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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조폭?”…막무가내 체포에 고시생 공포 질려

수사과장 대기발령, 강력팀장과 형사들 직위해제…분개한 시민들 성토 빗발쳐

기사입력 : 2011-07-2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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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던 경찰이 곤경에 처했다. 지방의 한 경찰서 형사 3명이 백주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고시를 준비하던 30세 대학생을 절도범으로 오인해 체포하는 과정에서 현행범도 아닌데 체포영장을 제시하지도 않고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은 채 폭력을 행사하며 수갑을 채운 사실이 드러나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은 피해자가 포털사이트에 억울한 사연을 올려 알려지게 됐고, 해당 창원서부경찰서 서장은 사과문을 올리고, 상급기관인 경남지방경찰청은 창원서부경찰서 수사팀장을 대기발령하고 강력팀장과 관련 형사들을 직위해제하는 기민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물론 이런 황당한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직위해제가 아니라 ‘파면’을 시켜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은 막무가내 무법천지 이런 경찰에게 수사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까지 커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던 경찰로서는 체면을 구겼을 뿐만 아니라, 곤경에 처하게 됐다. 피해자의 하소연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 7월 22일 창원시 롯데백화점 뒤쪽 스포츠매장 앞에서 무슨 일이?

창원시 롯데백화점 뒤쪽 울시 스포츠매장 앞에서 벌어진 사건 경위는 이렇다. 피해자 L(30.대학생)씨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1시 30분께 여자친구를 회사에 데려다 주고 대학교로 이동하기 위해 창원시 롯데백화점 방면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앞쪽에서 걸어오던 덩치가 큰 사람이 갑자기 L씨의 목을 조르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L씨는 당시 아픔보다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어벙벙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L씨는 목이 짓눌린 상태에서 욕설을 들으며 수갑이 채워졌다. 곧바로 2명이 에워쌌다. 황당한 L씨는 “경찰입니까? 왜 체포합니까? 체포영장 있습니까?”라고 소리쳤으나, 돌아온 대답은 욕설과 함께 “닥쳐라. 가자”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고시를 준비하던 L씨는 만약 이들이 형사면 체포영장을 보여주고 ‘당신은 무슨 죄목으로 체포하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미란다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순간 직감적으로 경찰이 아니라 인신매매범이나 조직폭력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섬에 팔려가거나 신체장기 일부를 떼어내는 곳으로 잡혀갈 수 있겠다는 공포가 엄습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L씨는 “경찰 배지를 보여 달라”고 소리쳤으나, 욕설과 함께 뺨을 얻어맞고 무릎으로 목을 짓눌렸다. 결국 L씨는 “이 사람들 경찰 아닙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라고 짓눌려진 목에서 타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광경을 본 시민이 신고를 하려는 듯 휴대전화를 꺼내자, 형사 중 한명은 “우리가 경찰이니까 신고 안 해도 된다. 범인 잡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L씨는 극도의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에게 “경찰 아니라고요.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형사 3명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뒤 승합차로 끌려가는 과정에서 L씨는 “저 차에 올라타는 순간 나는 이제 곧 죽으로 가는 거구나”라는 공포에 질려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고 설명했다.

L씨는 차에 안타려고 발버둥 쳤지만 제압당해 어쩔 수 없었고, 이에 L씨는 “저는 창원대학교 학생입니다. 왜 이러세요”라고 울면서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욕설과 따귀였다고 말했다.

두려움에 오금이 저려서 벌벌 떨고 있는 L씨에게 한 형사가 이름이 “조OO 아니냐”고 물어 “대학생 이OO”이라고 대답했으나 형사들은 믿지 않고 경찰서로 데려가려 했다.

