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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엔 무조건 마스크? 일반인·어린이, 50㎍/㎥까지 마스크 없어도 무방

국가기후환경회의·질본·의학회, 국민행동 권고안... 하루 3번 환기는 필수…공기청정 필터 미리 점검

기사입력 : 2019-11-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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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공유경제신문 정지철 기자] 국가기후환경회의와 질병관리본부, 대한의학회는 11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미세먼지와 국민건강'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열고 미세먼지에 대한 일상생활 국민행동 권고안을 발표했다.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미세먼지 관련 질의에 대한 전문가 답변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건강을 지키는 국민행동 권고'를 도출했다.

기존 권고는 '미세먼지 고농도'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번 권고는 구체적인 미세먼지 농도 기준, 일반인과 어린이·노인 등 민감계층을 구분해 실외활동 및 보건용 마스크 착용 기준을 차등 적용한 게 특징이다.

우선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를 무조건 착용토록 했던 기준도 미세먼지 농도기준, 개인별 연령·건강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착용토록 기존 권고를 다듬었다.

일반인과 어린이의 경우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50㎍/㎥까지는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해도 무방하다는 게 새로운 권고안이다. 예보 등급상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36~75㎍/㎥)에 해당하더라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아도 좋다는 얘기다.

다만 노인, 임산부, 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은 36㎍/㎥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에 도달하면 실외 활동 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나쁜 날 격렬한 운동은 피하되, 일반인은 초미세먼지 75㎍/㎥까지는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이득이 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매우 나쁨'(76㎍/㎥ 이상)이 아니라면 신체활동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권고다.

홍 교수에 따르면 대기환경기준이 유사한 대만의 연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50㎍/㎥일 때까지는 운동하는 것이 보다 건강에 유익함을 보여줬다. 미국은 55~149㎍/㎥, 영국은 71㎍/㎥ 이상에서 일반인에게 야외활동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물론 운동 장소는 도로변을 피하고 공원 등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홍 교수는 "마스크 착용이나 신체활동을 제한하는 권고는 건강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어린이는 학교 체육활동 등 신체활동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발달에 중요한 요소여서 제한할 때는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어느 쪽이 건강에 도움이 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은 초미세먼지 농도 50㎍/㎥까지는 평상시와 같이 일상생활을 하는 게 건강에 좋고 50~75㎍/㎥ 구간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정상생활을 하는 게 좋겠다. 75㎍/㎥이 넘는 경우 일반인도 과도한 실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정리했다.

또 바깥 미세먼지가 나쁘더라도 실내 환기는 필수라고 권고하고 있다. 장시간 실내 환기를 하지 않는 경우 이산화탄소, 폼알데하이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가 좋거나(0~15㎍/㎥) 보통(16~35㎍/㎥)인 날에는 하루 3번, 한 번에 30분 이상 환기를 해야 실내공기질을 관리할 수 있다. 나쁜(36~75㎍/㎥) 날에도 하루 3번, 10분씩 짧은 환기를 하고 특히 음식물을 조리한 후에는 30분 이상 환기하는 게 필수다.

공기청정기나 환기시스템 필터는 종류별로 교체주기가 6개월~1년이다. 따라서 실내공기 질 적정 수준 유지와 세균오염으로 인한 실내공기 질 악화 방지를 위해선 사전에 필터를 점검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손 씻기, 세수하기, 양치질로 몸에 묻은 미세먼지 제거토록 권하고 있다. 개인위생 수칙 준수라는 건강보호의 기본을 따르는 것으로 특히 호흡기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사항이다.

이 같은 국민행동 권고 외에 국민들이 미세먼지와 관련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행동을 권고하면서 언급하는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다.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건용 마스크 수치도 무조건 높다고 좋은 건 아니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일상생활에서는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데 충분하다. 차단 성능이 뛰어나면 호흡이 어렵고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올라갈 수 있다.

조리나 청소시간을 제외하면 공기정화장치가 없더라도 실내가 실외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주의보 이상(PM2.5 75㎍/㎥ 2시간 이상 지속)인 경우 실내가 실외보다 안전하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일부 세척 가능한 필터라면 필터 먼지를 제거하고 재활용할 수 있지만 보건용 마스크는 사용이나 세척 후 사용은 미세먼지 차단기능이 떨어지므로 재사용은 피하는 게 좋다.

전세계적으로 건강영향 연구에서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치매, 우울증 등 정신신경계 질환, 저체중아와 조산아 발생 등 다양한 건강영향에 대한 학계 보고가 나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2013년 발암물질로 지정해 폐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홍 교수는 "미세먼지를 얼마나 마셔야 폐암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국민 개개인에 관한 연구는 현재 매우 부족해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부전, 부정맥, 협심증 등 기저질환자는 미세먼지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기저 질환이 없는 사람도 눈이 따가운 증상, 코나 목에서 점액 배출량 증가, 기침, 운동 중 호흡곤란 등 다양한 증상이 유발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두번째 세션 '미세먼지 건강영향과 관리, 현황과 과제'에서 정해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미세먼지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예방 수칙의 근거 수준을 발표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심·뇌혈관과 호흡기질환의 발생 및 사망 증가는 이미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우울증, 치매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과 악화를 초래하는 위험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 교수는 "미세먼지의 만성 질병부담 평가, 저감에 따른 건강영향 평가 및 기저질환자의 건강보호 대응조치를 위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미세먼지 관리정책의 목표와 평가기준으로 건강영향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은 "국민참여 행동으로 실내공기 질 개선을 위해 적절한 환기방법을 안내하고 일반인과 노약자 등 민감계층을 구분해 보건용 마스크 착용과 실외활동 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사항을 전향적으로 제안했다"며 "국민참여 행동이 내 가정을 시작으로 주변 이웃과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실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질병관리본부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전문가, 시민단체, 환자단체, 언론인 등 다양한 관점의 국민적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어린이, 노인, 임산부, 기저질환자 등을 포함한 건강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미세먼지 질병대응과 연구를 추진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지철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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