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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대통령’ 최성영 경비과장 결국 법정에…집회 방해 손해배상소송

‘꽃보다 집회’ 참가자 4명, 임시분향소 강제철거 이창근씨와 서선영 변호사 소송 제기

기사입력 : 2014-05-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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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신종철 기자] 지난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꽃보다 집회’에 참가했던 참가자 4명과 대한문 임시분향소 강제철거 규탄 기자회견 및 항의집회 참가자 2명이 당시 ‘대한문의 대통령’으로 불린 최성영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과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 6명은 “최성영씨(당시 남대문서 경비과장)의 집회 방해로 피해를 입었다”며 최씨와 국가를 상대로 1인당 4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번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천주교인권위는 인권변호사 고 유현석 변호사 유족의 뜻을 받아 2009년 5월 유현석 변호사의 5주기에 맞춰 기금을 출범시키고,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원고들은 소장을 통해 “집회 참가로 매년 많은 사람들이 처벌을 받는 반면 평화적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의도적으로 방해한 경찰은 처벌받거나 배상책임을 지는 전례가 거의 없다”며 “위법한 경찰권 남용에 의한 집회 방해는 충돌, 연행과 또 다른 충돌의 악순환을 유발하고, 특히 집회를 방해한 경찰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일은 그 자체로 평화적 집회를 위한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대한문 앞의 집회를 관리하던 남대문경찰서 최성영 경비과장에 대해 “대한문 앞은 경비과장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유치장 기분이었고, 일개 경비과장이 대한문의 대통령으로 불렸다”면서 “나중에 대한문 앞 집회 통제의 공헌을 인정받아 총경으로 승진시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어이없어 했다.

지난 2월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개최한 <박근혜 정권 1년 실정 보고대회>에서다.

◆ 2013년 5월 29일 ‘꽃보다 집회’ 난입 무슨 일이?

‘집회시위 제대로 모임’은 경찰의 집회ㆍ시위 탄압 사례를 발표하고 경찰에게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지난해 5월 29일 19시 30분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집회신고를 했다.

▲대한문앞집회장소
▲대한문앞집회장소


천주교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주최 측이 집회를 시작하기 위해 19시 28분쯤 대한문 화단 앞에 마이크와 의자를 옮기고 화단 안쪽 나무 사이에 집회 현수막을 걸자마자 대한문 매표소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경찰기동대 30여명이 집회 장소인 화단 앞으로 난입했다.

경찰은 현수막을 거느라 미처 화단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화단 바깥으로 밀쳐내고 겹겹이 화단을 에워쌌고 집회 장소를 점거해 참가자들이 전체적으로 밀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의 난입으로 집회가 지연되자 주최 측과 참가자들은 경찰에게 집회 공간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성영 경비과장은 방송으로 해산명령을 하면서 참가자들을 강제해산하고 연행하겠다고 말했다.

집회 사회자는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서 금하고 있는 집회 방해 행위를 하고 있다”고 거듭 경고하면서 경찰들에게 집회 장소 바깥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고, 참가자들은 신원을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경찰을 밀어냈다.

그러나 경찰은 최루액을 참가자 눈에 직사하면서 해산명령과 강제해산, 연행 위협을 집회가 끝나는 22시쯤까지 계속했다고 소송 원고들은 주장했다.

원고들은 “집회 현장에 현수막 1장을 설치한 것이 범죄행위로 평가될 수는 없을 뿐더러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도 없으므로 당시 경찰을 난입시킨 최성영씨의 행위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허용하지 않는 위법한 행위”라고 말했다.

