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법인 부동산 정조준한 정부···세제 강화·전수 점검에 기업 보유전략 재편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부담 강화 공식화
국세청, 법인 명의 고가주택 2630채 점검 착수···사주 일가 사적 사용엔 세무조사

기사입력 : 2026-04-13 17:39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 청와대)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정부가 법인 부동산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보유 부담 강화를 공식 언급한 데 이어 국세청이 법인 명의 고가주택 전수 점검에 착수하면서, 기업의 부동산 보유 전략이 세제와 세무 양 측면에서 동시에 재편 압박을 받게 됐다.

이번 조치는 개인 다주택자 규제에 집중됐던 부동산 정책의 시선을 법인으로 넓히는 흐름으로 읽힌다. 부동산을 생산적 자산이 아닌 투기나 우회 보유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유휴 토지와 고가주택의 비정상 보유를 바로잡아 시장 왜곡을 줄이고 조세 형평을 높이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의 검토를 지시했다. 부동산으로는 돈을 벌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기업 활동과 무관한 토지·건물 보유에 대해 세금과 제도 측면에서 강한 신호를 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업무용 부동산은 법인이 취득한 뒤 일정 기간 안에 고유 업무에 사용하지 않거나, 법인 규모와 사업 목적에 비해 과도하게 보유한 토지와 건물을 말한다. 기업이 실제 생산·영업 활동보다 시세 차익이나 자산 축적 목적에 무게를 두고 부동산을 묶어두면 시장의 자원 배분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실제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토지 규모는 적지 않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는 2126㎢다. 2021년 3452㎢와 비교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여의도의 수백 배에 이르는 규모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유휴 자산을 시장에 내놓거나 실제 사업 용도로 돌리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장기간 놀리는 토지를 업무시설이나 주택 공급 기반으로 전환하면 공급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국세청의 움직임은 더 직접적이다. 국세청은 법인이 보유한 고가주택을 전수 점검해 업무 관련성이 낮거나 사주 일가의 사적 사용 정황이 드러날 경우 세무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법인 명의로 주택을 사들인 뒤 임직원 사택이라고 신고해 놓고 실제로는 총수 일가가 무상 또는 저가로 거주하는 사례가 대표적 점검 대상이다. 외형상 업무용 자산처럼 꾸며 세 부담을 줄이면서 사실상 사적 편익을 누리는 행위는 조세 회피와 기업 자산의 사유화 문제를 동시에 낳을 수 있다.

점검 대상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기준 국민주택 규모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보유한 법인은 1600여개로 파악됐다. 이들 법인이 보유한 주택은 모두 2630채, 공시가격 합계는 5조4천억원 수준이다. 1채당 평균 공시가격은 약 20억원이다. 50억원이 넘는 주택도 100여채에 이르고, 일부는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 명의 주택 보유가 특정 업종이나 일부 대기업에 그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세무 행정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법인이 업무와 무관한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면 공급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가격 왜곡 요인도 커질 수 있다. 특히 고가주택을 법인으로 우회 보유하는 방식은 개인에 비해 세제상 유리한 구조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런 관행을 손보겠다는 게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생산시설 증설, 물류거점 확보, 연구개발단지 조성, 신사업 진출을 위해 선제적으로 확보해둔 부지까지 일률적으로 비업무용으로 판단할 경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당장 공장을 짓거나 건물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중장기 투자 계획에 따라 토지를 확보하는 경우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변동과 인허가 절차, 자금 조달 여건에 따라 활용 시점이 늦어질 수 있는데 이를 곧바로 투기성 보유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계열사 간 임대용 사무공간이나 향후 확장 예정 부지처럼 현재는 유휴 상태라도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자산을 어디까지 업무용으로 인정할지도 쟁점이다. 기준이 모호하면 기업은 세 부담 증가 자체보다 예측 가능성 저하를 더 크게 우려할 수 있다. 세무 당국의 해석에 따라 정상 투자와 편법 보유의 경계가 흔들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방어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법인 명의 부동산의 투기성 보유를 줄이고 유휴 자산의 시장 유통을 늘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업무용과 비업무용의 구분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 정상적인 기업 투자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세부 기준과 적용 범위, 업종별 예외 인정 여부가 법인 부동산 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