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년도 급여의약품 지출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약품비는 27조6625억원으로 전년보다 5.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성분군별 지출 상위권은 고지혈증, 항혈전제, 치매, 고혈압, 안과용제 등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비용이 청구된 성분군은 고지혈증 복합제인 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이었다. 지난해 청구액은 7046억원으로 1년 전 6058억원보다 16.3% 증가했다. 전체 성분군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이며 1위를 지켰다.
뒤를 이은 것은 콜린알포세레이트였다. 지난해 50576억원이 청구돼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전년 5630억원과 비교하면 1.0% 줄었다. 3위는 아토르바스타틴칼슘으로 5543억원이었다. 전년 5587억원보다 0.8% 감소했다. 4위는 클로피도그렐황산수소염으로 4418억원, 5위는 로수바스타틴칼슘으로 3369억원이었다.
상위 5개 성분군만 놓고 봐도 흐름은 뚜렷하다. 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칼슘, 로수바스타틴칼슘 등 고지혈증 치료제가 3개나 포함됐고, 항혈전제인 클로피도그렐황산수소염도 상위권에 자리했다.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의 핵심 축이 심뇌혈관계 만성질환 관리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6위부터 10위까지도 만성질환과 고령화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도네페질염산염이 3245억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치매 치료제 지출이 상위권에 오른 것은 고령화에 따른 환자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7위는 또 다른 고지혈증 복합제인 에제티미브+아토르바스타틴으로 3141억원이었다. 2021년 1276억원에서 2022년 2023억원, 2023년 2586억원, 2024년 3141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8위는 히알루론산나트륨으로 3082억원이었다. 점안제와 백내장 수술 등에 폭넓게 쓰이는 성분이다. 9위와 10위는 각각 암로디핀+발사르탄 2425억원, 암로디핀+텔미사르탄 2257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성분 모두 고혈압 복합제다. 결국 지난해 상위 10대 성분군에는 고지혈증 치료제 4개, 고혈압 복합제 2개, 항혈전제 1개, 치매 치료제 1개, 안과용제 1개, 뇌기능개선제 1개가 포진한 셈이다.
이 같은 분포는 건강보험 약품비가 일부 고가 신약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수가 많은 만성질환 치료제에서 구조적으로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지혈증 치료제 강세가 두드러진다. 1위 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을 비롯해 3위 아토르바스타틴칼슘, 5위 로수바스타틴칼슘, 7위 에제티미브+아토르바스타틴까지 상위 10개 중 4개가 고지혈증 치료제였다. 단일제뿐 아니라 복합제 비중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복합제 확산은 임상 현장에서 복약 편의성과 순응도를 높이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재정 측면에서는 별도의 점검도 필요하다. 복합제가 처방 편의를 높일 수는 있어도 건강보험 지출 효율까지 자동으로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아토르바스타틴은 최근 4년간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상위권을 넓혀가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여전히 2위를 차지한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소폭 감소했지만 청구액 규모 자체는 여전히 5천억원대를 웃돌았다. 아토르바스타틴칼슘과 로수바스타틴칼슘 역시 각각 5천억원대, 3천억원대 지출을 유지했다. 오래 쓰여 온 만성질환 치료제가 여전히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위 10대 성분군의 면면은 전체 약품비 증가 흐름과도 맞물린다. 지난해 건강보험 약품비는 27조6625억원으로 늘었고, 진료비 대비 약품비 비중도 23.8%로 상승했다. 효능군 기준으로는 항악성종양제가 1위로 올라섰지만, 성분군으로 내려오면 여전히 고지혈증과 고혈압, 항혈전제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가 넓고 두텁게 지출을 떠받치고 있다. 항암제가 약품비 증가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면, 성분군 상위권에 포진한 만성질환 약제는 총액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앞으로도 쉽게 바뀌기 어렵다고 본다. 고령화가 계속되고 심뇌혈관계 질환 관리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여기에 복합제 처방 확대, 장기 복용 환자 증가가 겹치면 성분군 상위권 지출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약가 관리 역시 단순히 고가 신약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대규모 처방이 이뤄지는 만성질환 성분군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숙화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제도개선부 팀장은 “정부 정책방향에 맞춰 약가제도 개편의 실행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국민과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과제 이행을 적극 지원해 환자 약품비 부담을 완화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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