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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법제 한꺼번에 정비···연구데이터법·AI데이터센터법 국회 통과

국가 R&D 데이터 통합플랫폼에 축적·공개···연구자·기업 활용 기반 마련
AI 데이터센터 인허가 일괄처리·비수도권 전력평가 면제로 투자 여건 개선
데이터 공개·전력망 부담·지역 수용성 등 후속 기준 마련 관건

기사입력 : 2026-05-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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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지난달 15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R&D 규제 합리화를 위한 연구자 간담회'에서 청년 연구자들과 함께 R&D 현장규제 합리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지난달 15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R&D 규제 합리화를 위한 연구자 간담회'에서 청년 연구자들과 함께 R&D 현장규제 합리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 연구개발(R&D) 데이터 관리 체계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규제를 동시에 정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국가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8일 밝혔다.

두 법안은 AI 산업의 양대 기반인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제도화하는 내용이다. 국가연구데이터법은 국가 예산이 투입된 연구개발 과정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대규모 GPU와 전력 설비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구축하도록 인허가와 시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연구데이터법은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생산된 연구데이터의 정의와 관리 의무, 공개 원칙, 통합플랫폼 구축 근거를 담았다. 연구데이터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실험, 관찰, 조사, 분석 등을 통해 생산되는 자료다. 연구 결과를 검증하거나 재현하는 데 필요한 정보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생산된 연구데이터는 관리 의무가 명확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고시인 국가연구개발정보처리기준에 따라 부처, 연구기관, 연구자 재량에 맡겨진 경우가 많았다. 연구데이터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고, 다른 연구자가 생산한 데이터를 공유받아 후속 연구에 활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법 시행 뒤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연구개발기관에 국가연구데이터 관리 의무가 부여된다. 공개 가능한 데이터는 국가연구데이터통합플랫폼이나 분야별 전문플랫폼에 등록하거나 연계해야 한다. 연구자는 필요한 데이터를 더 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국가연구데이터는 공개가 원칙이다. 다만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 제3자 권리 보호가 필요한 정보, 경영상·영업상 비밀, 국가안보 관련 정보 등은 일정 기간 비공개할 수 있다. 데이터 개방과 보호 사이의 균형을 법률에 반영한 셈이다.

연구데이터 권리 체계도 마련된다. 연구개발기관이 연구자로부터 국가연구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연구자가 데이터 생산자로 표시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자의 성과를 보호하면서 기관 단위의 체계적 관리를 가능하게 하려는 취지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3년마다 국가연구데이터 관리·활용 촉진 기본계획을 세우고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한다. 관리·활용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도 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연구개발기관에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국가연구데이터센터와 분야별 전문센터를 지정·운영할 수 있는 근거도 생긴다. 국가연구데이터센터는 데이터의 통합 관리와 연계·활용을 지원한다. 분야별 전문센터는 연구 분야별 특성을 반영해 데이터 관리를 맡는다.

박진희 과학기술혁신본부 성과평가정책과장은 “국가연구데이터법은 국가 R&D 과정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흩어진 자료가 아니라 축적 가능한 연구자산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출발점”이라며 “연구자가 데이터를 더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통합플랫폼과 분야별 전문플랫폼의 연계 체계를 촘촘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연구자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중복 실험과 반복 조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도 양질의 연구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 개발, 데이터 기반 제품·서비스 고도화 등에 나설 수 있다. 대량의 연구데이터가 AI 학습과 분석에 활용되면 연구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가연구데이터법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쳐 1년 뒤인 2027년 5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관계 부처와 연구 현장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과 고시 등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AI 산업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법이다. 글로벌 AI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규모 GPU 확보와 이를 수용할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정부는 AI 3강 도약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AI 데이터센터를 보고 있다.

특별법은 AI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함께 담았다. 우선 AIDC의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구체화하고, 실태조사를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전문인력 양성, 해외 진출 촉진, 지역사회 협력과 상생 시책, 전자파 영향 측정 장비 관련 지침 등을 마련할 수 있다.

규제 완화의 핵심은 인허가 일괄처리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건축, 전력, 환경, 통신 등 여러 인허가가 필요했다. 소관 기관이 나뉘어 있어 절차가 길어지고 투자가 지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별법은 국가AI전략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AI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과기정통부를 통합 창구로 인허가 일괄처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일정 기한이 지나면 인허가가 처리된 것으로 보는 타임아웃제도 도입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구축 기간을 줄이고 민간 투자를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도 포함됐다. 현행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10㎿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려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법은 비수도권에 일정 규모 이하의 AI 데이터센터를 신축·증축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경우 평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 조항이 AI 데이터센터의 비수도권 입지를 유도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 AI 인프라를 분산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데이터센터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인 만큼 비수도권 투자 유인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시설 기준 완화도 추진된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중심 시설이지만 일반 건축물에 적용되는 승강기, 주차장, 미술작품 설치 기준을 적용받아 왔다. 특별법은 대통령령으로 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불필요한 시설 부담을 줄여 민간의 투자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데이터진흥과장은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늦춰온 인허가 부담을 줄이고 비수도권에 AI 인프라를 확산하기 위한 기반”이라며 “전력 공급, 입지, 시설 기준 등 현장의 핵심 애로를 관계 부처와 함께 정비해 AI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공포 후 9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2027년 2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시행 전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규제 완화 기준과 절차를 관계 부처, 산업계,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협력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양 부처는 업무협약을 체결해 전력 공급 방안과 협력 구조를 논의할 예정이다.

두 법안이 통과되면서 정부의 AI 정책은 데이터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 축에서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연구데이터법은 공공 연구개발 과정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민간과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AI 연산에 필요한 물리적 기반을 빠르게 늘리는 장치다.

다만 법 시행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연구데이터 공개 과정에서는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안보 관련 정보 보호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데이터 생산자인 연구자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줄지도 쟁점이다. 공개 의무만 강화될 경우 연구 현장에 행정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전력망과 지역사회 문제를 안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가 투자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지역 전력망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냉각수 사용, 전자파 우려, 지역 주민 수용성도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두 법안의 세부 기준은 하위법령에서 정해진다. 국가연구데이터법은 데이터 공개 범위와 비공개 기준, 연구자 권리 표시 방식이 쟁점이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인허가 일괄처리 절차,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대상, 지역사회 협력 방안 등이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두 법의 시행령과 고시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산업계와 연구 현장의 기대가 크지만, 실제 성과는 하위법령에서 공개 범위, 비공개 기준, 인허가 처리 절차, 전력 공급 원칙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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