형사 한 명이 당황한 듯 L씨의 주민번호를 물으며 신원조회를 하려 했다. 이동 중인 승합차를 정차시킨 형사들은 계속 주민번호를 요구해 L씨는 그제서야 이들이 형사라고 생각하게 돼 “일단 경찰서에 가시죠. 왜 죄 없는 사람을 수갑으로 체포하냐”고 쉰 목소리를 따졌다고 말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L씨는 “키도 작고 몸도 왜소한 저에게 왜 여러 명이 달려들어서 폭행을 가하고 수갑을 채우고, 또 수갑을 채우고 나서도 저항할 힘도 별로 없는데, 왜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대했냐”며 항의했다.

그러자 한 형사가 “범인과 너무 닮았고, 그 절도범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잠복근무하고 있었는데 마침 네가 은행쪽에서 왔다. 오해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대학 조교와 후배에게 연락해 도착하니 형사들이 친절해졌다고 L씨는 말했다. 조교에게 다친 흔적을 보여주며 “체포영장도 안 보여주고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한 형사가 “때린 적도 없고 체포과정에서 생겼고, 나는 변호사 선임과 묵비권을 말했다”고 말했는데, L씨는 그 형사가 뺨을 두 대나 때렸다며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었다고 분개했다.

L씨에 따르면 형사과 총괄계장은 자신과 면담을 가진 뒤 형사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불법 체포했던 형사들도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L씨가 병원을 찾아 치료(상해진단서 2주)를 받는 사이 형사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론에 알리면 여러 명 징계 받으니 알리지 말라는 내용이었다고.. L씨는 “자기네들 징계는 무섭고 내가 다치고 공포에 떤 거는 생각 못하는 것 같아 정말 무섭다”고 개탄했다.

◈ 창원서부경찰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런 내용의 글을 L씨가 피해사진과 함께 포털사이트에 올려 파문이 확산되자, 해당 창원서부경찰서 김정규 서장(총경)은 23일 경찰서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창원 롯데백화점 앞 오인체포 관련 사과문 공지>를 통해 “먼저 우리경찰서 형사들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L님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김 서장은 “이번 일은 형사들이 상습절도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귀하를 절도범으로 오인하는 큰 실수를 범해 발생한 일이며, 귀하께 몸과 마음의 상처를 끼친 점에 대해 거듭 사과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찰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파악해 관련 형사 모두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아울러 귀하께서 입은 피해에 대하여는 최대한 배상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경찰에서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철저히 하는 등 모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경남지방경찰청, 수사과장 대기발령…강력팀장 및 형사 3명 직위해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확산되자, 상급기관인 경남지방경찰청도 이날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을 대기발령하고, 강력팀장 및 사건 관련 형사 3명을 직위해제했다. 아울러 직접 감찰조사 및 수사에 착수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경남지방경찰청 차상돈 청문감사담당관(총경)은 “이번 사건과 관련,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데 대해 시민여러분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경남경찰청에서는 향후 조사사항 및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사항을 언론을 통해 시민여러분들께 정확히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입은 모든 피해에 대하여는 충분한 보상 및 구제가 되도록 관련 조치에 최선을 다 하겠다”며 “경찰에서는 유사한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교양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을 약속드리며 다시 한 번 시민여러분들께 심려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 시민들 “직위해제 아닌 파면시켜야…무식한 경찰에게 무슨 수사권인가”

상황이 이쯤되자 창원서부경찰서 홈페이지에는 “이게 어디 말이 되는 일이냐”며 시민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시민들은 “경찰은 제발 법을 지켜라”, “무식한 경찰에게 무슨 수사권인가?” 등등 비난 글들이 쏟아졌다.

이수연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경찰에게 절대 수사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도 저 모양인데, 수사권까지 경찰이 가져간다면 대한민국 무법천지로 변할 것 같아 무섭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씨는 “길가다가 저도 이유 없이 두둘겨 맞고 그냥 끌려갈까 무섭네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법도 무시하고 폭행하는 일이 너무도 무섭습니다.”라며 “직위해제가 아니라 파면시켜서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징계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징계과정과 징계 완료까지 상세히 올려 달라”며 “같은 경찰이라고 눈가리고 아웅하고 대충 넘어가면 국민들이 경찰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다”며 당부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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