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산연탄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4일 해양 전문가를 꿈꾸며 대형 컨테이너선의 항해사로 일을 시작한 23살 청년 정성훈 씨가 숨졌다. 정 씨는 한국해양대학교를 막 졸업해 취업한 뒤 2번째 승선한 배에서 하역 작업 중 불의의 추락 사고를 당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따뜻한 성품을 가져 선후배로부터 인정받았던 정 씨의 죽음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정 씨가 사망한 지 두 달이 지난 이달 9일 부산연탄은행을 운영하는 강정칠 목사에게 정 씨의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정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한 아버지는 “우리 성훈이가 매월 2만 원씩 연탄은행에 돈을 보내기를 희망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매월 2만 원씩 빠져나가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 성훈이 보상금에서 500만 원을 보내니 성훈이를 위해 잘 사용해 달라”고 말했다.
정 씨는 사고를 당하기 이틀 전 연탄은행에 매월 2만 원씩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멘토로 생각했던 한기철 도선사가 연탄은행에 봉사와 후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기부를 결심한 상태였다.
강 목사는 전화를 받는 내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부산연탄은행에서는 정 씨의 돈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더 귀한 곳에 사용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하지만 정 씨의 아버지는 “목사님 울지 마시고 성훈이를 봐서라도 이 돈을 꼭 받아 달라”며 되레 간청하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정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 좋아했던 대학 야구동호회를 비롯해 다른 단체 등에도 사고 보상금을 나눠 기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연탄은행은 정 씨의 기부금으로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따뜻한 밥상을 대접하고 연탄을 나눠줄 예정이다. 또 기부금 일부를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복 지원 사업에도 보탤 계획이다.
강 목사는 “아들을 천국으로 보내며 전해 온 소중한 기부금이어서 따뜻한 활동에 돈을 나눠 쓰고 그 뜻을 기리려고 한다”며 “가슴 아픈 기부금을 받으면서 부산연탄은행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숙제를 동시에 받았다”고 말했다.
김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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