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오는 18일 열리는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계기로 중복상장 규제 강화 방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제도 개편이 논의되는 국면에서, 중복상장 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상한 것이다.
중복상장은 상장사가 지배하는 자회사나 계열사를 다시 증시에 상장하는 구조를 말한다. 시장에서는 이런 방식이 모회사 가치 희석과 기존 주주 권익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물적분할 뒤 자회사 상장이 반복되면서 일반주주 사이에서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한 불신이 누적됐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정부가 추진해온 밸류업 기조와 맞물려 한층 부각됐다. 중복상장이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온 만큼, 시장 안팎에서는 정부가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손질에 나설 가능성을 점쳐왔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자본시장 개혁 과제가 논의된다는 점 역시 관련 관측에 힘을 실은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보도된 내용에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 계열사와 상장 모회사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의 신규 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국가첨단전략산업 등 일부 미래 산업에 한해 예외를 두되, 이사회 결의와 소수주주 보호 장치를 전제로 상장 심사를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이 같은 내용이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규제 대상 범위와 파급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 재원을 조달하려던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자금 조달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자회사 상장이 어려워질 경우 교환사채(EB), 주가수익스와프(PRS), 자산 매각 등 대체 조달 수단의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금융위는 관련 보도 직후 설명자료를 내고 “중복상장 제도개선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보도된 내용이 정부의 최종 확정안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선을 그은 것이다. 정책 검토 단계의 다양한 안이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해석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보도는 규제안의 확정 여부 자체보다, 중복상장 문제가 현재 자본시장 개혁 논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주주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복수의 정책 목표가 맞물린 사안인 만큼,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는 상당한 조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중복상장 규제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더라도 일률적 금지보다는 시장 신뢰 회복과 성장 산업 지원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중복상장 문제는 단순히 상장 문호를 좁히는 차원을 넘어 일반주주의 권익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라며 “규제의 강도 못지않게 예외 기준의 명확성, 소수주주 보호 장치의 실효성, 기업의 대체 자금조달 수단까지 함께 설계해야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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