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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나눔] 간 이식받아 새 삶을 살다 받은 간 다시 기증해 생명 살린 '천사'

6년 전, 간이식 받아 새 삶 살던 이건창씨, 이식받은 장기 다시 재 기증하여 생명 살려

기사입력 : 2019-10-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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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공유경제신문 이경호 기자] 지난 9월 24일,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건창(62세)씨. 곧바로 119를 통해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만 뇌사상태가 되었다. 이 씨는 6년 전 본인 자신이 뇌사자로부터 간을 기증받아 이식 후 새 삶을 살게 되었기 때문에, 늘 기증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살았고, 본인의 의사를 확실히 하기 위해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통해 언젠가 그런 상황이 온다면 기증을 하겠노라는 의견을 가족들에게 종종 얘기했다고 한다.

쓰러져 병원치료를 받던 그는 결국 지난 10월 1일, 본인이 이식받았던 장기(간)를 다시 재 기증함으로써 받은 은혜를 사회에 환원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 씨는 40대부터 간염으로 고생을 하다가 2012년에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던 2013년 9월, 기적처럼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 받아 새 삶을 살 수 있었다.

이식을 받은 덕분에 그는 건강을 되찾았고, 그 다음 해에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기증 관련 심포지엄에 수혜자로 참석하여 아내와 함께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유도 누군가 나에게 기증을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생명나눔에 동참하고 싶어 기증 희망 서약서를 작성했다”고 그 당시 심정을 자식들에게 얘기하곤 했다고 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간이식을 받은 지 6년이 흘러 신장 기능이 떨어지자 올해 7월부터 혈액 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쓰러지던 날은 투석이후 집에 돌아와서도 유난히 힘들어하다가 그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그는 몇 일후 심정지가 왔다. 다행히 위기를 넘겼지만, 주기가 더 빨라질 것 같다는 의료진의 말에 이제는 정말 보내줘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가족들은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6년 전에 이식을 받지 못하면 죽는다는 말에 간절히 기도하던 순간을 겪어보았기에 누군가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받은 장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는 것이기에, 남편에게 기증해주신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받으실 분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1957년 서울에서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나 차분하고 온순한 성격으로 가족들에게는 늘 따뜻한 아버지였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 레코드판 모으기가 취미였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병원에 왔을 때 의식이 없어서 말 한마디도 못하고 간 것이 미안하고 안타깝다. 밥 한 끼라도 따뜻하게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못해준 것이 마음이 걸리고, 좋은 일 하고 갔으니 하늘나라에서도 잘 했다고 행복하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기증은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주는 것이기에, 나 또한 받을 수도 있는 소중한 나눔이다. 이건창님처럼 기증은 나를 살리기도 하고, 남도 살릴 수도 있는 숭고한 나눔”이라며 “기증 문화 확산을 통해 하루에 5.2명씩 이식을 기다리다 돌아가시는 분들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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