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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란드 협력 새판 짠다] 왜 폴란드인가···한국 기업 400곳 진출한 유럽 전략 거점 ②

비유럽 국가 중 한국의 최대 투자 대상국 부상
방산 넘어 배터리·인프라·공급망 협력 확장

기사입력 : 2026-04-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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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출처: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과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출처: 청와대)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폴란드는 한국에 더는 단순한 방산 수출 시장이 아니다. 유럽 안보 지형이 재편되는 가운데 폴란드는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입증한 무대가 됐고, 배터리·가전·인프라·공급망이 결합한 유럽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폴란드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관계 격상과 산업 협력 확대를 함께 내세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양국 정상은 지난 13일 회담에서 폴란드의 전략적 위상을 거듭 확인했다. 한국은 폴란드의 비유럽 국가 가운데 1위 투자국이다. 양국 교역 규모는 100억달러를 넘었고, 누적 투자 규모는 88억달러에 달한다.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400여 곳에 이른다. 배터리와 가전 등 제조업 기업들이 대거 자리 잡으면서 폴란드는 한국 기업의 유럽 생산기지로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폴란드의 가치가 커진 첫 번째 이유는 지정학적 위치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회원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재무장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폴란드는 안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국 방산이 폴란드에서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단순한 수출 성과를 넘어 유럽 시장 내 입지를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외교부도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폴란드를 우리 기업의 유럽 진출 교두보라고 설명했다.

산업 구조도 폴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폴란드는 서유럽 시장과 동유럽 생산기지를 잇는 연결점이다. 생산 기반과 물류 접근성, 시장 연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한국 기업들에는 유럽 공급망을 구축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현지 거주증 발급 지연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분야는 양국 협력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방산과 함께 배터리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생산기지 성격이 강했던 협력이 에너지 산업 전반의 공급망 협력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 협력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폴란드의 신공항 연결 사업과 바르샤바 트램 교체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양국 협력이 방산과 제조업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교통, 도시 인프라, 에너지 설비 등 장기 프로젝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소, 나노·소재, 우주 분야 공동연구가 함께 논의된 점도 협력 범위가 산업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폴란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에너지 가격 변동, 해상 물류 차질은 공급망 안정이 곧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협력 강화를 논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폴란드는 유럽 안보의 최전선에 있으면서 제조와 물류가 결합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한국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방산 협력은 후속 계약과 이행 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 인력 양성 문제도 지속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배터리 기업의 체류·행정 문제와 인프라 사업 참여 여부도 실제 성과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관계 격상이 실질 협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사업의 가시적 진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분명하다. 폴란드는 한국에 유럽 안보 시장의 관문이자 산업 공급망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산에서 출발한 한-폴란드 협력이 배터리, 인프라, 에너지, 첨단기술로 확장되는 흐름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 변화를 외교적으로 공식화한 계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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