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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시선] 조금 먹고 많이 먹는 척 하는 방법

기사입력 : 2020-06-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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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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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양혜정 기자]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곤란한 상황이 있다면, 내 식사량에 눈치를 주는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할 때다. 우리 예쁜 손녀 많이 먹으면 더 예쁘다며 끊임없이 음식을 권유하시는 할머니, 다이어트를 내심 응원하지만 안 먹는 건 걱정되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어머니, 오늘도 다이어트 한다고 안 먹냐 눈치 주는 친구, 식단 관리가 유난이라며 은근 핀잔주는 직장 동료들.

내 식욕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벅찬데,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까지 이렇게 눈치를 주면 다이어트는 두 배로 힘들어진다. 물론 식욕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닌 잘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다만 눈치를 주는 누군가와의 식사시간이 자꾸만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라면 이 방법을 사용해보자. 양 조절이 어려운 고칼로리 음식도 적당한 양을 만족하며 먹을 수 있고, 같이 먹는 상대에게 잘 먹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더 이상 내가 먹는 양 때문에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와 식사할 때 다이어트를 위해 혼자 식사 자리에서 빠지거나 참석하더라도 먹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조금 먹고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에게 안 먹는 사람이라고 인식된다. 이제는 한 입을 먹고 입에 넣은 음식을 최대한 오래 열심히 씹다가 삼켜보자. 그런 다음 바로 한 입을 먹어도 된다. 한 입을 작정하고 오래 씹으면 1분도 넘게 걸리며 이렇게 하면 보통 상대가 두 세입을 먹을 때 한 입을 먹게 된다. 대략적인 식사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천천히 먹자. 상대가 식사를 마무리하는 타이밍에 얼추 맞춰 같이 완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럼 우리가 두려워하던 외식에서도 적당한 양을 먹을 수 있고, 다이어트 한다고 음식을 빼냐는 상대의 눈치를 안 봐도 된다. 상대의 시선에서 나는 식사 시간 내내 음식을 끊임없이 먹고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잘 먹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국밥, 햄버거 세트처럼 각자 먹는 음식일 경우엔 남은 양으로 인해 상대에게 먹은 양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자.

예를 들어 회사에서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이라고 하자. 팀원들과 같이 국밥을 먹으러 갔다.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먹다보니 20분이 지나 팀원들이 식사를 모두 마칠 쯤 국과 밥은 반이나 남아있다. 일행은 이미 다 먹었는데 자신은 남은 음식을 다 먹으려면 20분이나 더 걸린다는 소리다.

과연 그 때도 안 먹는다고 눈치를 주던 상대가 자신을 20분이나 더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음식을 다 먹기를 바랄까. 오래오래 많이 먹는 것과 자신이 비슷한 타이밍에 식사를 종료하는 것 중 무엇을 더 반길까.

혹시 오지랖이 남다른 누군가 '넌 왜 이렇게 느리게 먹어'라고 묻는다면, 소화기가 남들보다 약해 병원에서 천천히 먹어야 한다고 했다며 대답해주자. 거기다 나도 빨리 먹고 싶은데 자꾸 체해서 천천히 먹으려 노력중이다. 어렵다고 하면 금상첨화다.

아무리 재능 있는 오지라퍼도 이렇게 이야기하면 더 이상 자신의 기준에 맞는 식사법을 무례하게 강요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지적한다면 내 몸으로 들어가는 음식 내가 정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무시해버리자.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천천히 먹는 우리가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식사 스타일을 강요하는 상대의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양혜정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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