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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청년 노동시장 이탈] 대졸 남성 청년, 더 높아진 취업 문턱 ②

91∼95년생 고학력 남성 경제활동참가 확률, 61∼70년생보다 15.7%p 낮아
같은 세대 고학력 여성 10.1%p 상승···전문직·사무직 경쟁구도 재편

기사입력 : 2026-05-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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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고학력 남성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이전 세대보다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의 1991∼1995년생 남성은 기준그룹인 1961∼1970년생 남성보다 경제활동참가 확률이 15.7%포인트 낮았다. 1981∼1985년생과 1986∼1990년생 고학력 남성도 기준그룹보다 각각 7.0%포인트, 10.8%포인트 낮았다.

반면 같은 학력의 여성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1986∼1990년생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확률은 기준그룹보다 11.8%포인트 높았다. 1991∼1995년생 고학력 여성도 10.1%포인트 높았다. 최근 세대로 올수록 고학력 남성은 노동시장 참여가 낮아졌고, 고학력 여성은 높아진 셈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을 청년층 내부 경쟁구조 변화와 연결해 분석했다.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빠르게 늘면서 전문직과 사무직 등 4년제 이상 학력자가 주로 진입하는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과거보다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4년제 이상 학력 청년층에서 남성 경제활동인구 대비 여성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00년 51.5%에서 2025년 95.5%로 상승했다. 남성 100명당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수가 25년 만에 절반 수준에서 거의 같은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초대졸 이하 청년층에서 같은 비율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직업별 취업자 구성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25∼34세 청년층 취업자를 기준으로 전문직에서 여성 취업자 비율은 남성과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사무직에서는 남성 대비 여성 취업자 비율이 2025년 113.8%까지 높아졌다. 반면 기능원, 장치·조립 종사자 등 전통적으로 남성 비중이 높은 직종에서는 여성 비율이 낮거나 하락했다.

이 변화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확대라는 긍정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취업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일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이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고학력 남성 청년층이 이전보다 심화한 경쟁에 직면하면서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여성의 노동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남성 청년층은 이전보다 한층 심화된 경쟁에 직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시장 변화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청년층이 보다 수월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직과 사무직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표적 일자리다.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경력 형성에도 유리하다. 전문직과 사무직에서 성별 장벽이 낮아진 것은 노동시장의 인력 배분을 효율화하는 변화로 볼 수 있다. 다만 양질의 일자리와 신규 채용 기회가 충분히 늘지 않으면 확대된 노동공급은 취업 경쟁 심화로 이어지고, 일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이나 이탈을 부를 수 있다.

보고서는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과 여성 경제활동 확대를 제로섬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사회규범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노동공급이 다양화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청년층 전체가 원활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면 일자리 수요를 늘리고 진입 경로를 넓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고학력 남성 청년의 노동시장 참여 하락을 성별 경쟁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전문직과 사무직 등 양질의 일자리로 향하는 통로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층 내부 경쟁이 심화한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직무 중심 채용, 초기 경력 형성 지원,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가 함께 추진돼야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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