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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선발급 ‘4번’은 이변을 부르는 행운의 번호

기사입력 : 2017-11-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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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선두들의 경기모습. (사진=경륜운영본부)
경륜 선두들의 경기모습. (사진=경륜운영본부)
[공유경제신문 박정우 기자] 올 시즌부터 선발급 경주에서 선두유도원의 퇴피시점이 기존의 3주회 4코너에서 4주회 타종선 사이로 늦춰졌다. 특선급, 우수급 보다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이 반 바퀴 늦춰진 것으로 전체 시속이 떨어지는 선발급 경기 진행속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그 동안은 선두유도원이 물러난 뒤에도 결승선까지 2바퀴의 여유가 있어 경기가 느슨했다. 하지만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이 늦춰져 승부거리가 짧아졌고, 선수들은 짧아진 승부거리에 선두유도원 퇴피와 함께 바로 승부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선두유도원 퇴피가 거의 타종시점과 맞물리다보니 자칫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에 대열 뒤쪽에 자리를 잡은 선수들은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에 3, 4번째에 위치하지 못하면 차라리 초주선행이라도 나서 앞쪽에서 기회를 엿보는게 낫다고 판단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4번’ 선수의 초주선행을 풀어주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4번 선수는 경주시작과 함께 선두유도원 후미에서 선두유도원 퇴피시점까지 선행에 나서야 하는 선수로 다른 선수가 4번 선수의 앞자리를 차지한다면 초주선행 의무는 없어진다.

예상지 ‘경륜박사’ 박진수 팀장은 “선발급은 설령 초주선행에 묶여 있더라도 내선에서 받아가는 작전을 펼치기 용이하고, 웬만큼 선행력을 갖춘 선수들은 그대로 시속을 올리면서 버티는 경우도 자주 있다”며 “선발급 ‘4번’은 우수, 특선급과 달리 대박을 부르는 최고의 명당자리”라고 설명했다.지난 2주간 선발급에서 나온 이변은 거의 대부분 ‘4번’ 선수의 발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2일 광명 일요 1경주에 출전했던 4번 허은회는 함께 훈련했던 김유신에 의해 초주선행이 풀리자 막판 송곳 추입을 선보이며 우승후보 이제인을 3착으로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 쌍승 14.6배를 연출했다.

허은회가 이변의 서막을 알리자 3경주의 4번 임근태가 대박으로 화답했다. 인기순위 꼴지로 출전했던 임근태는 초주선행에 그대로 묶여 있었지만 선행에 나선 한정훈에 이어 3코너에서 젖히기에 나선 9기 동기생 이응주를 상대로 막판 추입을 몰아치면서 역전에 성공, 쌍승 116.9배의 대박을 선사했다. 5경주에서도 4번 조영근이 김민욱의 선행을 추입으로 응수한 이현석을 마크하며 3착, 삼복승 189.9배를 터뜨리는데 일조했다. 부산에서도 이변 소식을 알려왔다. 인기순위 3위로 출전했던 4번 엄재천이 강축으로 나섰던 정찬건의 선행을 젖히기로 훌쩍 넘어서며 우승, 쌍승 99.2배, 삼복승 120.6배를 연출한 것이다.

44회차(11월 17일∼19일)에서도 ‘4번’의 이변 행진은 이어졌다. 17일 광명 금요 2경주 4번 김기욱의 깜짝 선행 우승을 시작으로 3경주의 4번 설영석 선행 2착(쌍승 22.9배), 4경주의 4번 박효진 선행 2착(29.1배)으로 연속 이변이 나왔고, 급기야 부산 7경주에서는 인기순위 6위로 출전했던 4번 정성기가 이창운의 선행을 추입까지 연결시키며 쌍승 1097.5배, 삼복승 405.3배의 초대박을 터뜨렸다.
18일 토요경주에서는 부산 7경주의 4번 강양한, 창원 11경주의 4번 조창인이 이변 우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초주선행을 벗어나지 못했던 강양한은 선행승부한 김유신을 내선에서 받아간 후 강축으로 나섰던 이상현을 몸싸움으로 밀어내며 우승, 쌍승 32.4배를 선사했고, 초주선행이 풀린 조창인은 한국체육대학 선배인 이동기의 젖히기를 결승선 앞에서 살짝 잡아내며 쌍승 74.0배의 이변 우승을 성공시켰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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