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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간제 절반 단기계약, 공공부문 고용의 민낯

기사입력 : 2026-04-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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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2명 중 1명이 1년 미만 계약으로 일한다는 조사 결과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를 말해온 공공부문에서조차 고용 안정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내놓고 1년 미만 계약을 사실상 제한하기로 했다. 단기계약 노동자에게는 공정수당을 지급한다. 퇴직금 회피성 쪼개기 계약과 초단시간 노동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번 대책의 성패는 제도 이름보다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정수당은 고용불안에 대한 보상 장치지만, 단기계약을 줄이는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기관이 관행을 유지하며 치르는 추가 비용에 그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예외 사유를 넓게 해석하고 사전심사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 과거의 문제는 이름만 바꿔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공공부문 기간제 구인공고(출처: 나라일터)
사진=공공부문 기간제 구인공고(출처: 나라일터)
실제로 기존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는 승인율이 90%를 넘었다. 제도는 있었지만 남용을 걸러내는 장치로는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외부위원을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복 채용 여부, 상시·지속 업무 해당성, 계약기간을 그렇게 정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예산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공정수당과 적정임금은 모두 재정 투입이 따른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적용 대상과 총소요액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재정 여건을 이유로 범위가 줄거나 기관별 이행 수준이 갈리면 정책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규직 전환 문제도 남아 있다. 상시·지속 업무라면 기간제 반복계약이 아니라 안정적 고용이 원칙이어야 한다. 정부는 “적극적 전환 노력”을 말했지만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업무를 상시·지속 업무로 볼지, 반복계약이 몇 차례 이어지면 전환 대상으로 볼지 기준이 뚜렷해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한 임금 보전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이 불안정하면 공공서비스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생계 불안은 기관 운영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진다. 민간부문에 고용 안정을 요구하려면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번 대책은 그런 점에서 결론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발표 이후에는 기관별 1년 미만 계약 규모와 사전심사 승인 현황, 공정수당 지급 실적, 정규직 전환 이행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불공정 관행이 확인된 기관에는 경영평가 불이익과 개선 조치가 뒤따라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은 낯설지 않다. 이제 관건은 선언의 반복이 아니라 이행의 증명이다. 단기계약이 실제로 줄었는지, 처우 격차가 얼마나 좁혀졌는지, 상시·지속 업무의 고용 구조가 바뀌었는지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정부 대책의 성패도 그 결과로 평가될 것이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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