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센터장 양철우 신장내과 교수)는 신장 이식 전 항체로 인하여 이식을 받지 못했던 뇌사자 신장이식 대기 환자에서 항체를 제거하는 탈감작 치료를 시행하여 뇌사자 신장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말기 콩팥병으로 혈액투석을 하며 지내던 송 모씨(여, 59세)는 13년 전 신장이식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가족들과의 교차반응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 뇌사자 이식 대기를 하였고, 13년 동안 8번이나 신장 이식의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교차반응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
송 씨가 병원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던 것이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최근 병원 장기이식센터 양철우, 정병하, 이수아 교수팀은 뇌사자 장기 대기 이식 환자를 위한 탈감작 치료 프로토콜을 확립했고, 송 씨는 탈감작 치료 대상 환자로 선정되어 올해 8월 탈감작 치료를 받게됐다.
송 씨는 탈감작 치료 2개월 후 혈액 내에 존재하는 항체 종류 및 역가가 모두 이식이 가능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9년 11월 뇌사기증자가 나타났고, 교차반응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확인되어 9번의 기회 만에 성공적으로 뇌사자 신장 이식을 받게 되었다. 현재 송 씨는 신장 이식 후 순조롭게 회복되어 새로운 삶을 찾았다.
수혜자의 혈액 안에 공여자 조직에 대한 특이 항체(항HLA항체)가 존재하는 경우 감작되었다고 한다. 감작은 임신, 수혈 및 재이식 등을 통하여 발생하게 된다. 감작된 상태에서 장기이식을 하게 되면 항체에 의한 급성거부반응으로 이식이 실패할 위험이 높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장기이식 전 공여자와 수혜자 간의 혈액검사인 교차반응검사를 시행하며 결과가 양성인 경우 대기 순서에서 탈락하게 된다. 감작된 환자는 어떤 공여자를 만나더라도 교차반응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높기 때문에 교차반응이 음성인 공여자를 만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며 따라서 대기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이를 극복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항체 제거 후 신장 이식을 시행하는 탈감작 치료법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의 신 대체 요법이 필요한 말기신부전 환자는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말기 신부전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뇌사자 신장 이식 대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여자 부족, 조직형 부적합 등에 의해 신장 이식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앞서 송 씨처럼 높은 항체 역가에 의해 교차반응 검사가 양성으로 나와 장기간 대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이러한 환자들을 위한 확립된 치료법이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신장이식에서 뇌사자 신장이식이 38%를 차지하고 있고, 뇌사자 신장 이식 대기 환자들이 이식의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한 의료진의 노력이 간절하다.
장기이식센터에서 시행하는 탈감작 치료법 프로토콜은 뇌사자 신장이식 대기 기간이 5년 이상 경과하고 항HLA항체로 인해 교차반응검사에서 1회 이상 양성으로 확인되어 신장이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장기 대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법이다.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주사(리툭시맙, 볼테조밉)와 면역 글로불린을 투여하여 항체 역가를 떨어뜨려서 교차반응검사를 음성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다.
양철우 센터장(신장내과 교수)은 “뇌사자 이식 장기 대기 환자들 중 높은 역가의 항체를 가지고 있는 환자는 대기 순위가 되어 병원에 내원하였다가 교차반응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러한 환자들에게 항상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탈감작 치료법으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경호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