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는 인구 2500만명의 3분의 2 이상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릴 정도로 최빈국 중 하나다. 대부분이 하루 한 끼 식사로 버티며, 의료시설 역시 열악해 많은 국민들이 아프면 의료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린드라는 6살 때부터 결핵성 척추염으로 척추가 휘기 시작했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현지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고 더 좋은 병원을 알아볼 경제적 형편도 안됐다. 등이 심하게 굽은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좌절도 컸지만 육체적․정신적 고통도 이어졌다. 조금만 오래 걸어도 통증이 찾아왔고 누워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우물에서 물을 길러올 때면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고, ‘할머니 같다’고 놀리는 친구들의 말도 마음의 상처가 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소속으로 해외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외과 최일 교수와 뉴욕프레스비테리언병원 정형외과 김용정 교수에게 현지에서 나린드라를 수술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두 교수는 서둘러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나린드라의 상태를 확인한 뒤 초청수술을 선뜻 수락했다. 수술 장소는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으로 정해졌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나린드라의 수술을 적극 지원하며,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나린드라의 치료비 중 6천만원을 지원했다. 또 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에서 200만원을 후원해 나린드라의 치료비로 보탰다.
1월 16일 친오빠 및 통역을 위한 현지 간호사와 함께 입국한 나린드라는 13살 소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고 말랐었다. 척추가 휘며 키 역시 작아져 키는 113.6cm이었고 몸무게 20.9kg에 불과했다.
힘든 수술을 견디기 위해 무엇보다 영양보충이 시급했다. 영양팀은 매끼 고른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식사를 제공했다. 현지에서 하루 한끼 식사밖에 못 했다던 그녀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식사량의 3배에 달하는 식사를 했다.
이와 함께 X-ray와 CT, MRI 등 각종 검사가 진행됐다. 그녀의 척추상태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결핵균에 의해 등뼈가 괴사하며 일자여야 할 척추가 뒤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척추뼈가 휘어진 각도가 무려 114도나 됐다.
나린드라의 상태를 확인한 최일 교수는 “척추뼈가 제 기능을 못하며 전적으로 근육의 힘만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서 있는 것조차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척추가 휘어진 각도가 심할수록 통증이 큰데 나린드라는 엄청난 통증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병이 천천히 진행되며 다행히 신경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이러한 신경들을 모두 보존하면서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척추수술 중 가장 어려운 수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핵으로 척추뼈가 곪으며 지름 10cm가 넘는 거대한 고름주머니가 생겨 내부장기를 압박하고 있었다. 특히 피부와 연결된 고름이 시간이 지나면 피부를 뚫고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나린드라는 1인 병실에서 충분한 휴식을 갖고 영양보충을 한 뒤, 1월 23일 김용정 교수와 최일 교수로부터 수술을 받았다. 척추가 주로 뒤쪽으로 휘어지며 집도의 시야에서는 신경 뒤에 뼈가 있는 상황이었다. 자칫 신경이 손상되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기 때문에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수술이 7시간이나 계속됐다.
결핵균에 의해 녹아내린 척추뼈 5개를 제거한 뒤 척추를 바르게 펴고,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특수 장비를 이용해 제거된 척추뼈 자리를 채웠다. 또 고름주머니 피부가 연결된 길을 제거해 추후 약물치료만으로 고름을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신경외과 수술이 끝난 뒤 성형외과 의료진의 치료가 이어졌다. 피부부터 척추뼈 직전까지 있던 작은 구멍인 피부누공을 누공절제수술로 제거했다. 또 일부 부족한 피부를 메우기 위해 주변 피부를 당겨와 봉합하는 부분피판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성형외과 하영인 교수가 전체적으로 20cm에 달하는 등쪽 절개부위를 세밀하게 봉합하여 흉터와 염증발생을 줄였다. 마침내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났다. 척추뼈가 제 위치를 찾음에 따라 나린드라는 정상적인 모양의 신체를 갖게 됐다.
수술 후 최일 교수는 “뇌를 자극해서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척추신경검사를 하면서 수술을 진행했는데 다행히 신경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뼈가 완전히 붙고 근육과 신경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3~6개월 정도는 보행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힘든 수술을 이겨낸 나린드라는 “평생 등이 굽은 채로 살아가야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치료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며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기쁨을 전했다.
나린드라는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2주간 안정을 취하며 수술 부위의 감염여부를 확인한 뒤 2월 7일 가족이 기다리는 마다가스카르로 돌아갔다. 현지에서 얼마나 잘 회복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최일 교수는 지속적으로 나린드라와 연락을 주고받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몸 상태를 확인했다. 최 교수는 “수술 한 달째에 접어든 나린드라는 걷기 훈련을 잘 받고 있으며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빠른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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