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실질 GDP(잠정치)'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전기대비 0.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발표된 속보치와 같았다.
속보치에 반영되지 않았던 3분기 마지막 달의 일부 실적치가 반영되면서 건설투자는 0.8%포인트 하향 조정됐으나 수출은 0.5%포인트, 민간소비는 0.1%포인트 상향조정됐다. 소수점까지 감안하면 3분기 성장률은 0.41%로 속보치(-0.39%)보다 0.02%포인트 높아졌다.
3분기 우리나라 경제는 내수 위축세가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GDP에 대한 지출항목별로 보면 건설투자는 6.0% 감소했다. 건물·토목건설이 모두 줄어든 영향이다. 속보치보다 0.8%포인트 후퇴한 것으로 지난해 3분기(-6.0%)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도 0.6% 증가에 그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2%로 전분기(0.7%)보다 다소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수출물량 개선 등으로 4.6% 증가했다. 2분기 2.0%에서 확대된 것이다. 반면 정부소비는 2분기 2.2%에서 3분기 1.4%로 큰 폭 둔화했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2분기 1.2%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크게 꺾였다. 3분기에는 재정 약발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셈이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0.2%포인로 2분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회복됐다.
지출항목별로는 투자를 나타내는 총고정자본형성의 기여도가 0.8%포인트 감소했다. 그만큼 부진한 투자가 성장세를 깎아먹었다는 얘기다. 최종소비지출의 기여도는 0.3%포인트로 2분기(0.7%포인트)보다 위축됐다. 순수출은 전분기 -0.2%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확대됐다.
올해 2.0% 성장률 달성 여부는 정부의 재정 집행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뚜렷한 수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투자와 소비 부진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바지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정부가 성장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연간 2.0%의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 성장률이 0.93~1.30%가 돼야 한다.
다만 정부와 한은을 제외한 민간에서는 사실상 올해 2%대 성장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1.9%), 바클레이스(1.9%), 골드만삭스(1.9%), 모건스탠리(1.8%), 씨티그룹(1.8%), 한국경제연구원(1.9%), LG경제연구원(1.8%) 등 해외 주요 투자은행(IB)과 경제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도 지난달 29일 한은의 경제전망 발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정부의 재정집행 실적이 (한은이) 전망치에 반영한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면 2% 성장에 대한 하방리스크는 커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저물가 흐름도 이어졌다.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반영하는 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1.6%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이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것으로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가계소비, 수출, 투자, 정부지출 등 모든 경제활동을 반영한 종합적 물가지수다.
GDP디플레이터가 4분기째 마이너스를 지속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GDP디플레이터 -1.6%는 한은이 관련 통계(2015년 기준)를 집계한 2000년 1분기 이후 역대 최저치이다. 구계열(2010년 기준년) 기준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2분기(-2.7%) 이후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전반을 포착하는 물가 지수가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커지게 됐다. 다만 한은은 GDP디플레이터를 주로 끌어내린 건 수출품 가격 하락이기 때문에 이를 디플레이션으로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GDP디플레이터에서 수출 디플레이터는 6.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디플레이터는 1.0% 증가율을 나타냈지만, 전분기(1.7%)보다 저조해졌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내수 디플레이터의 오름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GDP디플레이터 하락폭이 커졌다"며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총수요 부진으로 국내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하락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디플레이션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않다"고 말했다.
명목 GDP도 전년동기대비 0.4% 증가에 그쳐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구계열 기준으로는 지난 1998년 4분기(-5.3%) 이후 21년만에 최저치였다. 국민이 일정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0.6% 증가해 2분기(0.2%)보다 증가율이 높아졌다. 교역조건은 악화됐지만, 실질 GDP와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증가한 영향이다.
총저축률은 35%로 전기보다 0.4%포인트 올라갔다. 최종 소비지출이 0.3% 늘어나는데 그쳐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1.0%)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국내총투자율은 건설투자 악화 등으로 전분기 31.9%에서 30.4%로 낮아졌다.
김지은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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