▲대한문앞집회장소
▲대한문앞집회장소
원고들은 2012년 대법원 판례(2010도6388)를 근거로 당시 경찰의 해산명령 또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시 집회는 사전에 신고했을 뿐만 아니라 평화롭게 진행돼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 자체가 없었으므로 해산명령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당시 경찰이 참가자의 눈에 직접 최루액을 난사한 행위 또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3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분노한 참가자들은 22시 25분쯤 남대문경찰서 앞에 모여 자유발언을 하면서 평화롭게 항의집회를 진행했다”며 “그런데 최성영씨는 일반인의 통행에 방해가 되고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무려 6차례 해산명령을 한데 이어 주최 측의 마이크 선을 무단으로 절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집회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대응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집회로 집시법상 미신고 집회로 인한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게다가 미신고 집회라도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명령을 할 수 있으므로 최성영씨의 해산명령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례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 목적 등이 특정되지 아니하고 사실상 사전신고가 불가능한 우발적 집회 또는 시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의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최성영씨의 주장도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당시는 이미 늦은 밤이어서 남대문서 앞에는 일반인의 통행이 거의 없었고, 또한 집회 참가자가 인도를 모두 점유할 정도로 많지 않아 누구나 통행이 가능했으며, 오히려 경찰이 무리하게 참가자들을 에워싸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다가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는 집회의 마이크 선을 절단한 극단적 행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의 즉시강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경찰 비례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위법한 직무집행이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 2013년 6월 10일 대한문 임시분향소 강제철거 규탄 기자회견 및 항의집회 방해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와 그 가족 등 22명이 사망하자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시민들은 2012년 4월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고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서울 중구청은 교통에 방해가 된다며 분향소를 철거했고 그 자리에 화단을 설치했다. 해고자들은 그 앞에 임시분향소를 만들어 추모를 이어갔다.

그러자 중구청은 지난해 6월 10일 임시분향소마저 철거했다. 이날 철거는 행정대집행법이 정한 계고장 제시 여부도 불분명해 불법적인 공무집행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경찰은 항의하는 시민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연행했다.

이렇게 강제철거가 종료된 후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씨는 긴급 기자회견을 11시에 임시분향소 자리에서 개최하겠다고 예고했고, 현장에 있던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최성영씨도 들었다. 이씨는 화단 앞을 몇 겹으로 에워싸고 있던 경찰에게 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이니 카메라가 위치할 취재라인 장소까지만 빠져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창근씨는 “하지만 최성영씨는 경찰권을 남용해 기자회견 장소를 점거했고, 이어 경찰은 스피커를 강제로 탈취해 경찰버스로 옮겼고, 현장에 있던 변호사가 항의하자 돌려줬다”며 “또한 경찰은 기자회견 중 방송으로 해산명령을 해 기자회견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무산되자 지켜보던 이씨와 서선영 변호사(희망을 만드는법) 등은 기자회견조차 못하게 하는 경찰과 당일 임시분향소 기습철거에 항의하는 긴급집회를 열고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이창근씨와 서선영 변호사는 “최씨는 이 집회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해산명령을 했고, 이에 서선영 변호사가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한 해산을 명할 수 없다는 법리와 판례를 설명했지만 최씨는 해산명령과 처벌 위협을 지속했다”며 “이에 최씨의 기자회견 개최 방해와 위법한 해산명령으로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최성영씨는 이번 소송에서 문제 삼는 사건 외에도 대한문 앞 여러 집회를 불법적으로 방해했다”며 “2008년 촛불집회에서 여대생 군홧발 폭행 사건의 지휘 책임자로 알려져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철도파업과 관련해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무단 침입할 당시 현장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은 최성영씨를 문책하기는커녕 지난 1월 총경으로 승진시켰다”며 “정권과 자본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기본권을 박탈해서라도 철저히 억압하라는 지시를 경찰에 내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천주교인권위는 “그동안 법원은 집회ㆍ시위에 대한 국가 권력의 자의적 탄압을 견제하기는커녕 방조하거나 아예 적극 가담해 왔다”며 “기본권을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가 아니라 기본권 침해의 첨병이 돼 온 법원이 이번 소송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경찰과 법원은 집회ㆍ시위라는 기본권 행사를 범죄시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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