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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노무현 차명발언’ 조현오 전 경찰청장 징역 8월

1심 법정 구속 → 보석 → 항소심 재수감 등

기사입력 : 2014-03-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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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신종철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는 발언을 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59) 전 경찰청장이 징역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3일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조 전 청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재판부는 “조현오 전 청장은 임OO(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주장하지마, 임OO은 조 전 청장에게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며 “피고인 주장대로 임OO을 3번 정도 만난 사이이고, 단둘이 만난 것은 이 사건 발언 직전이 처음인데, 만난 지 몇 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고, 또 이를 그대로 믿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당시 임OO의 지위에 비춰 볼 때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 상황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역시 사회 정치적 현안에 관해 많은 정보를 접하는 서울경찰청장이었다는 점에서 임OO이 피고인보다 고급정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임OO으로부터 들은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은 임OO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의 진위에 관해 다른 경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지위에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한 바 없다”며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발언한 ‘차명계좌’는 단순한 차명계좌의 의미를 넘어 노 전 대통령에게 큰 책임과 부담을 줄 수 있는 계좌로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차명계좌를 의미하는 것인데, 피고인이 그에 해당한다고 지목한 청와대 여행정관 계좌 등은 차명계좌라고 볼 수 없는 등 여러 사정에 비춰 피고인의 발언은 허위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서울경찰청장인 피고인은 자신이 들었다는 정보의 진위에 관해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확인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사실인 것처럼 언급한 점, 과연 정보를 전해 줬다는 임OO로부터 어떠한 내용을 전해 들었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고, 임OO이 피고인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자신의 발언이 허위인 점에 관해 최소한 미필적 인식은 있었다고 확인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 무슨 발언 했나?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0년 3월 31일 당시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대강당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5개 기동단 팀장급 398명을 상대로 기동부대 지휘요원 특별교양을 실시했다.

이날 조현오 청장은 “작년 노통, 노무현 전 대통령 5월 23일 부엉이 바위 사건. 여러분,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부엉이 바위서) 뛰어내린 바로 전날 10만원 짜리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아무리 변명해도 이제 변명이 안 되니까 그거 때문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또한 조 청장은 “그래서 특검 이야기가 나왔지 않습니까. 특검 하려고 그러니까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이야기를 해서 특검을 못하게 한 겁니다. 해봐야 다 드러나게 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과 노무현재단 등이 강하게 반발하며 현직 조현오 경찰청장을 고소ㆍ고발했다. 혐의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현직 경찰청장 신분이어서 검찰의 조사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자,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노무현재단 소속 인사들과 시민들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1심 이성호 판사, 조현오 전 경찰청장 왜 법정 구속했나?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2013년 2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과 유족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의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막연히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적시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언행으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차명계좌에 관한 검찰 수사가 도중에 중단된 것처럼 국민들이 인식하게 만드는 등 끊임없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현직 서울경찰청장이고 이후 경찰청장까지 역임하게 된 피고인의 강의 내용은 사회적으로 비중 있게 전달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피고인의 강의 내용이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고는 누구도 쉽사리 단정할 수 없는 위력적인 정보로서 작용하게 돼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한 피해로부터 쉽게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비판하는 국민들 사이에 국론을 분열시켰고 그로 인해 검찰도 국민으로부터 필요 이상의 의구심과 비난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에 직접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한 적은 없었다”며 “피고인이 강의내용을 허위사실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언론 또는 법정에서 피해자 측에게 사과한다는 등의 입장을 취한 것은 태도가 모순돼 피해자 측에서는 도저히 진정한 의미의 반성이나 사과로 받아들여 질수 없어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당시 막중한 직책을 수행하는 서울경찰청장이었음에도 신중하지 못한 태도로 경솔하게 허위 내용의 강의를 했고, 그 뒤 경찰 최고위직에 올랐고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책임 있는 지위가 있음을 스스로 망각하고 법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추측성 의혹을 제기하고 사후적으로 침소봉대하는 무책임한 언행을 반복해 온 것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조현오 전 청장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무책임하고 일관성이 없는 태도를 취하면서 여전히 사회적 의혹과 반목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보다 더 나쁜 것이고, 피고인이 진정으로 강의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개인과 그 조직을 감쌀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근거를 밝히면서 그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렇지 않고 피고인이 허위사실로 판단되고 객관적인 근거를 밝히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피고인이 경솔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강의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피해자 측에게 직접 사과하는 등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고위공직자를 지낸 피고인이 국민에 대해 취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질타했다.

▣ 법정 구속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

그러자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이날 즉각 항소했고, 또한 “증거를 인멸할 여지가 전혀 없고,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에 비춰 보면 도망할 가능성도 없으며,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법원에 보석허가 청구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후 대법원은 법관 정기인사를 단행했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법정구속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의 재판장으로 장성관 판사가 배치됐다.

보석허가 신청을 검토한 장성관 판사는 보석 보증금 7000만원을 납부하고, 거주지를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한정해 조현오 전 청장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여 석방했다. 법정 구속한 지 불과 일주일만이어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 항소심, 조현오 전 청장에 징역 8월 재수감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전주혜 부장판사)는 2013년 9월 26일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해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한 보석을 취소하고 선고 직후 조 전 청장을 재수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약 400명의 기동대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원인과 관련하여 허위사실을 담은 발언을 한 것으로 이로 인해 피해자들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발언은 비록 피고인이 경찰청장 후보자가 된 이후 사회적 논란이 되기는 했으나, 발언내용을 접한 국민들로서는 당시 일반인으로서는 알기 어려운 많은 정보를 접하는 서울경찰청장인 피고인이 나름대로 객관적인 정보와 근거를 가지고 발언한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원인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중 발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수사가 종결된 상황에서,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사회ㆍ정치적으로 많은 민감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피고인이 진위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발언을 함으로써 피해자들이나 유족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과 비판하는 국민들 사이에서 충돌과 대립으로 국론의 분열을 초래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고인은 문제된 후 마치 구체적인 자료와 정보를 가지고 발언을 한 듯한 태도를 보였고, 검찰에서는 ‘차명계좌’가 청와대 여(女) 행정관들의 계좌라고 구체적으로 특정해 진실성을 주장하다가 공소제기 후에는 이를 번복하는 등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발언의 근거라고 제시했던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들의 말을 믿었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는 등 수사 단계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진지한 반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러한 태도는,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을 지낸 고위공직자로서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책임이 무겁다”며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피해자 또는 유족들에게 고소 취하를 호소할 뿐 직접 사과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측은 계속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감안하더라도 엄한 처벌을 면할 수 없어 실형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일응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 기동단 팀장급들을 상대로 기동부대 지휘요원 특별교양을 실시하면서 불법적인 폭력시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사례를 들던 중 우발적으로 발언을 하게 된 것으로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22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국민들의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해 왔고, 제16대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찰조직 인사시스템을 개혁하고, 경찰들의 부패척결과 청렴도 향상을 위해 노력했으며, 시위문화를 개선했고, 인권보호 개선, 전ㆍ의경 구타ㆍ가혹행위 근절 추진, 학교폭력 근절 노력 등으로 경찰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점, 경찰관과 모범운전자 등 여러 사람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징역 10월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징역 8월로 감형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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