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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보고서 진단] 고령 자영업자 대출 390조 육박···비은행 쏠림에 커지는 잠재부실 ①

자영업 대출 1072조원·증가율 0.7%로 둔화···겉으론 진정 국면
60대 이상 대출 비중 36.3%·취약차주 비중도 최고 수준···연체 리스크 이동

기사입력 : 2026-04-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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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령 자영업자의 대출 위기 상황
사진=고령 자영업자의 대출 위기 상황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지만, 금융권의 긴장은 오히려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출 규모는 안정되는 듯 보이지만, 부실 위험이 고령층과 취약차주, 비은행권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해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는 자영업 대출의 위험 요인이 총량보다 구조에서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의 ‘최근 자영업자 대출 상황 및 연령별 특징’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7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증가세 둔화 흐름이 이어진 결과다.

세부적으로 보면 개인사업자대출은 725조6000억원으로 1.9% 늘었지만, 자영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은 346조5000억원으로 1.7% 줄었다. 금융권별로도 은행 대출은 643조원으로 0.2%, 비은행 대출은 429조2000억원으로 1.6% 늘어 전반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표면상으로는 급한 불이 꺼진 듯하지만 건전성 지표는 다른 신호를 보낸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5년 3분기 말 1.76%로 같은 해 1분기 말 1.88%보다 낮아졌지만 장기평균 1.41%는 여전히 웃돌았다.

업권별 차이도 컸다. 은행권 연체율은 0.53%였지만 비은행권은 3.61%에 달했다. 특히 다중채무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으로 분류되는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1.09%로 비취약 자영업자 0.50%와 큰 격차를 보였다.

전체 자영업자 차주 수가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도 취약 자영업자 차주는 오히려 늘어난 시기가 있었다. 대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부실은 더 취약한 곳으로 응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대별로 보면 위험의 방향은 더 선명해진다. 2025년 3분기 말 60대 이상 자영업자 차주는 96만3000명으로 전체의 31.2%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은 389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36.3%에 이른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60대 이상 차주 수는 37만2000명, 대출액은 124조3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영업자 차주 수 증가분 46만4000명, 대출 증가분 163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60대 이상이 떠받친 셈이다.

반면 30대 이하는 차주 수가 줄었고 40대와 50대는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은퇴와 고령화, 생계형 창업, 운전자금 수요가 맞물리며 자영업 대출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고연령층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업종별 분포도 연령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60대 이상은 부동산업 비중이 유독 높았다. 차주 수 기준으로 22.9%, 대출금액 기준으로는 38.1%가 부동산업에 몰렸다. 30대 이하는 도소매와 숙박음식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한국은행은 이를 두고 저연령층은 경기민감 업종, 고연령층은 부동산업 중심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자영업 대출이라도 젊은 층은 내수와 소비 위축에, 고령층은 부동산 경기와 자산가격 조정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출 조달 구조 변화는 더 불안한 대목이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모든 연령대에서 은행 대출 비중은 60% 안팎이지만,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비중은 연령이 높을수록 커졌다.

특히 2022년 이후 모든 연령대에서 은행 비중은 낮아지고 비은행 비중은 높아졌는데, 변화폭이 가장 큰 집단은 60대 이상이었다. 60대 이상은 은행 비중이 6.9%포인트 떨어진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비중은 5.5%포인트 높아졌다.

고령 자영업자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충격에 취약한 비은행권으로 더 많이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상환 부담 확대와 함께 향후 부실이 비은행권에서 먼저 표면화할 가능성을 키운다.

현재 연체율만 놓고 보면 60대 이상이 당장 가장 위험한 집단으로 보이진 않는다. 60대 이상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63%로 전체 평균 1.76%를 소폭 밑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한국은행은 고연령층의 평균 대출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은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높으며, 정부 지원 정책 효과도 일부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대신 더 주목할 지표는 따로 있다. 60대 이상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취약 자영업자 대상 대출 비중은 15.2%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고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버티고 있어도 은퇴 이후 상환능력이 약해지거나 경기 충격이 겹치면 연체율이 빠르게 뛰어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21년 말 이후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에 대한 기여도도 60대 이상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체율 상승폭보다 대출 잔액 증가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고령 자영업자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연령별·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은퇴 이후 상환능력이 약해질 수 있는 고연령층과 비은행권에 쏠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건전성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영업 대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고령층과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잠재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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