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축유를 풀고 해외 생산 원유를 들여오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공급 불안에 대비하는 정부의 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국민 건강, 그중에서도 봄철 호흡기 건강에 대한 설명은 그만큼 치밀하지 못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봄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가장 민감한 계절이다. 대기가 정체되기 쉽고 외부 유입 변수까지 겹친다. 이런 때 석탄발전 상한을 푼다는 것은 전력 수급 차원의 결정인 동시에 대기질 정책의 후퇴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부 판단의 논리는 분명하다. 국내 LNG 수입 물량의 상당량이 발전용으로 쓰이는 구조에서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전력시장과 물가, 공기업 재무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
LNG 사용량을 줄이고 석탄과 원전으로 버티겠다는 계산도 정책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의 시급성이 국민 호흡기 건강에 대한 우려를 자동으로 지워주지는 않는다. 석탄은 여전히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부담을 동반하는 발전원이다.
정부가 봄철마다 석탄발전소 출력을 묶어온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런 안전장치를 해제했다면, 적어도 국민이 납득할 만큼의 보완책과 설명이 뒤따라야 했다.
어느 지역 발전소의 가동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다시 출력을 낮출 장치는 있는지, 배출 저감 설비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어린이와 노인, 호흡기 질환자 같은 취약계층 보호 대책은 무엇인지가 함께 제시됐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국민이 확인한 것은 공급 대책의 숫자였지, 건강 대책의 구체성은 아니었다.
특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통계보다 체감이 앞서는 문제다. 출근길에 목이 따갑고, 아이가 기침을 하고, 창문을 닫아야 하는 순간 국민은 정책의 효과를 몸으로 받아들인다.
정부가 아무리 비축유 방출 물량과 원전 복귀 일정을 설명해도, 국민이 들이마시는 공기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면 정책 설득력은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응에서 원전 이용률 확대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카드다. 계획예방정비를 앞당겨 공급 여력을 확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석탄발전 상한 해제는 비용이 명확하다. 전력 수급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대기질과 건강 부담이라는 반대편 청구서가 뒤따를 수 있다. 그래서 더 제한적이어야 하고, 더 투명해야 하며, 더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정부는 공급 안정과 국민 건강이 충돌하는 듯한 상황일수록 더 정교한 언어를 써야 한다. “불가피한 조치”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얼마나 짧게 운용할 것인지, 언제 다시 원상 복귀할 것인지, 대기질 악화 시 어떤 조건에서 제동을 걸 것인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조치가 위기 대응이라는 설명을 얻는다. 그렇지 않으면 봄철 미세먼지 대책은 필요할 때마다 접히는 임시 장치로 비칠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전력과 공기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필요하고,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공기도 필요하다.
정책의 책무는 그 둘 사이에서 더 나은 균형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 조치는 첫 번째 과제에는 빠르게 반응했지만, 두 번째 과제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
에너지 위기 대응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정말 지켜야 할 마지막 기준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봄철 석탄발전 족쇄를 풀었다면, 그로 인해 커질 수 있는 국민 호흡기 건강 부담을 어떻게 막을지부터 먼저 밝혔어야 했다.
전력 수급을 지키는 일과 국민의 숨을 지키는 일은 따로 갈 수 없다. 정책은 결국 국민이 매일 마시는 공기 앞에서 평가받는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유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