이런 감정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난 한국인들과 함께 먹은 저녁 식사,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찾은 숙소, 숙소에서 사장님의 환대 등. 어쩌면 여행은, 한국에서는 너무 흔한 일상이라 귀하게 여기지 못한 순간들을 다시금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깨달음을 선물해 주는 것이 아닐까. 이런 경험은 여행을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여행지에서 사람을 통해 더 가치 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면서 쉬운 방법은 바로 ‘호스트 트립’을 이용하는 것이다. 호스트 트립이란, 호스트(한인숙소 사장님)가 직접 진행하는 트립으로 숙소에 묵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만 하는 숨은 알짜 콘텐츠다. 우리가 흔히 아는 ‘투어’나 ‘액티비티’보다는 ‘커뮤니티’와 ‘경험’에 더 가까운 것이 호스트 트립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호스트 트립은 여행에서 의례 생각하기 힘든 것들을 가능케 해준다. 파리 생마르탱 운하에서 맥주 마시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치맥을 먹는다는 일이 가능할까? 호스트가 직접 만든 치킨을 들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며 여행의 순간들을 곱씹으며 회포를 푸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천주교 신자인 호스트와 함께 로마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의 미사에 참석할 수도 있다. 로마 성가대 대회에서 1등을 한 성가대의 아름다운 하모니도 들을 수 있음은 덤이다.
또 프라하에서 볼링장과 클럽을 동시에 가본 여행자는 얼마나 될까? 여행자들과 함께 볼링을 치고 프라하 현지인들과 어울려 클럽에서 한바탕 놀고 나면 프라하는 아름다운 야경과 성당만으로 기억되는 도시가 아닐 것이다.
영국 작가인 길버트 K. 체스터턴은 “여행자는 보이는 것을 보지만, 관광객은 보기 위해 온 것들만 본다”고 말했다. 호스트 트립이 매력 있는 이유는 보기 위해 온 것을 보고 가는 관광 말고도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느끼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관광과 인증샷도 의미 있지만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시도해본다면 더 가치 있는 여행으로 기억 될 것이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