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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무슨 일?…서울고법 “이건희 일가 이익”

기사입력 : 2016-06-0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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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박정우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을 거부한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매수가격이 1만원가량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특히 법원이 삼성물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이재용ㆍ이부진ㆍ이서진 3남매), 그리고 삼성물산의 최대주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수상한(?) 주식투자 행태를 이렇게 지목하면서다.

“합병의 특수한 사정, 즉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이건희 회장 등의 이익이 커지고, 이건희 등이 삼성물산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이건희 등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7월 주주총회를 개최해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2.11%를 갖고 있던 일성신약과 개인투자자들 등은 합병에 반대하며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이들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산정한 가격인 1주당 5만 7234원이 정당한 매수가격이라며 제시했다.

하지만 일성신약 등은 이 가격이 너무 낮다고 반대하며 법원에 주식매수가격결정 조정을 신청했다.

신청인들은 “삼성물산 주가가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전일 이전부터 이미 합병의 영향을 받고 있었고, 삼성물산은 의도적으로 소극적인 경영을 하고, 삼성물산 주식을 소유하고 있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해 인위적으로 삼성물산의 시장주가가 낮게 형성되도록 했으므로, 삼성물산이 주식매수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후 주주총회 결의일 전까지 삼성물산의 주가는 2015년 1월 2일부터 5월 22일까지의 주가보다 대체로 높은 수준으로 형성됐는데, 종가 기준으로 6만 3000원에서 7만 6100원 사이에 주가가 형성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월 “삼성물산이 제기한 주식 가격이 적정하다”며 일성신약 등의 신청을 기각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결정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집중 진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35민사부(재판장 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 5월 30일 일성신약과 소액 주주들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신청인들이 매수를 청구한 삼성물산 보통주식 매수가격을 1주당 6만 6602원으로 정한다”고 조정했다. 삼성물산이 제시했던 주당 5만 7234원보다 9368원을 높여 6만 6602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의 주식 330만 7070주를 갖고 있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으로부터 주식 차액 309억 8063만원을 더 받게 된다.

이번 판결은 비단 일성신약의 승소에 그치지 않는다. 법원이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투자자로서 이상한 행태를 정면으로 조목조목 꼬집으며 삼성그룹을 겨냥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상 이건희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집단 내 회사이므로 이건희 회장 등은 삼성물산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상대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의 주가는 높게 형성돼야 이건희 일가 등이 합병으로 인해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추정된다”고 봤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 동향에 주목했다.

현대건설(주), 지에스건설(주), (주)대우건설, 대림산업(주) 주식은 2015년 첫 거래일부터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전 마지막 거래일인 2015년 5월 22일까지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고, 유가증권시장 건설업 주가지수, 유가증권시장 유통업 주가지수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래미안 아파트를 공급하는 삼성물산(주) 주식은 같은 기간 종가가 대체로 2015년 1월 2일 종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5만 1900원에서 6만 4500원 사이) 됐고, 특히 2015년 4월 중순경부터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병은 삼성물산의 시장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이건희 등의 이익이 커지는 합병이라는 측면과 관련해 일부 언론과 증권사는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의도된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한 점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특히 재판부는 투자자로서는 상식 밖의 이상한 행태를 보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투자를 꼬집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단일 주주로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015년 3월 26일 삼성물산 주식 중 11.43%인 1784만 8408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 후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도해 이 사건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전 마지막 거래일인 2015년 5월 22일에는 9.54%인 1490만 6446주를 보유하게 됐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의 제일모직(주) 주식 소유 비율은 2015년 3월 31일 기준 5% 미만이었는데, 2015년 6월 30일 기준 5.04%가 됐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인 2015년 5월 26일 0.35:1로 결정돼 공시된 후에는 삼성물산 주가가 제일모직 주가의 35%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형성되는 기간이 있었고, 합병 법인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려는 주주라면 이 기간에 상대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제일모직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반대로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고, 제일모직 주식을 매도해, 삼성물산 주식 중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소유 비율을 늘려갔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이 사건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 관련 자문을 구했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업체들도 모두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등의 이유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반대를 권고했고, 적지 않은 증권 전문가들이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를 예상하며, 합병 안의 가결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합병에 관한 주주총회에서 찬성했다. 위 주주총회는 83.57%의 주주가 참석했고, 이 중 69.53%가 합병 안에 찬성해 가결됐다. 당시 11.2%를 소유하고 있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반대했다면 합병 안은 의결정족수 미달(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2/3 미달)로 부결됐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2015년 1월 2일부터 5월 22일까지 삼성물산 외의 다른 주요 건설사 주식의 주가가 상승한 것과 달리 삼성물산 주가는 상승하지 못했고, 특히 2015년 4월 중순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여러 증권사들의 분석 등을 종합해 보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제일모직이 2014년 12월 18일 상장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능성이 증권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졌고, 이 사건 합병으로 기업가치가 증대할 것이라는 전망보다 제일모직 주식은 40% 이상 보유하고 있으나 삼성물산 주식은 2%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건희 등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합병비율이 결정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이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인 2015년 5월 26일 이후의 삼성물산 주가가 그 전의 주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는 것도 이러한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도 주가의 상승을 막고 오히려 주가를 하락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여러 언론과 증권사는 이건희 등의 이익을 위해 기업집단 차원에서 사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런 의혹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사실들도 일부 존재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실적 부진이 통상적인 경영 판단의 결과 혹은 불가피한 외부 사정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삼성물산이 제출한 자료들은 주장하는 경영 판단과 불가피한 외부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 관해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합병의 특수한 사정, 즉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이건희 등의 이익이 커지고, 이건희 등이 삼성물산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이건희 등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단일주주로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은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전 약 2개월 간 삼성물산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하고, 이는 같은 기간 삼성물산 주가를 하락시키거나 상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물론 국민연금공단이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해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쉽게 또는 분명하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사회 결의일 후의 투자 행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에 관한 방침 결정의 과정과 결과 및 그것들이 합병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에 미친 영향에 비추어 보면,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주가의 상승 저지 또는 하락에 영향을 미친 실적 부진과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매도가 그와 같은 주가 형성을 목표로 의도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도 다수 있으므로, 이 점에서 봐도 이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주가는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주가는 이 사건 주식매수가격 결정의 기초로 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 ‘재벌 저격수’ 박영선 “국민연금공단이 특정재벌 편법상속 묵인해준 부정의”

이번 판결에 대해 ‘재벌 저격수’로 평가받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판결은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연금고갈의 위험을 해결하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국민이 낸 연금으로 특정재벌의 편법상속을 묵인해준 부정의한 행위가 드러난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된 기업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한 합병으로, 당시 합병비율에 대한 적정성 문제와 소액주주들의 불이익에 대한 문제 등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문제는 향후 삼성그룹 등 재벌그룹들의 지배권 확립과 강화 차원에서 일어나게 될 기업 합병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될 문제로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박영선 의원은 “재벌개혁은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벌의 편법 승계부터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밝혔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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