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경제·안보·첨단기술·문화 분야 협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2015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이후 지난 10년간 양국 관계가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인도의 경제 규모와 성장 잠재력,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고려할 때 협력 수준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양측은 회담 직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양국 관계 발전 방향을 담은 ‘공동 전략 비전’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조선·해운·해상물류 분야 파트너십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 지속가능성 분야 협력 공동성명, 에너지 자원 안보 공동성명 등 3건의 부속 문건도 마련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두 15건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발표됐다. 협력 분야는 조선, 금융, 인공지능(AI), 국방·방산, 청정에너지, 핵심광물, 중소기업 지원, 문화콘텐츠, 전자결제, 교육 교류 등으로 넓어졌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과 인도가 각자의 국가 발전 비전인 ‘국가 대도약’과 ‘선진 인도 2047’을 실현하는 데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도 인도의 규모와 한국의 속도, 기술력이 결합하면 양국 협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첫 장관급 경제협력 플랫폼인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해 무역·투자뿐 아니라 핵심광물, 원전, 청정에너지 등 전략 분야 협력을 체계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양국은 상품과 서비스, 원산지 등 기존 통상 분야뿐 아니라 공급망, 디지털 규범, 녹색경제 등 변화한 통상 환경을 반영해 협정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양 정상은 현재 연간 250억 달러 수준인 양국 교역 규모를 2030년까지 5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인도는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지만, 시장 규모와 성장세에 비해 양국 교역과 투자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기업 진출 지원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향후 투자를 검토하는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모디 총리에게 설명하고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모디 총리는 한국 기업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선 분야는 이번 회담의 대표적 전략 협력 분야로 꼽혔다. 양국은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인도 정부의 조선 인프라 구축, 선박 발주 수요, 생산 보조금 등 정책 지원을 결합해 협력 기회를 넓히기로 했다.
AI와 디지털 분야 협력도 강화된다. 양국은 ‘디지털 브릿지 프레임워크’를 통해 인도의 풍부한 정보기술 인력과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를 연계하고, AI·데이터·핀테크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양국 금융당국 간 협력 MOU를 토대로 금융기관 상호 진출과 핀테크 협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방산과 국방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양 정상은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중동 정세와 에너지·원자재 공급 불안, 한반도 문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 가치를 바탕으로 역내 국가들과 포용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화와 인적 교류 확대도 회담 성과에 포함됐다. 양국은 K-팝 상설 공연장이자 K-컬처 해외 거점 역할을 할 ‘뭄바이 코리아 센터’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어와 한국학 프로그램도 확대해 인도 내 한국 문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로 했다.
전자결제 시스템 연계도 추진된다. 양국 국민이 상대국을 방문할 때 자국의 QR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관광과 비즈니스 교류 편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모디 총리의 방한 문제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모디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것을 제안했고, 모디 총리는 이에 화답했다. 대통령실은 모디 총리가 이르면 내년까지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국빈 방문을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가 본격화되는 계기로 평가했다. 인도는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고속 성장 중인 세계 주요 경제권이자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정상 간 합의가 실질 성과로 이어지려면 후속 조치가 관건이다. 15건의 MOU와 공동 전략 비전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CEPA 개선 협상, 기업 애로 해소, 산업협력위원회 운영, 전략 분야 투자 계획이 구체적 일정표를 갖고 추진돼야 한다.
2030년 교역 500억 달러 목표도 제도 개선과 민간 투자 확대가 뒷받침돼야 달성할 수 있다.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제시한 ‘새로운 10년’의 청사진은 이제 실행 속도와 성과 관리에 따라 평가받게 됐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