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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스틸 반대에도 대림 e편한세상 아파트 건립 추진

“날리는 분진때문에 흰 빨래가 누렇게 쇳가루 묻어날 정도”

기사입력 : 2014-10-1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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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민지 기자] [로이슈 부산경남취재본부=전용성 기자] 부산 사하구 구평동 대림산업 e편한세상 아파트 건립을 두고 맞은편 YK스틸은 공해지역에 아파트 건립허가를 내준 부산시와 사하구의 행정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평동 택지개발부지는 YK스틸 부지와 항만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교통, 학교, 문화시설 등 주거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인근에 조선소, 냉동창고 등이 밀집해 있어 대단지 아파트 건립부지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것.

▲산위에서내려다본대림아파트공사현장.
▲산위에서내려다본대림아파트공사현장.
YK스틸은 고철을 재활용해 철근을 생산하는 철강회사로, 제강공정 과정에서 분진이나 소음은 불가피 하게 발생하며, 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주하게 될 3000세대 아파트 입주민의 불만이 커질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대단지 아파트와 대림이 건설하는 메리트를 믿고 들어온 입주민은 주거지역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철강회사가 원망스러울 것이고, 이는 집단민원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렇게 되면 집단민원으로 인해 공장을 이전해야 할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게 YK스틸노조의 입장이다.

이 같은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과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철강회사의 임직원과 가족들의 갈등은 공단 배후 지역에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의 사례로 보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 회사 오오미치 사장은 “구평 대림 때문에 이전 결코 없다. 철강 제조 공정 과정에서 소음과 먼지 공해가 발생하는데 이런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허가를 내준 저의가 무엇인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장인근주민들과 인근 조계종 사찰관계자는 “YK스틸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메퀴한 기름 냄새, 날리는 쇳가루 때문에 창문도 제대로 못 열고 흰 빨래가 누렇게 쇳가루가 묻어날 정도”라며 “이런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이런 사실을 안다면 입주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입을 모았다.

대림산업은 지난 8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9월 공사착공에 들어갔다. 3개 블록(2800여세대) 가운데 우선 1개 블록(1068세대,최고층 29층, 일부세대 분양가 600만원)만 2년간 공사를 하게 된다.

‘분양을 신청한 시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대림산업 사하현장관계자는 “YK스틸측과 갈등을 겪어왔지만 현재는 대화를 통해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시공사측은 여러 애로사항이 있는 현장이 있어도 공사만 제대로 하면 된다”며 “아파트 방향도 공장과 마주하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방치되던 구평동 택지개발 부지는 2011년 6월 LH가 시공사를 기존 한라주택에서 복성산업개발로 변경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사진위부터시계방향으로)부산시청시만광장서열린아파트건립반대집회/공사현장출입로에는차량바퀴를씻는장치가없다/아파트건립현장앞에보이는고철더미가환경오염의혹으로눈살을찌푸리게하고있다.
▲(사진위부터시계방향으로)부산시청시만광장서열린아파트건립반대집회/공사현장출입로에는차량바퀴를씻는장치가없다/아파트건립현장앞에보이는고철더미가환경오염의혹으로눈살을찌푸리게하고있다.
노조에 따르면 2010년 11월 설립된 복성산업개발은 시공사 지정 당시 설립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공 및 시행실적이 전무한 신생업체였다.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2012년 말 기준 복성산업개발의 부채비율은 86,741%로, 재무상황이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파트 건립 시행 또한 한국자산신탁에 위임한 상태로 알려졌다.

시행사인 복성산업개발관계자는 “공해기업인 회사가 우리에게 사업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어 황당하다. 인허가 과정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그래서 비리를 저질러 가면서 무리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철강회사가 9월에 모델하우스 오픈 때에도 피켓만 들고 있었지 대림산업측과 마찰은 없었다”며 “철근을 만드는 회사가 대림에 철근을 납품하면 이익이 되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구평동 택지개발부지는 지난 1995년 지정됐다. 당시 한보철강(현 YK스틸)의 당진 이전이 추진되던 시기였다. 즉, 철강공장의 이전을 예상해 택지개발지구로 선정한 것이다.

1997년 한보철강 부도 이후 이전은 백지화 됐으며, 2002년 일본 야마토공업이 한보철강 부산공장을 인수하여 YK스틸이 창립됐다. 1964년부터 한 자리에서 공장을 운영해 왔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7월 부산시와 공장부지 공급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재정상황(이전비용 6000억원) 등으로 2010년 10월 이전계획을 취소하는 한편 2011년 초부터 기존 공장에 약 700억원을 투자해 설비합리화 공사를 추진했다.

이전을 예상했던 철강회사가 변함없이 존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와 사하구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20년이 지난 지금 대단지 아파트 건립을 허가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취재진이 현장확인한 결과 공사현장에는 공사차량 바퀴를 세정할 장치가 없어 비포장 길을 나선 차량들이 도로를 더럽히고 있다. 심지어 공사현장을 통제할 경비 인력도 없는데다 이들 공사차량은 도로 중앙선을 가로질러 운행해 사고위험 우려도 있었다.

김민지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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