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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와 문화인류학] 기부와 경제

기사입력 : 2020-08-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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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박재준 기자 포틀래치와 쿨라에 대한 인류학자들의 민족지 연구가 진행된 지 100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부열풍이 불고 있다.

기부에 대한 연구는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마르셀 모스가 1924년에 발표한 기부론(Essai sur le don) 1) 이 나온 이후 본격화 됐다. 모스는 기부론에서 보아스(F.Boas)가 분석한 아메리카 북서부 해안지역에서 나타나는 포틀래치 (Potlatch) 2) 와 말리노프스키(B.Malinowski)가 연구한 남태평양의 쿨라(Kul a) 3) 등을 조사했다. 모스는 이러한 집단의 의식 속에서 교환의 오래된 형태, 즉 기부와 답례의 교환을 찾아냈다.

기부와 경제

모스는 고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기부의 형식을 통해 모든 사회현상을 분석 하고자 했다.
모스는 모든 제도가 ‘동시에 뒤섞여’ 있는 고대사회의 사회생활의 중심적 원리로서 급부체계(Prestation)에 초점을 맞추고, 특히 ‘겉으로는 자유롭고 무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제적이며 타산적인 급부’인 기부의 형식을 철저하게 연구함으로써 가족, 정치, 경제, 도덕제도를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사회 현상을 일거에 분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모스는 기부 행위를 하나의 물건이 이동한 것으로 본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총체적인 사회적 사실로 본 것이다.

모스의 기부라는 교환체계의 총체성은 바타이유(G.Bataille)의 일반경제 (general economy) 개념으로 발전되었다. 바타이유는 『저주받은 몫』이라는 책에서 모스가 다룬 포틀래치 의식을 생산 개념이 중심인 제한경제 4) 에서 벗어나 비생산적이 소비의 개념이 중심인 일반경제 5) 이론으로 풀어나갔다. 바타이유는 포틀래치 의식을 통해 모스가 주장했던 상대방에 대한 기부를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의식으로 보았다. 뿐만 아니라 바타이유는 포틀래치에서 진행되는 물건의 파괴를 일반경제의 입장에서 소비의 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바타이유는 인류가 고민할 문제는 축적과 생산이 아니라 비생산적인 소비라고 주장한 것이다. 바타이유는 포틀래치 의식을 생산 개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반경제 이론인 소비 개념과 연결시킨 것이다.
포틀래치. 사진=주한캐나다대사관 블로그
포틀래치. 사진=주한캐나다대사관 블로그

포틀래치는 이익을 목적으로 한 교환, 약탈 또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재화의 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소유자원을 에너지로 환원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그 자원을 성장을 위해 쓸 수만은 없다. 성장은 무한할 수도, 지속적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잉여 자원들을 써버려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낭비하는 순간에 조차 획득을 열망한다. 심지어 인간은 낭비자체를 획득의 대상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 일단 자원을 소모하면 그소모된 자원은 그것을 소모한 사람에게 특권을 안겨준다. 그래서 인간은 특권을 의식한 채 과시적 낭비를 하며, 결국 그 방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모스는 비경제적 현상들 속에 담긴 경제적 원칙을 읽어내려 시도한 반면, 바타이유는 경제적 논리를 넘어서는 비경제적 요소를 찾아내려고 시도한 것이다.

칼 폴라니 역시 시장(Market exchange)은 경제의 표면적 3대 활동의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시장이 다른 두 개를 누르고 비대화 한 것은 이른바 16세기 이후의 근대사회뿐-이것도 서구를 비롯한 불과 소수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을 제외한 다른 두 요소는 호혜성(Reciprocity)에 의한 활동과 재분배(Redistribution)이다. 기부의 작동 원리와 같은 호혜성과 재분배에 의해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참고자료 및 보충설명
1) 마르셀 모스의 기부론은 국내에서 ‘증여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2) 포틀래치는 미국 북서부 해안에 사는 치누크족 인디언이 사용하는 언어로 ‘식사를 제공하다’ 또는 ‘소비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포틀래치는 혼인이나 성년식 등과 같은 통과의례뿐만 아니라 후계자 계승이나 공적을 기리는 의례행사이다. 포틀래치에서는 성대한 잔치를 열고, 많은 예물을 손님들에게 나눠줄수록 주인의 명예가 높아진다. 또, 초청된 손님들은 주인의 행위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하고, 나중에 그 이상의 포틀래치를 거행해야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
- M. Harris (1975), The Riddles of culture, Random House, Inc. 박종렬 역 (1981), 『문화의 수수께끼』, 한길사, pp.109-128 참고
3) 쿨라는 트로브리안드 군도의 부족주민 사이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선물 기부 의식이다. 쿨라는 ‘원(圓)’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 의식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 그것을 준 사람에게 답례하는 것이 아니라 제 삼자에게 다시 선물함으로써 선물이 결국 섬 전체를 돌면서 여러 주민들에게 전해진다. Maurice Godelier (1996), L’Enigme du don, Librairie Arthéme Fayard. 오창현 역 (2011), 『증여의 수수께끼』, 문학동네, pp.121-144 참고
4) 제한경제는 재화의 생산과 보존, 재생산에 관심을 두는 경제를 말한다. 바타이유는 생산과 획득은 역사적 발전 단계에 따라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역사의 이해를 위해서는 생산과 획득의 형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생산과 획득은 소비에 종속된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조한경 (2004), 『저주의 몫』, 문학동네, pp.51-81.참고
5) 바타이유는 소비 개념을 가지고 자신만의 일반경제 이론을 주장했다. 일반경제는 인간 활동의 중심을 소비로 보고 재화의 본질도 소비에 있다고 보았다. 바타이유는 인간 활동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소비로 전쟁과 축제, 장례, 종교의식, 도박, 공연 등을 꼽았다. 특히, 전쟁은 전쟁 당사국 들이 제한경제에 집착해서 지나치게 축적한 과잉 에너지를 파국적으로 소모되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유기환 (2010), 『저주의 몫·에로티즘』, 살림, pp.50-61.참고

박재준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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