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마찰, 일본 경제 보복 속에서 기계·금속·조선·중공업 업계는 전년대비 채용계획을 크게 줄인 반면, 정보통신과 자동차 등 정부가 지정한 혁신성장 분야는 채용계획을 확대해 대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대표 서미영)가 2212개 상장사 중 조사에 응한 699개사를 대상으로 ‘2019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업종별 채용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먼저 하반기에 ’대졸 신입 사원을 뽑겠다’고 확정한 상장사는 66.8%, ’대졸 신입을 뽑지 않겠다’고 밝힌 곳은 11.2%, ’채용22여부가 미정’인 곳은 22.0%에 달한다. 기업 3곳 중 2곳은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업종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하반기 가장 높은 채용계획을 보인 업종은 ’자동차·부품’이었다. 지난해 69.2% 대비 7.3%포인트 오른 76.5%의 채용계획을 전망한 것. 해당 업종은 잇따른 파업으로 인한 내홍과 일부에서는 보호무역주의로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고용감소가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시행에 한 차례 탄력을 받았고, 최근 정부의 8대 선도사업에 ‘미래차’가 포함되며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전동화 등의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핵심인력 확보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상반기 460명의 연구개발 정규직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3자리 수의 신입 및 경력사원 모집 계획을 예고했다.
’여행·숙박’ (75.6%), 식음료’ (75.0%), ’금융·보험’ (71.4%) 역시 평균을 웃도는 70%대의 채용계획을 예고했다. 식음료 및 서비스 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신규 채용 부담이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지만 지난해 61.5% 대비 13.5%포인트 오른 채용계획을 전망했고, 여행·숙박업은 지난달부터 거세진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일각에서는 채용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평균 이상의 채용계획을 잡았다. 앞선 우려에 대해 항공사들은 새로운 노선에 신규 취항하거나 기존 동남아 노선의 증편 계획 등으로 신규 채용에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보험의 경우 지난해 97.1%라는 역대급 채용계획, 시중 은행 기준 총 2700여 명 규모의 채용을 예고한 바 있다. 점포축소의 여파에도 은행권 채용모범규준 시행과 IT·전문인력 모집을 돌파구로 시중은행 전원이 공채에 화답했던 것. 올 하반기 시중 은행 채용규모는 2천 명 선으로 채용계획과 규모 둘 다 줄었지만 인터넷 은행 출범에 따른 신규인력 모집이 필연적이고 무엇보다 이달 말 금융위원회의 ‘은행권 일자리 창출 효과’ 발표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한 채용계획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 역시 선방했다. 정부의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에 이어 이달 21일 정부의 '혁신성장 확산·가속화 전략' 발표에 5G가 포함됨에 따라 성과 창출 가속화에 발을 맞출 계획인 것. 2년 연속 채용계획이 오름세로, 다음 달 KT는 작년 하반기보다 40% 늘어난 420명의 대졸신입 모집을 시작하고 SK와 LG 신입 채용 규모 역시 두 자릿수로 작년과 비슷하거나 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서 ▲’전자·반도체·컴퓨터·하드웨어’(67.1%)> ▲’전기·가스’(66.7%)> ▲’건설·토목’(65.0%)> ▲’정유·화학·섬유’(64.5%) > ▲’유통·물류’ (62.3%)> ▲'의류·신발·기타 제조’ (60.9%)> ▲’기계·금속·조선·중공업’ (56.9%)> ▲’문화·미디어’(55.0%) 순으로 하반기 업종별 채용계획이 집계됐다.
전기·가스와 건설·토목 등의 인프라 사업은 전년 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전자·반도체·컴퓨터·하드웨어 부문의 경우 빨간불과 녹색불이 동시에 켜졌다. 이달 불거진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해당 부문의 고용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업종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전년 동월대비 4500명 증가하며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규제 발표에 따른 업종 고용 감소세는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못을 박았지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조치한 4일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외에도 지난해 하반기 삼성과 LG에서 각각 디스플레이와 AI, 그리고 생활가전 부문에서 대거 신입을 선발하며 대졸 채용을 견인해 온 만큼 업황별 채용규모에는 차이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기계·금속·조선·중공업 부문은 2017년 하반기 이후 2년 연속 마이너스 채용계획을 내놨다. 조선·중공업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대외환경이 좋지 않고 수주도 줄어드는 상황으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기존 인원도 줄이는 곳이 많다.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중공업계의 공백을 기계·금속 업계가 메우는가 기대했지만 이 역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지역 제조업 전반의 경영 피로도가 쌓이고 있는 상황인 것.
반면, 장기적으로는 인력 수급의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달 기술연수생 모집을 2년 만에 재개했고, 선박 제조에 필요한 부품 등 기자재를 만드는 중기업체 위주의 고용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것이라는 분석도 동시에 자리한다.
한편, 인크루트는 전년도 채용계획 증감 추이를 바탕으로 한 ‘업종별 일자리 기상도’를 발표해 왔다. 실제 채용 규모의 많고 적음과는 다른 인크루트의 주관적인 분류체계로, 이에 따르면 올 하반기 채용 기상도는 정보·통신, 의류·신발이 “화창”, 식음료와 자동차·부품은 “맑음”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대로 여행·숙박은 “흐림”, 급기야 기계·금속·조선·중공업은 “천둥·번개”가 예상돼 업종별 일교차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그간 新성장동력으로 꼽혀온 미래 자동차, ICT 분야에서 채용계획까지 늘어났음이 증명됐다”라며 “구직자는 달라지는 업황과 일자리 기조를 참고해 하반기 구직전략을 세워 보는 한편 나아가 국내 산업기술의 지형도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닐지 관측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사 소감을 전했다.
정지철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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